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 ID본부 생산관리부 정미숙 과장

한국조폐공사 ID본부 무재해 4배수 이끌어

 최근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매우 활발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안전관리 분야에서 만큼은 아직 여성에게 넘기 힘든 장애물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을 가보더라도 안전관리자는 심중팔구 남성일 뿐, 여성안전관리자는 찾아보기조차 힘들 정도다. 이는 명령과 지시를 반복해야 하는 안전관리 업무의 특성상 여성이 일하기에는 약간 벅찰 것이라는 인식이 산업현장에 굳어졌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상황 속에 금녀의 벽을 차츰 허물고 있는 여성안전관리자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조폐공사(KOMSCO) ID본부에서 안전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정미숙 생산관리부 과장이다. 그녀는 여성안전관리자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어려움을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모두 극복해냈다. 최근에는 조폐공사 ID본부를 무재해 4배수로 이끌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안전관리 능력도 인정받았다.

홍일점보다는 안전관리분야의 전문가로 기억되고 싶다는 정미숙 과장을 만나봤다.


 

Q. 조폐공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조폐공사는 1951년에 창립하여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조폐공사하면 화폐만 만들어 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국가 경제의 혈액인 화폐를 비롯해 수표, 상품권 등 각종 유가증권과 특수용지, 여권, 훈장, 메달, 카드 등을 제조하여 국내·외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크게 경북 경산에 위치한 화폐본부, 충남 부여에 위치한 제지본부, 그리고 대전 대덕구에 있으며 제가 속해있기도 한 ID본부 등 3개의 본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본사는 기술연구원, 화폐박물관 등과 함께 대전시 유성구 가정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안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ID본부는 신분증인 주민등록증, 전자여권, 보안안료 등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Q. 4월 10일자로 조폐공사 ID 본부가 무재해 4배수를 달성했습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위험요소가 발견되면 신속히 제거하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안전활동을 했는데, 이렇게 무재해 4배수까지 이어져 마음이 매우 뿌듯합니다.

무재해 4배수는 무엇보다 근로자분들과 임원분들께서 안전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본부장님과 지부장님께서 각각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겸임하시면서 안전활동을 적극 지원해주신 것이 무재해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임직원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무재해는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작업했다는 축하 선물입니다. 앞으로도 무재해라는 선물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안전활동에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Q. 회사의 안전관리 활동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조폐공사 ID본부는 기본적으로 자율적인 안전관리를 지향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작업 시작 전에 위험예지훈련을 통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으며, 안전점검 외에도 지난해부터 위험성평가 등을 실시해 위험요인들은 최대한 신속히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또 매 분기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개최해 거기에서 나온 안건에 대해서도 위원 간 협의와 실무협의를 통해 즉시 처리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조폐공사는 예전부터 4~5월에 재해가 유독 많이 발생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춘곤증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봄철인 요즘에는 춘곤증 예방을 위한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는 한편 작업장에서도 스트레칭 시간을 꾸준히 갖도록 유도해나가고 있습니다. 또 오전 오후에는 졸리운 시간을 지정하여 안전지킴이 활동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Q. 안전관리자로서 바라볼 때 우리나라 산업안전 분야에서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산재 자료를 보면 지난해 98,645명의 재해가 발생했는데 그중에서 넘어짐·끼임·떨어짐 등 사고성 재해가 약 5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근로자들의 불안전한 행동에 의한 재해가 대부분인 것이지요.

그 원인은 “빨리 빨리!!” 또는 “대충대충”하자는 인식이 산업현장에 널리 퍼져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아무리 위험한 것이라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근로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를 볼 때 근로자분들의 안전불감증을 타파해나가는 것이 산업안전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경영자들의 안전마인드를 높여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영자의 안전마인드는 지금까지 항상 문제점으로 나타나지만, 산업안전분야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까지 그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인간중심의 안전경영을 표방하고, 생산성과 품질에 앞서 안전제일을 우선으로 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안전성은 확보될 수 있습니다. 경영자들의 안전의식을 제고키 위해 정부에서 제도적 개선안과 기준을 정립해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여성으로서 안전관리 활동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흔히 여성들이 안전관리 업무에 힘겨워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저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남자직원들이 많은 현장에서 완창을 차고 다니면 부끄럽고 불편할 것 같다는데, 저는 막상해보니깐 그렇지 않다고 느낍니다.

오히려 저는 이것이 여성안전관리자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자가 안전점검 한다고 다니면 저처럼 눈에 띌까요? 실제로 여성인 제가 안전점검을 하면 저를 금방 알아보시고는 “아! 안전!”이라고 하시면서 다들 보호구를 다시 한 번 챙기십니다. 지금은 저를 여자로 보기 전에 ‘안전관리자’라는 제3의 인물로 생각하고들 계십니다.

Q. 남성과는 다르게 여성 안전관리자로서 장점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여성 안전관리자의 장점은 미소겠지요(웃음). 근로자들이 안전관리자의 지시에 모두 잘 따라 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장에서 안전점검을 하다보면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라든지 보호구 착용을 하지 않는 경우를 간혹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먼저 작업자에게 다가가 백만불짜리 인사를 합니다(웃음). 그리고 작업자의 잘못된 부분에서는 위험성과 안전요령 등을 차분히 말씀드립니다. 미소를 이기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진심으로 위해주는 마음으로 다가가다 보니 근로자분들도 기분 나빠하시지 않고 잘 들어주십니다.

하루는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남성안전관리자가 보호구 미착용을 지적했더니 한 근로자분이 격하게 화를 내시더라고요. 심지어 몸싸움까지도 약간 벌어졌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분한테 여자인 제가 지적을 하면 더 화를 내실 것 같다는 생각도 했지만, 용기내서 그분에게 다가가 미소로 친절하게 설명을 했습니다.

그러자 저를 보시면서 멋쩍은 웃음을 띠시더니 보호구를 바로 착용하시더라고요. 그 뒤로도 그 근로자분은 저를 보면 먼저 인사를 하시고, 보호구를 착용한 모습도 항상 보여주고 계십니다. 미소로 성공한 사례이지요.

그 외에 세심함도 여성안전관리자들의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기계장치 및 설비들을 보면서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보다 이 작은 부분에서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꼼꼼하게 체크를 합니다. 또 캠페인과 홍보들도 다양하게 기획할 수 있다는 것도 여성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런 점에서 우리조폐공사에서는 3개 기관에서 여성안전관리자들이 정식으로 임명받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안전관리분야에도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아직 안전관리분야 만큼은 남성들의 업무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현장 점검을 다닐 때도 “여자가 저 일을 하겠어?” 하면서 뒤에서 수군거렸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이 시선들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남자, 여자를 떠나서 내 업무이기에 당연히 해야된다라는 생각으로 헤쳐나갔습니다. 그렇게 6년을 열심히 해왔더니 결국 인정해 주더라고요.

이것은 저의 얘기일 뿐, 아직 우리나라 산업현장에 많은 여성안전관리자들이 여성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힘들어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안전관리 업무보다 그런 선입견을 헤쳐나가는 것이 더욱 힘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경영자분들이나 근로자분들 모두가 이러한 선입견을 떨쳐주시는데 함께 노력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안전관리 업무를 하는 여성분들에게 자신감을 주셨으면 합니다.

Q. 안전관리자를 꿈꾸는 여성 후배들도 많습니다. 이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는 힘든 일은 못해. 무서운 일은 못해, 창피해서 못해!” 이런 여성은 안전관리자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여성은 안전관리자격증을 가지고 있어도 사무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겠지요.

업종별 특성에 따라 다른 점도 분명히 있지만, 여성이라서 위험하다는 것은 남성도 위험한 것입니다. 대학에서 지식을 쌓고 현장에서 실무를 쌓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습니다.

여성 ROTC와 여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안전업무에 확실한 목표와 자부심이 있다면 누구나 멋진 안전관리자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안전과 관련한 계획 또는 목표가 있으시다면?

지난해에 우리 사업장에서 위험성평가를 시범으로 실시해 본적이 있습니다. 그 때 위험성평가라는 것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직원이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나가야 하는 것임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위험성평가표를 가지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하려 합니다.

그리고 우리 조폐공사는 올해 예산을 준비해서 내년에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에 있습니다. 시스템안전이란 안전활동에 기술과 경영 도구를 체계적으로 적용시키는 것으로, 최고의 안전수준을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시스템 안전에서는 처음부터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계적인 안전시스템을 잘 정착시켜, 우리 사업장의 안전관리 수준을 한 층 더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전국 산업현장의 근로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차 조심해라”와“잘 다녀오라”라는 말은 어느새 인사말로 대신할 정도로 보편화됐습니다. 이들 말처럼 조심만 하면 우리는 사고를 예방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근로자들에게 하는 인사는 “안전 좋아!”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 받으려면 조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안전의식의 기초라고 생각합니다. 기본과 원칙만 지키면 안전한 일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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