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장(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장(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세기의 대결이 펼쳐졌다. 2016년 3월 서울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다. 컴퓨터와 사람과의 대결을 접하면서 알파고가 4대 1로 완승을 거두는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인공지능의 위력을 실감한 놀라운 사건이다. 특히 바둑은 경우의 수가 엄청나게 많아서 아무리 컴퓨터라도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이세돌이 1승이라고 거둔 것에 찬사를 보낸 상황이 되었다.

알파고는 어떻게 이세돌을 이겼을까? 알파고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가 스스로 패턴을 찾고 학습을 하며 분석함으로써 인공지능을 완성하는 특징이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예측하여 빠르고 신속하게 훈련함으로써 사람의 능력을 추월하여 승리의 전략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학습을 할 수도 없고, 전략을 세울 수도 없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사람들이 쌓아온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도 1년에 2천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일하다 사망하고 있다. 하루에 5명이 넘는 안타까운 생명이 산업재해로 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정부에서는 2018년부터 산업재해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산업재해는 쉽게 감소되지 않고 있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은 무엇일까? 어떤 일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도 산재에 대한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정확하게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과학적인 원인 규명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많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유형의 산업재해에 자료 확보를 통해 심층적인 분석을 실시함으로써 산업재해의 현 주소를 파악해야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

현재 산업재해 통계는 고용노동부에서 매년 발표하고 있는 ‘산업재해 현황분석’ 자료가 있다. 이 자료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요양 승인을 받은 재해를 규모별, 업종별, 성별, 연령별 등의 세부항목별로 분석하여 통계표로 제시한 것으로서, 원시자료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산업재해 현황을 심층 분석할 수가 없다. 통계표에 제시된 수치만으로는 교차분석을 시행할 수 없고, 교란변수를 통제할 수 없으며, 개선 전략 수립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

정부에서는 2013년부터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국민생활 전반에 걸쳐 생성된 공공데이터를 민간에 제공하고 이용을 활성화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확보한 대부분의 자료는 종류와 양이 엄청난 빅데이터이기 때문에 이 자료가 민간에 공개되어 활용된다면 엄청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국민의 질병과 의료에 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국민건강문제에 대한 조기 대응에 활용하고 있고, 빅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하여 학술적인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 편익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작년 7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6개 분야 빅데이터 플랫폼 서비스를 개시하였는데, 여기에는 소방안전, 스마트치안 등도 포함되어 있어 국민안전과 관련된 빅데이터 축적 및 공급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현황을 파악하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데, 산재 자료와 같은 방대한 자료도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여 정확한 정보를 생산하고 제공하여 민간에서도 원시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어야 한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 이루어진지 5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교통정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율운전자동차도 10년 내에 상용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 근로자들의 안전과 관련된 산업재해 예방 분야는 아직도 시대적인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기본적인 산재 자료를 정돈하여 빅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과학적인 자료에 기반하여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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