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일주하며 불우한 이웃 돕는 것이 꿈

지난 1994년 어느날 서울의 모 병원 건축현장.

건물 사이의 통로에서 H빔을 고정시키기 위해 한 근로자가 두께 5cm, 길이 1.5m 정도의 철판을 들려하고 있었다. 약 100kg의 무게를 가진 철판이었지만 평소 해오던 일이었기에 아무 조치없이 철판을 세우려 했다. 그리고 다리를 구부려 철판 윗부분을 들어 올리려는 순간, 견디지 못할 통증이 허리에 전해졌다. 순간적으로 그는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비명을 질렀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병원을 찾은 그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척추 4~5번 골절.

그렇게 그는 말로만 들었던 산재사고를 당하고 평생 불편한 몸으로 살아가야 했다내용을 입력하세요.


 


사고의 원인은 순간의 방심

인천 연수구에 있는 인천광역시 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한명섭)에서 산재근로자 신혜숙씨(65)를 만나기로 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기다리던 중 멀리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는 사람이 눈에 보였다. 사이클동호회 회원의 전형적인 복장에 헬멧과 각종 보호대를 착용했고, 어깨 너머로 태극기를 달고 있는 모습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그가 바로 인터뷰 당사자인 신혜숙씨였다.

쉽게 봐도 그는 산재근로자 같지 않아보였다.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는 모습이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더 건강해 보였다. 그래서 인터뷰하기 전에 산재근로자가 맞는지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옷을 들춰 허리부분을 보여줬다. 거기에는 척추부분을 따라서 길게 꿰맨 자국이 선명하게 있었다.

사고 당시를 기억한 그는 자신의 부주의를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무거운 것을 드는데 아무 장비도 갖추지 않았고, 무릎을 구부린 채 들어야 하는 기본적인 수칙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안전에 대해 순간적으로 방심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제 자신의 부주의도 문제였지만, 당시 산업현장의 안전의식이 낮았던 것도 사고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거운 것을 들 때는 크레인 등 중장비를 사용해야 했지만, 현장에는 그러한 장비들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었습니다”

산재극복의 힘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신 씨는 다친 이후에도 절대 낙담하지 않았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거나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 자기 자신이 크게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낙담할 시간도 없이 바로 산재치료와 재활훈련에 들어갔다.

그리고 몸을 조금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인천광역시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걷기와 팔운동, 윗몸일으키기 등 가벼운 운동을 실시해갔다. 무엇보다 산재극복의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자전거였다. 산재 치료 후 구청에 전동스쿠터를 신청했지만 걸을 수 있다는 이유로 발급을 거부당했는데, 이것이 어떻게 보면 그에게 큰 기회가 됐다.

“저는 100미터를 걸으면 반드시 쉬어야 할 정도로 허리가 아픕니다. 자전거를 탄 이유도 오래 걸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자전거 안장에 타면 몸을 구부릴 수 있어 상처부위의 압착이 덜하고 핸들을 잡음으로 해서 몸을 지탱할 수 있습니다. 타는 데 큰 무리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처음에 스쿠터나 휠체어를 타고 다녔으면, 제가 이렇게 까지 건강할 수는 없었겠지요. 당시에 구청에 많이 섭섭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자전거 실력은 어떻게 될까. 선천적으로 운동을 좋아한 덕분에 지금은 자전거에 관해서는 준프로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그 실력을 인정받아 전국장애인체전에 출전했을 정도다. 지금도 인천광역시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운동하는 시간을 빼고도 6시간 이상씩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일주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인천에서 200km정도의 거리에 있는 충주시까지 16~17시간 동안 자전거로 여행한 적이 있다고 한다.

산재근로자에서 사랑의 전도사로

그의 모습에서 한 가지 이채로운 점이 있다. 바로 어깨에 메고 있는 태극기다. 이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태극기에는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다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태극기를 메면 그만큼 운전자 분들이 배려를 해주십니다. 제가 앞서 가도 클렉션을 울리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살피고 양보해주십니다. 심지어는 창문을 열고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태극기는 꼭 메고 운동을 다닐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그답게 이제 그는 사랑의 전도사로 거듭나려 한다. 가진 것이 없는 그이기에 해줄 수 있는 것은 운동을 통해 남을 도와주는 것 뿐. 그래서 그는 한 가지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기업체들의 후원을 받아 일반인들과 전국일주 자전거 여행을 해보는 것이다. 자신과 같은 어려운 이웃들의 고통을 전 국민에게 알려주고, 거기서 나오는 후원금과 수익금으로 실제 불우한 이웃을 돕고 싶다는 취지에서다.

“전국일주에 대한 계획을 근로복지공단 등에 꾸준히 건의하고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이 적극 나서주고 대기업들도 도와준다면 전국일주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불우이웃 돕기에 대한 의미를 전국에 널리 알릴 수 있다면 저에게는 삶에 있어 또 다른 기쁨이 될 것입니다. 이 기회가 꼭 저에게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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