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청남도 도지사

 
안전문화 조성이 가장 좋은 생산방법
도민이 안심하는 환경 구축에 ‘총력’

최근의 자연재해 패턴을 보면 갈수록 대형화, 광역화됨을 알 수 있다. 이는 더 이상 중앙정부의 관리와 지원만으로는 재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즉 각 지자체들이 상당한 수준의 재난재해대응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경기침체와 인구 감소 등이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각 지자체들이 안전능력 향상에 역량을 집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헌데 이런 상황 속에서도 빈틈없는 재난재해대응태세의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지역이 있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충청남도가 그 주인공이다.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의 중심에 위치한 만큼 철저한 안전관리로 나라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만나봤다.



Q. 도정을 펼치시면서 가장 역점을 두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행복한 변화, 새로운 충남’이라는 비전 아래 ‘대화와 소통’, ‘공정과 투명’, ‘견제와 균형’, ‘참여와 창의’를 기본방침으로 하여 도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총 59개의 과제를 확정하고 추진 중에 있는데, 이중 대통령과 16개 시·도지사 회의 정례화, 권역별 균형발전 수립, 농가소득안정을 위한 도차원의 직불제 도입 등 32개 사업이 제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들 과제는 ‘행복·사람·중심·변화’로 대변되는 우리 충남도의 미래상을 완성키 위한 것들로, 시대적 환경과 도정여건 등을 감안해 수립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떠받치는 밑그림에는 ‘안전’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도민분들이 위험에 처하거나 불안전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우리 도가 추진하려는 사업들은 그저 허상에 불과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도민분들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안전수준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국가의 안전은 크게 재난에 대한 예방관리 및 수습분야와 현장 활동 분야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재난의 예방관리나 사고수습분야에 있어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는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근래의 크고 작은 재난사고를 계기로 나름대로 각 분야에 대한 매뉴얼을 재정비했고, 관련 교육훈련 등도 꾸준히 보강·실시되고 있어 근시일래 선진국 수준의 위기관리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긴급구조 등 현장 활동분야의 경우는 수행능력이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119의 브랜드 가치를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등 기본 토대가 탄탄하다는 점에서 양호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국민들의 안전의식입니다. 최근 소방방재청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은 안전의식 부족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려할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점을 알고 있는 만큼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들이 안전교육 등 안전의식을 제고시킬 수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나간다면 고질적인 안전불감증도 점점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우리나라가 유독 안전분야에서만 발전이 더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앞서 언급한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미흡한 인식 외에 ‘땜질식 처방’과 ‘효율적이지 못한 예산투자’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아시겠지만 그동안 우리나라는 개발위주의 정책만을 펴왔습니다. 따라서 위기관리나 안전은 늘 관심 밖이었고, 언제나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대형재난사고가 있을 때마다 재난관리조직에 변화를 가하는 등의 노력이 있었으나, 매번 조직 이기주의가 난무하는 상황 속에 땜질식 조직개편 등 순간의 위기를 넘기기에 급급한 대책만이 나왔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4년 행정자치부 외청으로 우리나라의 재난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소방방재청이 발족되면서 외형적으로나마 재난관리체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이런 외형에 더해 내면도 다져야 할 시점인데 아직까지도 이를 위한 국가차원의 지원이 미흡한 상황입니다.

대표적으로 소방사무의 경우 국가의 재정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시·도 사무로 규정되어 있는데, 재정이 열악한 시·도에서는 소방행정에 지원할 재정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아직도 많은 소방공무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긴급구조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Q. 얼마 전까지 재앙으로 일컬어질 정도의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었습니다. 도 차원에서 어떻게 대처를 하셨는지요?
우리 도는 지난 1월 1일 천안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생됐으며, 이후 2월 18일까지 10개 시·군에서 350건의 구제역 양성 판정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427개 농가에서 소, 돼지, 염소 등의 가축 46만6,000두가 살처분되었습니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재앙의 기간 동안 우리 도는 17개소의 상황실과 311개소의 통제초소를 설치해 24시간 감시에 들어갔었습니다. 또 14개 시·군 134개 읍·면·동에 방역지역 이동제한을 내리는 한편 도내 전 가축시장을 잠정폐쇄 했었습니다. 아울러 총 4차례에 걸쳐 569만4,000두의 가축에 예방백신을 접종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우리 도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의 마련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최근 ‘축산혁신위원회(가칭)’의 설립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위원회에는 생산자 단체, 학계, 언론계, 환경·지역사회 전문가 등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향후 위원회는 방역체계 개선, 축산업 선진화 등 다양한 대책을 연구, 마련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Q. 최근 지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도 차원에서 어떤 대비를 하고 있나요?
먼저 현재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은 기존공공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기본계획을 각 부서별로 수립 중에 있습니다. 또 도로, 가스, 전기, 상하수도, 통신 등 주요 라이프라인 시설에 대한 신속한 피해 예측을 목적으로 구축된 지진재해 대응시스템을 재난부서 모든 담당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도민 대피시설을 내진설계가 되어 있는 건물, 학교 운동장, 공원 등으로 다양화하는 등 피난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으며, 신속한 구호물자 확보를 위해 대한적십자 대전·충남지사 등과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는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도민을 대상으로 실제 대피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지진발생시 주민 행동요령에 대한 홍보활동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Q. 충남은 최근 당진이나 아산 등을 중심으로 수많은 공장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도 차원에서 이들 사업장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정책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근로자와 사업주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가장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산업재해는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것,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 등으로 우리 사회에 퍼져 있었습니다. 사실상 이런 인식이 바로 산재를 유발하는 요인이었던 셈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도는 안전문화를 조성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좋은 생산방법이라는 의식을 도내 사업장에 확산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일하기 좋은 충남’을 도정의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유관기관과 함께 안심 일터 만들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 근로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용우수기업 등을 중심으로 작업환경 개선, 휴식 공간 및 여가활동 인프라 확충 등의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각 지역 고용노동청과의 협조를 통해 사업주가 사업장의 안전과 관련한 책임을 다하도록 지도하고 있으며, 재해 위험이 높은 시설은 재난민방위과 등 관련부서와 합동으로 정기적으로 점검도 하고 있습니다.

Q. 최근 4대강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급증해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충남도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우리도 구간인 금강에서는 총 9개 지구에서 사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현재 평균 공정률은 52.4%입니다. 사업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속도감 있게 진행되다 보니 일부 사업장에서 준설선 침몰, 인명사고 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사업 초기부터 주민피해, 환경피해, 금강 주변 문화재 훼손 등 다양한 우려들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허나 이들 문제에 대해 우리 도의 힘만으로 모든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국민 갈등 해소 차원에서 중앙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책임 있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도는 해당 문제점들에 대해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는 한편 해결방안에 우리 도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Q. 전국의 근로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근로자 여러분. 먼저 우리 산업현장의 최일선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시고 계신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간 우리 경제는 여러분의 노고에 힘입어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가히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목전에 다가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광의 순간을 눈앞에 둔 지금 저는 조금 걱정스러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과연 현재와 같은 상태로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할지 의문스럽기 때문입니다.

제게 이런 우려의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은 바로 산업재해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안전사고가 다발하는 국가는 결코 선진국으로 인정받을 수가 없습니다. 진정한 선진국은 경제 성장은 물론 국민 모두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국가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근로자분들께서는 늘 산업안전에 관심을 가지셔야 할 것입니다. 우리 지방 정부 또한 여러분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끝으로 근로자분들과 사업주분들이 함께 밝고 안전한 산업현장을 만들어 가길 소망하면서 여러분 모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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