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안전지도자회 중앙회 천경희 서울시회장

안전은 조기교육이 필수, 몸에 안전습관이 배게 만들어주어야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에 앞서 어른들에 대한 교육 선행돼야
최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4세 이하 어린이 사망자 1,888명 가운데 32%인 604명이 안전사고로 사망했다.

이는 선천성질환(17.4%, 328명), 신경계질환(12.4%, 234명), 종양과 암 등 신생물(10.1%, 191명) 등을 제치고 어린이 사망자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다.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을 유형별로 보면 교통사고가 45.7%로 비중이 가장 컸고, 익사(14.1%), 추락(8.9%), 질식(2.3%), 화상(1.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더욱이 9세 이하 어린이들 사망 원인의 60% 이상이 안전사고로 나타나 부모 및 어른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머니안전지도자회는 어린이들의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본지는 어머니안전지도자회 중앙회 천경희 서울시회장을 만나, 어린이 안전사고의 현실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어머니안전지도자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어머니안전지도자회에서는 아이들에게 교통, 화재, 승강기 등 생활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부모들의 맞벌이로 손자, 손녀를 돌보는 조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아이들에게 직접 교육하는 것 외에도 이들 조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실시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우리 지도자회는 정부단체 등 유관기관 등과 함께 각종 안전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으며, 각종 안전사고로 부모를 잃은 어린 소년·소녀가장들과 자매결연을 맺어 그 아이들에게 후원금도 지원해나가고 있습니다.

Q. 처음에 어머니안전지도자회에 참여하시게 된 동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게도 뉴스에서 나오던 교통사고 소식은 남의 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4년 전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같은 병실에 있던 5살짜리 아이의 사연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제 아이는 단순한 골절이었지만 그 5살짜리 아이는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크게 다치면서 성장판이 손상됐습니다. 성장판이 망가져 더 이상 오른쪽 다리가 자라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그 아이는 성장기가 끝날 때까지 매년 뼈를 늘려주는 고통스러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때 ‘교통사고는 정말 무섭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아이들이 사고 때문에 고통받는 현실 속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수소문으로 어머니안전지도자회를 알게 됐고, 곧바로 노원교통공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어린이 안전교육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안전교육을 받는데, 이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어린이 안전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얼마 전 제가 유치원에서 무단횡단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었는데, 교육 받던 어린이가 “우리 아빠 엄마는 제 손을 잡고 그냥 무단횡단 했는데 사고 안났어요”라고 말해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학습능력이 뛰어난 반면 판단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부모의 행동 하나하나를 바로 받아들입니다. 부모가 올바른 행동을 하면 아이들도 그렇게 하고, 그른 행동을 해도 그대로 따라하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안전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활 속에서 부모들은 물론 어른들이 모범을 보여야 어린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봤을 때 우리나라 교통안전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제 경험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선진국과 우리나라를 놓고 보면 도로정비 상황이나 시설물, 안내표지판 등 교통시설이 절대 부족하거나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교통사고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안전의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본에서 보행자가 건널목을 지날 때 운전자들이 ‘무한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보행자를 기다리는 모습을 몇 번이나 목격했습니다. 신호가 바뀌어도 누구하나 클랙슨을 울리지 않았습니다. 보행자가 다 건넌 후에도 운전자들이 좌우를 주시하면서 천천히 출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뉴질랜드를 견학 갔을 때의 일입니다. 우리 버스를 운전하던 현지 기사분이 점심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왜 식사를 거르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배가 부르면 졸릴 수 있고, 졸리면 졸음운전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손님 안전을 위해 저는 식사를 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받은 충격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재작년에 저희 지도자회에서 어린이들의 자전거 교육을 위해 교장 선생님들을 면담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일부 선생님들에게는 ‘교육을 해도 사고는 나는데 왜 교육이 필요한가’라는 의식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이런 생각을 가지신 선생님이 없을 것으로 믿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이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수준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어린이가 안전사고를 당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고 유형별로 올바른 대처 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린이가 각종 안전사고를 당하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최선입니다만 사고가 났을 경우 대처를 바르게 하는 것도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대처방법을 잘못 알기 쉬운 교통사고와 화재사고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어린이들은 교통사고를 당했을 경우에 아빠나 엄마보다 119에 먼저 전화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어른들이 어린이 교통사고를 목격했을 경우에도 119에 신고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물론 부모일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사고 현장에 119만큼 빨리 오지 못하고, 먼저 도착했다고 하더라도 경황이 없어 사고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골절 등의 사고를 당한 아이를 부모들이 급한 마음에 잘못 건드릴 경우 더 큰 손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119 대원들은 각종 사고에 대한 완벽한 사고 대응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목격했을 경우 성급하게 행동하지 말고 무조건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우리 지도자회가 어린이 안전교육을 진행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그리고 집안이나 실내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119에 신고하는 것보다 먼저 밖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몇해 전 발생한 사고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두 아이만 있던 집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불이 나자 다급해진 아이들은 직장에 있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화재 사실을 알렸고, 전화를 받은 아버지는 ‘119에 전화해’라고 아이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시킨대로 119에 전화를 걸려고 노력하다가 결국에 화재 현장에서 질식사했습니다. 아버지의 말뜻은 화재 위험이 없는 곳에서 119에 신고를 하라는 것이었겠지만 아이들은 아버지의 말을 들리는 그대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실내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어른들도 대처하기 힘든 것이 사실인데, 아이들이 이를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무조건 화재 위험이 없는 밖으로 나와 큰 소리로 “불이야”라고 외쳐 주변에 화재발생 사실을 알린 후 119에 신고하는 것이 올바른 대처 방법입니다.

 


Q. 활동을 전개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린이들에게는 반복학습이 가장 중요합니다. 공부도 그렇지만 안전교육은 더욱 그러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안전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어린이들은 사고예방 요령에 대해 대답도 잘하고, 사고 시 대처방법도 올바르게 행동에 옮기곤 합니다.

하지만 몇 달 후에 같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교육내용을 수업하면 처음 알려줄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린이들에 대한 안전교육이 정기적, 반복적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입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안전교육 시간을 소풍, 견학 등으로 대체하고 있고, 심지어는 학교 전체를 통틀어 한 학급에서만 안전교육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전교육 시간이 제도적으로나마 넉넉하게 확보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무보수로 순수하게 봉사하고 있는 단체들에 대한 지원방안도 필요합니다. 교육은 전문성이 기본이 돼야 합니다. 전문가를 양성하고 양질의 교육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나 기업 등의 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Q. 어린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애쓰시고 계신데, 가장 보람됐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이 있다면.

얼마 전 횡단보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반대편에서 한 여자 아이가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것입니다.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아이가 다가와서는 “선생님, 저 잘 지키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자세히 보니 최근에 어린이집에서 교육했던 아이였습니다. 그때 정말 ‘내가 이것 때문에 이 일을 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직접 교육하지 않은 아이들이라고 해도 횡단보도에서 손을 들고 건너는 아이들을 볼 때면 이런 느낌을 받습니다.

저희와 비슷한 활동을 펴고 계신 분들의 노력이 어린이 사고를 예방하는데 미약하지만 보탬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느끼는 것이지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교육내용이 아이들에게 잘 전달됐을 때만큼 보람되고 행복한 순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어린이 안전사고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서 높다는 소식이 들릴 때에는 정말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이럴 때마다 저희는 더욱 열심히 어린이들을 교육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Q. 끝으로 어린이 안전을 위해 힘쓰고 계신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 지도자회 회원분들은 물론 학교보안관, 아동지킴이 등 많은 분들이 ‘나, 우리가 해야지’라는 마음가짐으로 각각의 현장에서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힘쓰고 계십니다. 이 모든 분들에게 먼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안전예방활동을 펴는 시간만큼은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데도, 이를 이해해주시고 계신 가족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끝까지 지켜봐주는 가족이 있어 이런 활동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활동을 많이 지켜봐주시고, 변치 않는 성원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여러분들 또한 실천하는 안전인의 대열에 적극적으로 합류해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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