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임원, 노동부 인사 등 안전전문가 대거 참석
안전관리자 처우 개선 등 주요 현안 해결책 활발히 논의

대형건설사 안전임원들이 뜻을 모아 건설재해예방 활동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1월 27일 발족한 건설안전임원협의회(CSOC)가 최근 두 번째 모임을 가졌다. 겨우 두 번의 만남이지만 이들이 건설안전분야에 불어넣고 있는 파장은 상당하다. 정부도 매듭짓지 못한 기초건설안전교육사업의 시행을 전격 결정했으며, 그간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던 안전관리자 처우에 대한 사항도 개선을 약속했다. 각 사의 힘만으로도 국내 건설분야를 뒤흔드는 이들이 안전이라는 공통의 목표에 힘을 모으기 시작하니 놀라운 속도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건설안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고 있는 건설안전임원협의회를 취재해 봤다.


 

국내 건설현장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주요 건설사 임원들이 뜻을 모아 만든 ‘건설안전임원협의회’의 간담회가 지난 10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김유택 상무 등 10대 건설사 안전임원과 노동부 윤양배 지도과장 등 정부인사, 서울산업대 손기상 교수 등 학계 인사, 총 40여명의 산·학·연을 아우르는 안전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손꼽히는 안전분야 유명 인사들이 같은 시간 한자리에 모인 것은 건설안전임원협의회(CSOC)가 갖는 영향력 때문이다.

건설안전임원협의회(CSOC)는 건설재해 예방과 관련해 노동부와 관련 단체 등에 효과적인 정책 제언을 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불러 올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뜻에 의해 지난 1월 27일 발족한 10대 건설사 안전임원들의 협의체다.

그간 CSMC, CSMA 등 건설안전실무자나 부서장의 모임은 활성화되어 있었으나 임원층의 모임은 거의 없었다. 특히나 10대 건설사 임원들의 모임은 그 결성 자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겨져 왔었다.

헌데 그런 10대 건설사 임원들이 안전이라는 목표 아래 하나로 뭉쳤으니 안전분야 있어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음은 당연지사라 할 수 있다.

CSOC 회장인 김유택 삼성건설 상무는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그간 많은 제도를 도입하고 좋은 교육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재해는 현상 유지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건설사들이 직접 나서 주도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할 때”라며 “이런 시기를 맞아 CSOC는 향후 대한민국 건설안전의 큰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포부에서 보듯 CSOC는 시작부터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건설안전의 화두라 할 수 있는 기초건설안전교육사업의 시행문제와 안전관리자 처우 문제에 대한 해법을 단 두 번의 모임만에 제시한 것이다.

각 사의 결정권을 지닌 임원들이 참여한 만큼 결단과 추진에 있어서도 단연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주요 사항들에 대한 논의 배경과 결과 등을 정리한 것이다.

◇ 안전관리자 처우 개선 합의

이번 간담회에서 첫 번째 안건으로 다루어진 것은 ‘안전관리자 처우’ 문제였다. 이 문제의 핵심은 ‘비정규직 안전관리자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할 수 있다.

국내 건설현장에선 아직까지 많은 안전관리자들이 중책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 비정규직이라는 불안한 지위에 놓여 있다. 이런 비합리적인 상황에 대해 그간 업계에서 많은 시정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비용 등의 이유로 해결점을 찾지 못해왔었다.

이날 모임에선 이처럼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안전관리자의 처우를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가자는데 10대 건설사 임원들이 뜻을 같이 했다.

이같은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데는 현대건설의 역할이 컸다. 현대건설 이재희 상무는 현장에서 재직 중인 비정규직 안전관리자들을 차차 정규직화 할 것임을 가장 먼저 시사했다. 이에 삼성건설의 김유택 상무도 뜻을 같이 하며 현대건설의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김유택 상무는 “비정규직 안전관리자 문제는 결국 시공사가 결자해지해야할 문제”라며 “아직 비율을 정하진 않았으나 매년 발탁하는 형식으로 일정 비율을 정규직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10대 건설사에서 시작을 한다면 이런 분위기가 전 현장에 퍼질 것”이라며 타 건설사들도 적극 나설 것을 독려했다.

◇ 기초안전교육사업 건설사가 운영

이날 모임의 또 하나의 화두는 지난해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중단된 기초안전교육사업에 대한 실행 문제였다.

기초안전교육사업은 건설근로자들을 전문교육기관에서 안전교육을 시킨 후 현장에 투입하여 재해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도입된 사업이다.

이 사업은 교육이수자의 재해율이 건설업 재해율의 13.8%에 불과할 정도로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타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인해 올해 예산을 배정받지 못해 좌초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특히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나서 내년을 목표로 하여 법제화를 추진 중이었던 터라 그 안타까움이 더했다.

공단 정성훈 실장은 “작년에 기초안전교육을 받았던 86,831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받기 전과 후의 재해율을 비교해보니 교육을 받은 후의 재해율이 받기 전의 58.1% 수준이었다”라며 “교육 효과가 굉장히 컸다”고 말했다.

이어 정 실장은 “예산에 반영해 보려 노력했으나 작년 연말 심의과정에서 반영되지 못했다”며 “10대 건설사에서 한시적이라도 이를 운영해 주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건설사 임원들은 교육의 취지에 공감한다며 주요 건설사가 주도하여 운영에 나서는 것은 물론 향후 법제화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뜻을 모았다.

김유택 상무는 “해당 사업에 42억원(2009년 기준)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30대 건설사가 대략 1억2천만원에서 1억5천만원만 각각 분담한다면 사업을 유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상무는 “30대 그룹의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사실상 전국 모든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라 할 수 있기에 우리가 교육만 철저히 시행해도 건설재해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GS건설 이우찬 상무는 “재해가 유발하는 직·간접 비용을 고려한다면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조적지혈”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수한다는 의미에서라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이 상무는 “각 현장에서 기초안전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근로자는 채용을 거부하는 등 근로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시행 움직임에 노동부 이삼근 사무관은 향후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허억 사무처장은 안실련에서 사무처를 맡고 있는 국회안전포럼(회장 임태희 노동부 장관)의 힘을 빌어 기초안전교육을 법제화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 관련해 CSOC측은 3월과 4월 동안 TFT(Task Force Team)를 구성해 기초안전교육의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어 9월 입법화를 목표로 7월까지 그 결과를 정리하기로 합의했다.

◇ 안전부서 히스토리 관리 '절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안전부서만큼은 히스토리의 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유사사고의 재발을 막고 사고의 체계적인 DB화를 위해서는 안전부서의 직원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건설 등은 “사고의 경험이 있는 사원과 회사일수록 사고 예방을 더욱 잘하고 사고에 대처도 잘한다”라며 일부 회사들의 안전부서 임원에 대한 잦은 교체를 지적했다.

김유택 상무는 “삼성건설의 경우 20년이 넘게 안전부서의 직원이 변하지 않았다”며 “안전관리업무는 무엇보다 경험과 히스토리 관리가 중요한 분야이기에 인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 산업안전학과에서 건설·구조분야 교육 강화해야

간담회에서는 대학의 산업안전학 교육에 대한 보완점도 나왔다. 건설사들은 많이 개선되긴 했으나 상당수의 안전관리자들이 시공이나 구조분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현장에서 시공파트와 충돌이 많이 발생한다며 대학에서 건설과 구조파트에 대한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구 을지대 교수는 “과거 안전관리분야가 화공쪽에 맞춰져 있던터라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의 대학에서는 건설분야에 대한 교육을 크게 강화하고 있어 향후에는 안전관리자들도 건설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다 갖추고 현장에 투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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