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119구조단 이동성 단장

UN 상급구조대 인정받으면 대한민국 국격에 큰 효과 기대

우리나라 최정예 특수구조대원들로 구성돼있는 중앙 119구조단은 지난 1995년 발대한 이래 지난해까지 국내 재난사고 2,988회(4,919명 구조), 해외 재난사고 13회(349명 구조) 출동할 정도로, 국내외 재난 사고에 대응하여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1월 기존의 구조대에서 구조단으로 정식 승격하면서 우리나라 대표구조단으로써의 위상이 더욱 강화됐다.

구조단은 위상 강화에 절대 만족하지 않았다. 승격에 맞춰 지난 5월 “활동하고 해결하는 현장에 강한 조직”이라는 비전을 통해 구조단 자체의 역량을 더욱 높여나갈 것을 선포한 것이다. 본지는 중앙119구조단 이동성 단장을 만나 이번 비전선포식의 의미, 그리고 구조단의 활동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지난 1월 28일 중앙119구조단으로 승격된 이후 지난달에는 비전선포식을 가졌습니다. 비전선포식의 의미를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산업의 고도화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재난은 갈수록 복잡화,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글로벌 수준의 재난 및 테러 대응능력을 가진 구조단으로 거듭난다는 취지로 비전선포식을 지난 5월 19일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이 비전 선포식을 통해 우리는 구조단 승격에 맞게끔 크게 3가지를 국민 여러분들에게 약속드린 바 있습니다. 첫 번째가 ‘최고의 전문역량을 갖춘 소방의 최정예 인명구조 특수부대가 될 것’, 두 번째가 ‘전국의 119구조대를 총괄하는 구조의 본산이 될 것’, 세 번째가 ‘해외 재난현장에서 세계 최고의 구조기술과 노하우로 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하며 국격향상에 기여할 것’ 등이 그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구조단은 현장 지휘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각종 훈련을 더욱 강화하여 현장 대응력을 높여나갈 것입니다. 또 특수부대 출신 전문가의 영입과 전국 구조대원에 대한 활발한 인사교류로 인적쇄신도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강조해 말씀드리지만 구조단 승격은 단순히 승격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재난사고에 대한 구조기관으로써의 역할을 더욱 강화한다는 우리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중앙119구조단의 역할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중앙119구조단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최정예 특수구조부대입니다. 각종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히 대응,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 중앙119구조단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침아래 국내외에서 대형재난, 특수재난 등이 발생하거나 각 지자체에서 처리가 곤란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매뉴얼에 따라 신속히 출동, 국가적인 차원에서 인명구조활동과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역할은 인명 구조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현장에 맞는 여러가지 구조기술 및 구조기법, 교육 프로그램 등도 상시적으로 개발하여 현장에 보급하고 있으며, 필요시에는 각 지역의 구조대원들에게 훈련 및 교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종합해 보면 우리 중앙119구조단은 각종 재난에 대한 인명구조 활동 외에 선진구조기법 및 기술의 개발, 대규모 국가적 행사 지원 등 구조구급 분야에 관해서는 모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Q. 해외구조 활동의 의미를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해외구조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우리 구조단은 지난해까지 총 13차례 해외 지원활동을 나간 바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어려웠던 구조활동은 단연 이번 일본 지진구조활동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시겠지만, 일본의 경우 피해는 쓰나미 때문에 주로 일어났습니다. 약 10~20m 물기둥이 150km 속도로 덮쳐서 초토화된 것이지요. 수만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처참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거기에다가 당시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누출사고가 추가적으로 발생하고, 여진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일본 열도 전역이 한순간 혼돈에 빠져버렸습니다.

우리구조대는 이런 혼란 속에 전기, 식수 등과 숙식, 인프라, 차량 등의 기본적인 기반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구조활동에 들어간 것입니다. 구조 활동 차원에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던 것이지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 대원들은 한명의 생존자라도 발견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구조 활동에 나섰습니다. 향후에 일본 천황이 우리 대사를 특별히 초청해서 지진대처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을 정도니 우리의 노력이 얼마나 컸는지 쉽게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 것은 구조활동 자체가 국가의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한 나라를 도와주자고 판단하면, 우리 대원들은 국가의 대표로서 그 지역의 위험성여부와 상관없이 고통받는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도와줘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구조단은 항상 이러한 사명감을 가지고 구조활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국가의 구조단들 사이에서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은 물론 대내외에서 국위선양의 대표주자라는 평도 자주 듣고 있습니다.

Q. 일본은 안전선진국이라고 하는데도 피해가 상당히 컸습니다. 전문가 입장에서 일본의 피해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일본도 진도9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줄은 생각도 못했을 것입니다. 즉, 자체 수립해놓은 재난 대응 매뉴얼을 넘어선 규모의 지진과 쓰나미였기 때문에 그 피해가 엄청났던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일본은 재난 대비에 대한 새로운 매뉴얼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도 9정도로 예상해서 방파제 높이, 방파제 강도, 원전 비상발전기 위치 등부터 물리적으로 쓰나미를 막을 수 있는 비상발전시스템, 에너지 공급체계 등을 세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인접국가인 우리나라도 지진 및 쓰나미에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본에서도 지금까지 발생하지 않았었던 대재앙을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것이라 가정하여 그에 맞는 대비를 갖추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쓰나미를 가정해 방파제를 25m 이상 쌓아올린다면 만약의 대비 측면에서는 분명 좋은 일이지만, 거기에 투입되는 예산과 시간, 인력 등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어떻게 보면 낭비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피해가 매우 심각했다는 점을 보면 우리나라도 결코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도 어느 정도의 대비는 해놓을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이번 일본에서 문제가 됐던 원전안전 분야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동해안에 집중적으로 원전을 건설해놓았는데, 그 주위에 실제 가보면 기본적인 방파제조차 갖춰지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는 진도6.5로 감안해 원전을 건설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처럼 진도9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를 조금 더 보완하고, 쓰나미에 대한 예측도 미리해서 방파제 등을 보강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일본 지진사태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인데요.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일본을 놓고 보면 지진 당시 취재하는 기자들, 거리를 다니는 시민들, 안내하는 경찰들이 헬멧을 착용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안전에 대해서는 이미 생활화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나한테 사고는 평생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안전 자체가 실천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의 가장 큰 원인은 교육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식이 좋은 사람을 우대하는 지식위주의 교육, 입시위주의 교육이 만연해있고, 대신 안전교육 및 예전교육 등 인성교육은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이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안전불감증’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보통 인성이 정착되는 시기가 13세라고 하는데, 과연 우리 국민들 중에 이때까지 안전교육을 체계적이고 반복적으로 받은 사람과 화재대피, 지진대피 훈련을 받아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안전교육은 어릴 때부터 성인 때까지 반복적으로 계속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안전이 체득화, 습관화, 생활화될 수 있고, 운전할 때 자동적으로 브레이크 페달에 오른발이 가듯이 위험상황이 오면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안전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합니다. 유치원 및 각급학교 학생들은 물론 대학생, 성인 등도 각종 교육과정에서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교과부 등 관계부처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Q. 최근 사회적으로 위험요인이 다양화되면서 구조구급 분야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건축물의 변화는 초고층화와 지하심층화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100층에 근접한 건물들과 지하에 10만명이 들어갈 수 있는 건물, 그리고 지하 5~10층까지 내려가는 건물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에 대한 사고 대비 시스템의 구축에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건물에서 화재나 각종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기법과 장비를 연구·개발해나가는 한편, 만약 선진국에서 그러한 장비나 기술이 있다면 즉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그에 맞는 훈련 및 교육 프로그램도 앞으로 보강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구조기법이나 장비는 상당히 선진화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위의 시대적 변화에 따른 재난의 양상과 규모를 예측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최근 소방분야의 화두이고 가장 큰 현안사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중앙119구조단의 계획을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국제구조대 UN등급 심사가 11월 중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현재 미국, 영국, 독일, 헝가리 등 11개국 15개 팀이 상급에 속해있는데, 우리나라도 상급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급구조대의 경우 재난현장에 대한 우선적인 접근권이 부여되고, 생존가능성이 많은 복합붕괴지역에 구조대가 우선 배정되는 이점이 있습니다. 또 개도국에는 훈련 및 교육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지원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우리가 상급으로 인정받는다면 국제사회 속에서 우리나라 구조대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이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도 크게 제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요즘 떠오르는 단어하나가 ‘고신뢰 조직’입니다. 이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주어진 임무를 잘해내는 조직을 말합니다. 빈라덴 사살작전에 투입된 미국의 네이비씰 대원들, 그리고 아덴만작전 때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해낸 우리나라의 UDT대원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 중앙119구조단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인명을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계속 노력해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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