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이네오스화학(주)

당장 내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석유ㆍ화학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석유ㆍ화학공장은 초정밀 자동제어시스템으로 공장이 가동됨에 따라 사고 위험은 현저히 낮지만, 혹여나 화재ㆍ폭발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대규모 인명피해로 직결될 우려가 높아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련 기업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노력해나가야 하는지 모범을 보이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울산석유화학공단에 소재한 롯데이네오스화학㈜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초산, 초산비닐 등 정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이곳은 공단 내에서 우수한 안전관리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그 명성은 정부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발간한 가이드북에서 우수사례로 소개될 정도다.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유지해 나가는 그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이곳을 찾아가 봤다.
 

 

◇기업의 전통이된 ‘안전 최우선 경영’
롯데이네오스화학은 지난 1989년 영국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인 BP(British Petroleum)사와의 합작으로 설립됐다. 공장이 만들어질 당시부터 영국 등 안전 선진국의 강화된 기준이 적용됐다. 공장 가동 초기 단계부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온 경영 기조는 기업 내 흔들리지 않는 전통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으며, 지난 30여년 간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유지할 수 있게 한 핵심 원동력이 됐다.

현재 기업의 비전이 기존 ‘아시아 탑티어’를 넘어 ‘글로벌 탑티어’로 전환되는 등 성장과 발전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이곳에서 안전의 가치는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분위기를 일부 경영진이 아닌 임직원 모두가 만들어 간다는 점이다. 주기적으로 개최되는 ‘안전 서약식’이 그 예다.

매년 대표이사부터 신입 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임직원이 안전 서약서에 자필로 서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서약서에는 사업장에서 준수해야 할 안전 수칙과 실천 사항, 슬로건 등이 담겨 있다. 이러한 내용은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안전 워크숍을 통해 직원들 스스로 지속적인 논의와 토론을 통해 도출한 것이 특징이다. “최고 경영진들이 어떤 것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과, 직원들 스스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주도적으로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확신에 찬 눈빛으로 강조하는 김우식 안전환경팀장의 말에서 사업장 내 굳건한 안전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이곳의 세심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사람·설비·시스템, 그 중의 제일은 ‘사람’
이곳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안전활동 중 하나는 바로 ‘사람 관리’다. 물론 이곳에서 보유한 안전 설비와 시스템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에는 비상 상황 시 임직원들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수십억 원 대의 교육용 시뮬레이터를 설치했을 정도다. 설비와 시스템은 기본이고 가장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사람’, 즉 작업자의 안전인 셈이다.

실제 이곳에서는 사람이 수행하는 작업의 위험성을 체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작업안전관찰제도(Job Safety Observation)’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안전환경부서가 전사적인 위험요소를 직접 관리하던 기존의 안전활동 패러다임을 실제 작업 부서의 상급 관리자가 위험성을 스스로 책임지도록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 과정도 체계적이다. 먼저 안전 작업 허가서 및 작업안전분석(Job Safety Analysis)을 통해 작업 종류 및 위험성에 대한 리뷰가 이뤄지면 작업을 수행하는 부서에서는 체크 리스트를 통해 세심한 관찰을 실시하고 그에 따른 피드백을 작성한다. 
세부적인 내용은 사업장 통합정보시스템에 등재가 된다. 실제 작업자의 안전 책임을 강화한 이 제도를 통해 휴먼에러가 대폭 감소한 것은 물론, 이제는 고유의 안전 제도로 정착해 사업장 내 전반적인 안전문화 수준 향상에도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현장 작업자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또 하나의 활동은 ‘안전강조주간(Safety Awareness Week)’이다. 매년 상·하반기 1회씩, 일주일 동안 열리는 이 행사에서 직원들은 오로지 ‘안전’만을 생각하고, 집중적인 안전활동에 매진한다. 안전표어를 공모해 선정된 슬로건을 사업장 곳곳에 부착하고, 사내 방송을 통해 ‘안전’을 주제로 다양한 건의사항과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통해 이곳에서는 안전이 모두가 공감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가 되고 궁극적으로 흔들림 없는 굳건한 문화로 자리 잡아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빈틈없는 파트너사 관리로 사고예방에 만전
이곳에서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이중 삼중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내부에서 아무리 빈틈없는 안전활동을 전개하더라도,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사고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먼저 ‘안전 및 품질 우수업체 선정 제도(Qualified Vendor List)’가 눈길을 끈다. 이는 안전에 문제가 있는 업체는 애초에 사업장 문턱을 넘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업체 선정 시 안전관리 수준과 역량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으며, 반드시 안전환경팀의 합의와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단계를 거쳤다고 끝이 아니다. 협력사 직원들은 모바일 출입 등록 시스템에 개별적으로 등록하고 안전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미이행 시 사업장 출입은 불가하다. 최근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강조되는 신분 확인 절차를 한층 고도화하고, 집체 안전교육의 어려운 실정 등을 개선하기 위한 조처다. 생산된 제품을 이송하는 운송업체에 대한 안전 모니터링 활동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차량일반점검 ▲안전운행장비 ▲개인안전장구 ▲법적 증서 및 서류 ▲운전자 건강상태 ▲터미널 작업안전 등 6개 분야 58개 체크리스트를 도입·운영하며 안전한 제품 운송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제품을 안전하게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까지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라는 이곳 관계자들의 말에서 안팎으로 빈틈없는 안전관리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