진폐증 판정을 받은 근로자가 요양 중 손목치료를 받다가 숨졌어도, 진폐증으로 인한 심폐기능 저하가 원인으로 작용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1978년 5월부터 1981년 3월까지 탄광에서 근무했다. 이후 2014년 11월 진폐장해등급 3급 판정을 받고 요양을 하던 중 2017년 2월 우측 손목의 봉와직염으로 입원 치료를 받다 그 다음 달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A씨의 직접사인은 급성호흡부전이었다. 또 패혈성쇼크, 폐렴, 진폐증도 사망 원인으로 기재됐다. 이에 A씨의 배우자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투석 종료 후 일시적 고혈압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뇌출혈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고, 진폐증과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지급 결정 처분을 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씨의 사망과 진폐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투석 종료 후 혈압이 일시적으로 높게 측정됐다는 사정만으로 뇌출혈 발생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봉와직염이 A씨의 주된 사망원인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 사망 3일 전 촬영된 흉부 영상과 사망 당시 흉부 영상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감정의가 ‘폐렴은 영상소견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소견을 밝혀 폐렴이 발병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진폐증으로 폐기능이 상당히 저하돼 제한성·폐쇄성 혼합 폐기능 장애를 갖고 있었으며, 사망 전 반복적으로 호흡부전과 저산소증이 나타났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A씨의 진폐증으로 인한 심폐기능의 저하가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거나 적어도 다른 요인이 복합 작용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씨의 진폐증과 사망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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