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지역안전보건협의회 박영수 회장(한솔홈데코 총무팀 과장)

지방고용노동관서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활성화 될 수 있어
안전관리 효율화로 지역 산재감소에도 큰 기여
산업안전 분야가 지역 중심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방노동관서와 안전유관기관, 산업현장 안전담당자들의 연대를 강화해 지역 중심의 산재예방 정책이 수립·시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지난해 발표된 제3차 산재예방5개년 계획 및 최근 심혈을 기울여 추진 중인 안심일터 만들기 전략에도 담겨져 있는 사항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안전관리협의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의 현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고 그 개선점을 지청 등 노동관서에 요구해나가면서 현실에 맞는 정책의 시행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협의체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협의체가 잘 갖춰진 곳이 많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본지는 이런 점에서 지역 협의체 활동이 가장 잘 이뤄진다는 익산지역을 찾아가봤다. 그곳에서 익산지역 안전보건협의회 박영수 회장을 만나, 협의체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익산지역 안전보건협의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 익산지역 안전보건협의회는 그동안 여러 사정으로 인해 지지부진 운영되어오다가 지난 2006년부터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매월 지청과의 공조 속에 회의 형식으로 모이고 있으며, 연초 계획에 의거하여 회원사업장에 대한 교육 및 안전점검, 캠페인, 회원유대강화 이벤트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협의체에는 안전보건관리자는 물론 부서장 등을 포함하여 25개 사업장 45명이 참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회원이 명퇴나 기타 정년 등으로 인하여 회사를 그만두어도 본인이 산재예방에 기여하고자 할 경우 명예회원으로 남아 함께 활동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Q. 안전보건협의체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안전이라는 중요한 업무를 안전관리자 혼자 하기에는 조금은 벅찰 수 있습니다. 또 같은 업무를 계속 반복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매너리즘에 빠져서 안전업무 자체를 등한시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협의체가 필요한 것입니다. 협의체의 세미나 및 워크샵, 회의 등을 통해 다른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자들과 얘기하다보면 본인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체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타 사업장의 좋은 활동사항 및 우수 사례 등 관련정보를 입수하여 업무에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자신의 사업장 위험요인에 대해 다른 사업장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점검해줄 경우 보다 다양한 시선으로 많은 위험요인을 도출해낼 수 있어 생동감 있는 업무를 할 수 있고, 안전관리활동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도 사전에 차단시킬 수 있습니다

교육적인 부분도 마찬가지 입니다. 다른 사업장의 교육 노하우를 작업장 현장에 맞게 도입할 수 있게 되면서, 형식적인 교육에 물들어져 있는 근로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교육내용을 알차게 구성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종합해보면 협의체는 지역 사업장들을 교육, 진단, 회의 등을 통해 하나의 사업장처럼 아울러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보통 동종업계 및 동일지역에서는 위험요소가 비슷하기 때문에 이러한 협의체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정부와 산업현장간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도 협의체의 큰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실질적인 산재감소의 효과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관서에서 추진하는 정책들이 현장에 원활히 자리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현장에서 잘 적용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행정, 시간, 인력 낭비 등 많은 문제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현장 안전보건담당자들과 관리감독기관의 원활한 업무공조체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안전관리자들이 현장의 문제점들을 적극 제시하고 관련기관이 이를 검토하여 수용한다면, 차기에는 좀 더 현실감 있는 정책들이 수립될 수 있고 그에 맞게 정책의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은 이러한 과정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은 지청이나 관은 위에 있고 사업장 담당자들은 한참 밑에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면서, 현장의 안전담당자들이 산업안전과(현 산재예방지도과)에 도움받을 일이 있어도 쉽게 찾아가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지역의 경우 협의체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이러한 애로사항이 자연스럽게 없어졌습니다. 우리 협의체 회원들은 아무 때나 지청을 자유롭게 방문하여 근로감독관들과 차 한 잔 마시면서 현장의 애로사항에 대해 상담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근로감독관들과 정책의 효과적인 추진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서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 현장 안전관리자들의 업무추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지청 입장에서도 그동안 몰랐던 현장의 애로사항에 대해 알게 되면서, 좀 더 현장에 맞는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수립하여 시행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상호 간에 Win-Win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부의 정책이나 계획이 현장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관과 현장간의 의사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서도 우리와 같은 협의체를 지역마다 활성화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아직 우리나라에는 협의체가 활성화되지 못한 곳이 많습니다. 이들 지역에 협의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주신다면?

우리와 같은 협의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안전관리자들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각 지방노동관서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합니다.

지청에서는 관내 사업장의 업종별 현황은 물론 사업장규모, 안전관리자 유무, 사업장의 위험요인 등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안전관리가 취약한 사업장, 재해가 우려되는 사업장들의 사업주, 안전보건관리자, 부서장 등이 모여 사업장들의 재해를 심도있게 논의해보는 자리를 지청에서 나서서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자리에서 안전보건 정보 등을 공유시키고, 타 지역 협의회의 우수사례 등을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처음에만 어렵지 구심점을 만들어 활동을 펼치다보면 협의체는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협의체 회장으로서,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발전을 위해 정부 측에 개선을 요구할 사항이 있으시다면?

정부의 정책은 장관이나 정책관 등이 교체될 때마다 바뀌는 특성이 있습니다. 장관 또는 정책관 등이 주관적인 판단, 철학에 의해 업무지침 내릴 수 있지만, 그것이 예전에 하던 업무와 괴리감이 있으면 안 됩니다.

한 가지 정책이 사업장에 시행되려면 보통 3~4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준비기간을 거쳐 이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려는데 장관 또는 정책관이 바뀌면서 다시금 새로운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면 현장에서는 큰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안전이라는 업무의 기본방향은 인간존중에 의한 재해 감소입니다. 큰 방향은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가운데, 세부적인 안에 대해서 사회 흐름의 변화에 맞게끔 개선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한 안심일터 만들기 사업이 이제 본격 추진되려는 단계에 와있습니다. 사업장에서도 이를 준비하면서 좋은 점도 굉장히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잘 살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개선해나가야지 또다시 새로운 것을 시행한다면 너무 비효율적일 것입니다.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에서 잘 감안했으면 좋겠습니다.

Q. 사업장의 안전을 위해서는 사업주들의 안전마인드를 향상시키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전에 관심이 없는 사업주가 있는 사업장에서 안전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업주들의 안전마인드는 우리와 같은 안전보건관리자들이 나서서 바꿔나가야 합니다. 안전이 반영되지 않으면 사업이 얼마나 위태로울 수 있는지, 그리고 안전활동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을 어필하면서 사업주들이 안전보건을 경영방침에 포함시키도록 유도해나가야 합니다.

사업을 시작하면 사업주들은 생산성, 품질에 경영 1순위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안전관리자들이 어떻게 사업주에게 어필하느냐에 따라 사업주의 정책 및 마인드는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의식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었는데, 아직까지 이의 개선은 더딘 것 같습니다. 근로자들의 의식 개선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해주신다면?

근로자들이 사업장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안전을 접하고 있어야 하지만, 그것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학창시절에 안전이라는 것을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근로자들에게 안전에 대해 습관을 가지라고 하는 식이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의식 부분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어차피 단기적으로 근로자들의 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입니다. 장기적으로 근로자의 안전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학교교육부터 안전을 강조해야 할 것입니다.

안전은 산업안전 외에도 가정안전, 교통안전, 사회안전, 재난안전 등 다양한 개념이 있습니다. 이들을 안전이라는 하나의 테두리로 묶어서 접근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전체적인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산업현장에도 수준 높은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협의회의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회원사업장간의 우의를 더욱 다질 수 있는 활동을 지금보다 더 많이 펼치고, 지청과도 긴밀한 유대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동정책에 적극 동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익산지역은 일반제조업, 자동차조립업, 화학업, 식품가공업, 석재산업 등 다양한 업종이 분포되어 있는 가운데,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 매우 많은 특성이 있습니다. 이들 사업장에는 안전관리자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협의회 차원에서 안전진단과 필요하다면 교육도 지원해줄 계획입니다. 우리 협의체에는 기계, 화학, 전기 등 다양한 분야의 안전보건전문가가 많아서 그러한 활동이 가능합니다.

현장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 소규모 사업장들이 협의체의 필요성에 대해 더 느끼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협의체 활동도 더 활성화되고, 지역의 산재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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