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열차간 추돌사고, 안전시설 부실 드러나

 


중국에서 고속열차간 추돌사고가 나 23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8시 34분(현지 시각)경 중국 남동부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시 인근 20m 높이의 고가다리 위에서 정체하고 있던 고속열차와 뒤따르던 고속열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6일 현재 승객 39명이 사망하고 193명이 부상을 당했다.

벼락에 동력 시스템, 고장

이날 사고는 저장성 항저우(杭州)를 출발해 남부 푸저우(福州)로 향하던 D3115 고속열차가 오후 8시를 조금 넘은 시각 벼락을 맞아 동력을 잃고 멈춰선 것이 발단이 됐다. 이 사실을 모르고 뒤따르던 D301 고속열차는 운행 중 육안으로 앞 열차를 확인한 후에야 제동을 시작했고, 결국 추돌을 하고 말았다.

사고 후 D301호의 1~4번째 객차는 탈선하면서 다리 아래로 추락했고, D3115호의 마지막 두량의 객차는 탈선했다. 

안전불감증이 사고를 ‘참사’로 만들어

24일 신화통신 등은 이번 추돌사고는 앞서 가다 벼락을 맞고 멈춰선 D3115 고속열차가 경보시스템 파손으로 뒤따라오던 D301 고속열차에 위험신호를 전달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중국 고속철의 경우 서로 일정한 거리 내에 접근하면 멈춰 서도록 되어 있는데 벼락을 맞아 이 시스템이 고장났다는 게 이들의 설명.

하지만 신화통신은 사고를 키운 것은 결국 ‘인재’라고 밝혔다. 그 예로 고속열차에 안전벨트는 물론 열차 유리를 깨고 탈출하기 위한 쇠망치조차 없었다는 점과 응급상황에서 승객이 열차 문을 열 수 있는 장치도 없었던 것을 들었다.

또 신화통신은 D3115 고속열차가 정차되어 있던 20여분의 시간 동안 핸드폰을 통해 중앙의 운행관리부서 등과 교신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졸속’ 사고수습에 중국민 분노

중국 철도부는 24일 낮 구조활동 종결을 선언했다. 헌데 현장정리작업이 벌어지던 이날 오후 5시40분(현지시각)경 고가다리 아래로 추락한 D301호 객차 잔해에서 2살 난 여아 샹웨이이가 구조됐다.

이로 인해 중국 내에서는 중국 정부가 열차사고 처리를 졸속으로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내외 비난을 의식해 빨리 사고를 수습하는 데에만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것.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런 비판에 아랑곳없이 신속한 복구 작업을 벌여, 사고 발생 이틀 만인 25일부터 사고 지점인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 구간의 열차운행을 재개시켰다. 비록 운행은 재개됐지만 세계 최고라고 자부했던 중국 고속철의 신뢰가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이번 사고로 인한 부상자들의 상당수가 폐 파열, 내장 손상 등의 중상을 입고 있어,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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