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새해가 밝은지 엊그제 같은데 눈 깜짝하는 사이에 3월이 가까워지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새해 인사를 드리고자 한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기회가 되고 뜻하는 일이 모두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그리고 지금 처한 상황이 힘든 이들에게는 삶의 희망과 격려가 되는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경인년 연초부터 세계는 대형 안전ㆍ재난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이티의 사상 유례없는 대지진 피해, 인도 참발강 교량붕괴사고, 미국 클린발전소 가스폭발사고가 대표적인 예다. 아울러 국내외에서도 결코 작지 않은 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대내외적인 상황 속에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우리나라 재해율을 낮추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노동부와 공단은 2010년도 재해율 목표를 0.65%로 잡고 재해발생의 중심에 있는 중소규모사업장의 취약한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각종 지원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또 행안부도 관급공사 다단계 하도급 폐해를 없애기 위해 ‘주계약자 공동도급’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들 모두 산업현장의 안전을 위해 크게 기대되는 정책들이라고 생각한다.

허나 절대로 간과하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사람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노력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안전의식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은 안전교육을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대열에 들어서기 위해 영어의 조기교육을 강조하듯이, 안전 선진국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안전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배이도록 조기교육을 시켜야 한다.

지금의 30대, 40대 이상은 정도의 차이는 조금 있겠지만 어릴 때부터 안전이란 말에 대해서 제대로 듣고 자란 기억이 별로 없을 것이다. 중요하다고 배운 적도, 꼭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받은 경험은 고사하고, 가르칠 수 있는 전문성도 너무나 부족했다. 이를 볼 때 우리사회는 안전에 대해 너무나 등한시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은 경제성장으로 생활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오랫동안 사회적인 환경요인에 지배를 받아온 개인적 환경인자는 쉽게 변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여기(개인적 환경인자)에 우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없다보니, 사고의 연결선상에 사람이 놓여지게 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미국이나 가까운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역사가 짧음에도 안전문화는 우리보다 크게 앞서 있다. 그것은 안전이라는 것이 생활의 습관화가 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조기교육을 강조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우리나라와는 안전에 대한 접근 방법 자체가 다른 것이다.

여기에 안전사고와 기업 경영수지의 직ㆍ간접 영향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보다 빨리 분석하여 대처하고 재발방지에 비중을 두는 경영환경, 즉 경영자의 가치관, 책임감, 그리고 그러한 경영환경에서 오랫동안 변화된 근로자의 의식도 분명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있다.

결국 이러한 것들이 표면적인 지표, 즉 재해율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기업의 노력으로 상당히 나아진 것은 틀림없지만 선진국수준으로 본다면 아직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안전불감증에 기인한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볼 때마다 우리사회는 너무나 방관적, 임시방편적,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람의 의식이 곧 행동으로 이어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도, 진정 그것을 바꾸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잘못된 행동과 상태의 결과가 바로 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며, 그 사고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 거기에는 분명히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 치우쳐 인간의 안전이 배제되거나 소외되어 왔음을 과감하게 인정하고 새롭게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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