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규 쌍용건설(주) 퇴계원-진접간 도로공사 현장 소장

직접 개발한 안전시설로 산재예방에 적극 나서
제44회 산안강조주간에서 ‘석탑산업훈장’ 수상
사업장의 안전수준을 결정짓는 요소에는 무엇이 있을까? 노사의 적극적인 참여, 우수한 안전기법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으뜸은 총 책임자의 안전에 대한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상명하복의 문화가 짙은 우리나라 사업장의 특성상 총 책임자가 안전보건에 관심이 없다면 사업장내에서의 안전보건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책임자의 안전신념이나 의지는 건설현장 일수록 그 중요성이 더해진다. 공정 대부분이 외부에서 진행되는데다 한 번에 여러 공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등 위험요소가 많아 현장 안전의 중심을 세워줄 강력한 리더십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본지는 제44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영예의 석탑산업훈장을 수상한 양철규 쌍용건설(주) 소장을 만나 그의 현장경영방침과 안전신념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석탑산업훈장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하나의 건설현장을 맡고 있는 소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너무나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상은 우리 현장을 대표해 저에게 주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모든 직원들과 근로자들 그리고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본사 임직원들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결실을 끊임없이 이어가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전 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현장 안전관리에 매진하겠습니다.

Q. 소장님 및 현장에 대해 소개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곳 현장은 국도47호선 중 상습 지·정체구간인 퇴계원IC부터 진접택지지구까지의 도로를 기존 4차로에서 8차로로 확장하는 도로공사현장입니다. 주요 작업은 6Km에 걸쳐 4차로를 신설하는 것이며, 현재에는 약 40%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1986년 쌍용건설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현재까지 25년 동안 건설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간 토목시공기술사와 건설안전기술사 자격을 취득했는데, 아무래도 안전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보니 안전에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Q. 그렇다면 평소 ‘안전’에 대한 소장님의 신념에 대해 조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퇴계원-진접간 도로공사현장을 비롯해 그간 여러 현장을 거치면서 항상 직원 및 근로자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첫째로 ‘안전은 모든 작업의 시작이며 끝이다’라는 말입니다. 안전에 대한 검토 없이 시작된 사업은 결국 사고로 귀결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저는 직원들이 모든 작업을 진행함에 있어 항시 안전을 먼저 떠올릴 것을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 근로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안전활동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강조하는 말은 ‘모든 안전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면 사고는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불안전한 행동을 금지하고, 작업장 정리정돈을 철저히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반복적인 근로자 교육, 피드백을 통한 점검지적활동 등 조직화된 안전관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Q. 직접 산재예방시설을 개발해 현장 안전관리를 이끌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금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말로만 안전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빈틈없는 안전관리체계를 갖추기 어렵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안전에 대한 저의 의지를 알리는 한편 솔선수범을 보이려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 성과물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지요.

먼저 보강토옹벽 작업 시 ‘단부 추락방지를 위한 SLIP형 안전난간망’이 있습니다. 이것은 보강토 작업 시 추락방지망이 부착된 횡방향 난간대를 반복적으로 위로 밀어 올려 고정시키는 시설입니다. 즉 보강토 작업이 진행되면서 난간을 해체함에 따라 추락사고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예방키 위한 시설이지요.

또 로울러 장비에 부착하는 ‘후방 물체인식 센서’가 있습니다. 이는 자동차에 설치된 후방 물체 인식 센서를 로울러 후방에 설치함으로써, 후진시 로울러 운전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 근로자가 있을 경우 ‘뛰뛰뛰’하는 경고음이 나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경고음이 들리면 운전자가 후진을 멈추게 되고, 이를 통해 근로자의 협착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지요.

세 번째로 구조물과 비계사이에 설치하는 ‘서랍식 추락방지 시설’이 있습니다. 구조물 공사를 하다보면 구조물 외곽선과 비계사이에 거푸집설치를 위한 작업 공간이 꼭 필요합니다. 헌데 이 공간을 만들 경우 철근과 비계사이에 개구부가 발생해 추락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게 됩니다.

‘서랍식 추락방지 시설’은 기존 비계의 단경간 부재 외측파이프에 내측 파이프를 끼워 넣은 다음 필요한 때 원하는 만큼 파이프를 빼어 추락방지망 또는 작업발판을 설치할 수 있게 하는 시설입니다. 즉 작업을 할 때는 파이프를 안으로 넣어 작업공간을 확보하고, 평시에는 파이프를 밖으로 빼어 발판을 설치함으로써 추락사고를 방지하는 시설인 것이지요.

이외 작업장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 주민들이 작업장에 들어와 사고가 나는 것을 예방키 위한 ‘작업장 입구 외부인 출입금지 안전 커튼’등도 제가 개발한 안전시설입니다.

Q. 이외 소장님께서 추진하신 안전활동이 있다면 더불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전사고의 대부분이 불안전한 행동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먼저 근로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다수의 경광등을 부착한 안전순찰차를 통해 수시로 현장을 점검하고 있으며, 시설을 불안전하게 관리한 작업자나 규정을 위반한 근로자에게는 안전수칙 위반 스티커를 발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위반 스티커를 발부 받은 근로자에 대해서는 8시간의 안전교육을 추가로 받게 하여 안전의식을 제고시키고 있습니다.

또 불량 공·도구나 안전시설의 설치가 미흡한 작업장을 발견했을 시에는 해당 공·도구와 작업장에 경고 스티커를 부착하고 작업을 중지토록 한 후 즉각적인 시정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신규 근로자의 재해발생 위험이 높은 점을 감안, 1개월차 근로자의 안전모 하단에는 적색띠, 2개월차는 노랑색띠, 3개월차는 녹색띠를 부착해 신규 근로자임을 알리고 이들 근로자들에 대해서만큼은 현장 내 모든 근로자가 각별한 관심을 쏟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각 출신 국가 언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기록된 안전용어 100단어집을 지급해 최소한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조언을 듣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 건설재해를 줄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적격, 최저가, 턴키낙찰제 등에서 공사비 낙찰률에 따라 산업안전보건관리비도 동일한 비율로 적용해서 입찰을 하도록 하여 적정한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사실상 현장에서 효과적인 안전관리를 펼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공사 입찰 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의무적으로 반영토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설계가에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요율을 적용한 금액을 필히 반영하여 입찰을 하자는 것입니다.

또 공기 단축을 위해 무조건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장 분위기도 이제는 사라져야 할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공정을 빨리 그리고 급하게 진행하면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우수한 품질의 건축물이나 시설물이 탄생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확보하면서 차근차근 공정을 진행하여 튼실한 건물이나 시설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건설과 토목의 진정한 가치라는 게 제 믿음입니다. 이밖에 설계 시 안전전문가를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안 등도 현장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안전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유명하신데, 특별한 철학이 있으신지요?


흔히들 안전에 대한 투자를 낭비라고 말합니다. 날지 안날지도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돈을 쓰는 것이 아깝다는 것이지요. 때문에 아직도 많은 현장들이 그저 법규정이나 위반하지 않기 위한 목적의 보여주기식 안전관리를 펼칩니다.

저 역시 현장의 여건을 알고 있기에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무엇이 우선하는 가치인지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수습을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이로 인해 공기도 늦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허나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통해 사고를 예방하고, 이를 통해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한다면 소기의 목표한 성과를 모두 이룰 수 있게 됩니다.

간혹 안전을 잘하고 싶어도 금전적인 여건상 못한다는 말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리지만 안전은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효율적인 안전관리를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일례로 안전시설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를 철저히 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시설을 끊임없이 연구·개발하면 안전에 드는 비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Q. 무재해를 꿈꾸는 전국 건설현장에 조언을 한마디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 쌍용건설의 슬로건은 ‘중대재해 제로’입니다. 기필코 이 슬로건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니 좋은 결과를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건설인 여러분들도 마음속에 굳건한 목표를 하나쯤 세우시길 바랍니다. 신념이 확실하면 뒤이어 적극적인 실천이 실행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 신념과 실천은 결국 무재해라는 결실을 맺게 만듭니다.

또 한 가지 당부를 드린다면 ‘함께 하는 안전’을 하라는 것입니다. 안전은 혼자 이룰 수 없는 것입니다. 경영자, 관리감독자, 근로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안전의 실천에 나설 때만이 사고의 근원을 확실히 제거할 수 있습니다. 꼭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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