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태 대전충정지역 건설재해예방전문기관협의회 회장

 


대전충정 지역은 재해예방기관 간의 협력체계가 가장 잘 갖춰진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8개 재해예방기관이 '재해감소'라는 궁극의 뜻으로 모여, 지역 안전문화의 발전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협의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타 지역의 재해예방기관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부 지역에서는 재해예방기관 간의 지난친 경쟁으로 재해예방 사업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데, 이들 지역에 대전충정지역은 큰 모범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지는 이번보 'Safety Interview'코너에 대전충정 재해예방전문기관 협의회 김준태 회장을 초대해봤다.

Q. 우리나라 중소건설현장에 있어 산업안전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되시나요?

건설현장에서의 안전의식은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쉽게 설명해보면 초보단계를 갓 벗어난 정도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들은 불안전한 행동을 하고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그리 큰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고, 사업주들은 현재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만 보고 안전에 대한 투자 자체를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이윤 항목으로 여기고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아직도 건설현장 전반에 만연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소액공사, 즉 중소건설현장 일수록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중소건설현장에 대한 재해예방을 위해 건설재해예방기술지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중소건설현장에서 안전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건설재해예방기술지도는 3억 이상 120억 이하 건설공사에 대해 시행되고, 토목공사는 150억 미만 공사에 시행됩니다. 그러나 기술지도를 받는 현장은 전국 시공현장의 1/3에 불과합니다. 그 외에는 모두 법망을 피하면서 기술지도를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지요.

관급공사는 관에서 관리를 하면서 건설재해예방기술지도가 정착되어 있으나 민간이 발주하는 공사들은 대부분 받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건설재해예방기술지도 대상 현장들의 2/3가 안전의 사각지역에 있기 때문에 10년을 넘게 제도가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건설현장에서는 아직 안전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엄밀히 보자면 안전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잘 지키지 않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중소건설현장을 기술지도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으셨다면?

3억원 이상의 건설현장의 경우는 자신들이 기술지도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그나마 상황은 괜찮다고 할 수 있으나, 국고지원 현장인 3억 미만 건설현장은 95% 이상이 기술지도 자체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안전의식이 결여되어 있고 산업안전보건관리 사용 자체를 꺼리는 현장을 지도점검 할 때가 가장 어렵습니다. 현장 방문 자체가 두려울 때가 있을 정도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앞으로 정부가 개선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현장에 대해 보다 강력한 사후처리를 해준다면 중소건설현장의 안전도 어느 수준까지는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대전충청지역은 지역 재해예방을 위해 단결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대전충청지역의 건설업 재해율만 보면 전국 꼴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관내 건설재해예방기관(8개 기관)들이 책임에 통감하다가, 중소규모의 건설현장만이라도 재해를 감소시키자고 뜻을 모아 지난 2003년 협의회를 구성했습니다. 그러나 각 기관들의 이해관계로 구성과 해체를 반복했고, 그러다가 금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이해관계를 떠나 지역 내 건설재해 감소를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다시 모이게 됐는데, 이 점으로 인해 단결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일부지역에서는 재해예방전문기관들의 과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희 대전충청 지역도 한때는 수익에만 급급해서 수수료 경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가 수수료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기술지도에 대한 수준 역시 크게 뒤쳐졌었던 기억이 납니다. 건설현장 관계자와의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해야하는 입장에서 형식적인 지도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경쟁구도에 있는 다른 지역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지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이익만 생각하면 사업장에서도 믿음과 신뢰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손해를 조금 더 본다는 자세로 지역 내 재해감소를 위해 상호 배려하고 신뢰한다면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은 타 지역에서도 효율적으로 현장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위의 답변과 관련해 우리나라 건설재해예방기관들에게 조언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중소 건설현장의 안전관리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여러 매체를 통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중소 건설현장의 재해는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고, 그 심각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건설재해예방기관이 설 자리 또한 분명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 점을 하루 빨리 깨달아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사업장에 대한 기술지도를 수익으로만 보지마시고, 서로 협력하면서 진정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시기를 바랍니다.


Q. 0.7%대의 재해율이 10년이 넘게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지난해 전체업종평균 재해율은 0.70% 이었습니다. 그 중 건설업은 0.65%로 전체 평균보다 약간 낮았습니다. 그러나 중소규모 건설현장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자세히 말씀드리면 지난해 3억 미만 공사현장에서의 재해율은 1.79%, 3억원 이상 20억 미만 현장은 1.16% 였습니다. 또 건설재해예방기술지도 대상인 20억 이상 120억 미만 현장도 0.67%로 평균 재해율을 상회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중소규모 건설현장 가운데에서도 규모가 적을수록, 특히 20억 미만 사업장에서 재해가 많이 발생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중소규모건설현장에서의 재해가 많이 발생했던 원인으로는 크게 하도급으로 계속 내려가는 건설공사의 복잡한 체계, 그리고 안전보다는 능률을 우선으로 하는 공정 방식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규모일수록 뚜렷해지는 관리자의 안전의식 부족과 부실한 현장관리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이 점들을 바로 잡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0.7%대의 재해율은 예상보다 오래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반대로 이의 개선을 통해 중소건설현장의 재해율을 줄여나간다면, 우리나라의 중장기적인 목표인 0.5%대의 재해율 달성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중소규모 건설현장의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선결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사업주와 관리자의 안전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안전교육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점이 중소건설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하고, 지도기관은 형식적인 점검보다 실제 현장에 도움이 되는 점검과 지도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지도기관의 경우는 현장의 위험요인을 제거해주는 것은 물론 근본적인 재해예방 대책도 현장에 제시해주는 역할까지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향후 협의회의 계획을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중소규모건설현장에 안전의 필요성을 심어주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고, 민간 발주 건설현장에 재해예방기술지도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계몽과 홍보활동도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저희 대전충청지역 건설재해예방기술지도 기관들은 ‘협력’, ‘믿음’, ‘신뢰’를 바탕으로, 성숙된 질서를 유지시켜나가 ‘안전한 대전충청지역’을 만드는데 일조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