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권연구실안전지원센터 우인성 센터장

연구실 안전관리의 기틀 마련
최근 연구실험실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10일에는 연구실안전관리법 개정안(이하 연안법 개정안)이 시행될 계획이다. 이 개정안은 △연구실안전환경관리자 지정 △연구종사자들에 대한 교육시간 조정(월 1시간→반기 6시간) △안전환경관리자 전문교육 신설 △중대사고 발생 시 연구주체의 장의 보고의무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던 연구실안전관리의 문제점들을 상당수 반영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안전의 사각지대로 여겨져 왔던 연구실에 안전관리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해도 모든 개정안의 내용이 현장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교과부도 이 점을 인정하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서 연구실 안전에 대한 종합관리에 나섰다.

5개 권역의 센터를 통해 개정안의 시행에 대한 각 연구실험실의 적응력을 높이는 여러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중 중부권연구실안전지원센터는 인천, 경기, 강원도에 소재한 연구실험실의 안전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이곳의 센터장으로 있는 우인성 교수(인천대 안전공학과)를 만나, 이번 연구실안전관리법 개정안의 의미와 취지 그리고 센터에서 펼치고 있는 사업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중부권연구실안전지원센터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중부권, 즉 인천, 경기, 강원도에는 넓은 지역의 특성상 소재한 대학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들 대학연구실험실의 안전관리 시스템 및 안전관리 종합계획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 중부권연구실안전지원센터의 역할입니다.

특히 전국의 5개 권역에 있는 센터는 저마다의 특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 센터는 화학·화공 분야를 특성화해 화학·화공연구실 안전관리시스템 수립, 안전관리자에 대한 안전기법 홍보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대학연구실의 자율안전역량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내날 10일에 연구실안전법이 개정·시행되는데, 그전에 실험실에 맞는 안전관리기법을 개발·도입하고 안전관리자들의 역량을 끌어올려놓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지요. 쉽게 말해 연구실 안전관리법의 개정을 대비해 대학연구실 종사자들의 전문성과 자율안전관리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Q. 연구실험실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센터장님께서는 이들 사고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보통 연구실험실의 사고를 보면 안전마인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기초적인 안전수칙은 물론 MSDS에 대한 내용을 미리 숙지하고 서베이를 한 후 실험에 임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이뤄지다 않다보니 혼합위험물 등의 다양한 변수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교육이 미흡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예전에 외국에 교환교수로 갔었을 때였습니다. 그 당시 실험실에는 저 혼자 임의대로 절대 출입할 수 없었습니다. 실험실을 출입하려면 필히 안전교육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방화·방폭전문가라고 생각을 했는데도 기본교육을 남들과 똑같이 받고 실험에 들어간 것이지요. 2000년도 때쯤으로 기억되는데 그 당시에 컴퓨터를 통해 쉬운 용어로 해서 100문항 정도로 교육을 받고 들어간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일부 외국계 기업에서만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할 뿐, 대다수 연구·실험실에는 실험 전 안전교육 프로그램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연구·실험실의 안전관리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런 좋은 프로그램부터 적극 나서서 배워야 합니다. 프로그램이 잘 갖춰지고 교육에 대한 연구종사자들의 참여가 높아진다면, 미흡한 안전의식으로 인한 사고는 분명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반기업체의 경우 아웃풋 부분이 있어 투자를 과감히 하지만 대학교들은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대학은 이론적인 토대를 구축하는데 목적이 있을 뿐, 실질적인 이윤을 창출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구연수를 넘은 기기가 있다고 해도 대학입장에서는 그것을 교체할 여력이 없고 그런 상황에서 실험하다보니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실험실습비만 가지고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하는 고가기자재를 사용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적극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기자재 지원을 위한 국고보조금 예산을 확충해주면 대학실험실에서의 안전환경은 상당부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9월 10일 연안법이 개정되어 시행됩니다. 이번에 개정되는 연안법의 의미를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안전관리는 시설관리자 또는 안전관리자에게 국한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법 개정에 따라 안전관리자 외에 연구기관장의 책임과 역할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에서는 총장 또는 재단 이사장들의 책임과 역할이 강조되는 것이지요. 연구실의 실태를 2년에 한 번씩 조사해서 그 결과를 공표하겠다는 부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는 건설업의 재해예방 정책과 비교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건설현장에서도 안전관리자들에게만 책임을 주었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현장소장은 물론 때에 따라서는 건설업체 대표에까지 책임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 결과,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심각한 수준이었던 건설현장의 재해가 이제는 진정세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쉽게 말해 안전관리자가 열 번 말하는 것보다 CEO가 한 번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이런 점에서 CEO들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한 이번 연안법 개정안은 연구실 안전관리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데 큰 의미를 둘 수 있는 것입니다.

Q. 위에서 언급하신 CEO 안전마인드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인천대학교의 경우 일본 북해도 대학을 벤치마킹해서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 북해도 대학의 경우 앞에서 말한 연구종사자들의 출입관리는 물론 시약의 출입관리도 중앙시스템에 의해 철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 정밀안전진단도 주기적으로 시행되는 등 안전관리에 있어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에 우리 인천대학교에서는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현재 약 1억원 가량의 예산을 가지고 관련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고, 정밀안전진단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학교예산을 들여서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보통 대학에서는 하기 힘들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총장님의 마인드가 좋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CEO의 안전마인드는 연구실안전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모든 연구기관장들의 안전마인드가 좋아진다면 연구실의 안전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지요. 앞으로의 정책도 이에 맞춰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연안법 개정안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안전교육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반기 6시간’의 교육시간이 일부 대학과 전문대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다는 주장이지요. 이에 대해서는 학교규모와 실험횟수 등에 따라 융통성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교육대상(연구종사자)이 같은 상황 속에 교육시간 및 횟수에만 차별화를 둔다면 교육의 의미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 교육을 진행하다보면 여러 편법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예상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런 점에서 일부 대학들의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반기 6시간’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교과부에서는 사이버교육이라는 대안을 내놓았는데 이것을 잘 활용하면 이같은 논란, 즉 대학들의 부담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오프라인과 온라인교육의 경우 교육의 질과 관리에 있어 차이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관리가 허술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사이버 교육을 진행함에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Q. 소규모 실험연구실에서의 사고가 가장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개선안을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안전점검 및 진단부분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법으로 1년에 한 번은 안전점검 및 진단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특수실험 분야 같은 경우 점검 및 검사를 진행하는 전문가가 세세히 모든 것을 체크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세세하게 진행하지 않다보니, 실험실의 다양한 위험요인을 모두 간파하여 개선해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점에서 평상시 안전진단을 사고 발생 시 시행하는 정밀안전진단과 같이 강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산이 문제가 된다면, 화재폭발의 위험성이 큰 실험 등에 대해서만이라도 정밀안전진단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를 위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고 하면 실험은 어떠한 방법으로 하고, 결과치는 어떻게 예상된다는 내용을 본부에 상세히 보고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법에 따라 학교에서는 안전관리위원회를 거의 갖추고 있습니다. 사전에 이들 안전관리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연구실험을 하다보면 사고도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Q. 연안법 개정안의 내용 외에도 연구실 안전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모든 대학의 안전관리자들을 정규직으로 의무화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만 안전관리자들의 권한이 높아지면서 연구실험실의 연구종사자들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안전관리 활동이 좀 더 강화될 수 있겠지요.

물론 교과부 관계자는 안전환경관리자를 지정토록 한 상황 속에 정규직으로 의무화시키는 것까지는 어렵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추후에라도 이 부분이 꾸준히 논의·개선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비에서 안전예산을 따로 편성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들어 연구비를 받아오면 간접비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간접비 내에서 안전예산이 사용되는데 현재 안전항목이 따로 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안전예산이 잘 집행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간접비에 안전예산과 관련한 항목을 만들어서 ‘안전관리비 2%이내 포함’ 등의 방식으로 의무화시킨다면 학교별로 안전관리 예산이 크게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연구실험실의 안전관리활동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에 대해서 지경부와 교과부, 고용노동부 등이 적극 협의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향후 중부권연구실안전지원센터의 계획을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화학·화공분야의 연구실안전관리(RSM) 제도를 개발하고, 연구실에 일상점검표를 보급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위험성평가와 비슷한 제도를 실험실에 도입하려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련기관과 협력하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단계에 있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를 관내 실험실에 보급시켜나갈 계획입니다. 이는 올해 우리 중부권연구실안전지원센터의 특성화사업 중 하나입니다. 표준화된 점검표가 만들어지는 것만으로도 재해율 감소에 상당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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