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학교 재난관리공학전공 백민호 교수

시민의 자발적 참여 반드시 필요
우리나라는 지난 1977년부터 5년 단위로 방재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중부지방 호우피해에서 보듯이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그 성과는 제대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 방재계획에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과 다원화된 사회여건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우면산 사태 등을 겪으면서 도시의 방재기능 강화를 위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강원대학교 재난관리공학전공 백민호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 도시방재시스템의 개선방향에 대해 들어봤다.내용을 입력하세요.


Q. 지난 3월 일본원전 사태와 최근 중부지방 폭우 등으로 도시방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도시방재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도시에서는 시설물피해, 교통사고, 화재, 폭발, 화생방 사고를 비롯한 다양한 재난이 발생할 수 있고, 풍수해, 산사태,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재난재해에 대비하는 것이 바로 도시방재입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도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재해에 대비하거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벌이는 활동을 도시방재라고 하는 것이지요.

Q. 현재 우리나라 도시방재체계의 문제점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도시방재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교통이나 녹지 등 도시의 다른 기능을 반드시 고려하고 서로 연계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도시 내에서는 수해 외에도 화재, 지진, 풍해 등 다양한 유형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이들 재해가 각기 하나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특징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도시 기능간의 긴밀한 연계가 필수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도시방재는 예산범위에 맞는 사업위주로만 계획·추진됐습니다. 하천유역의 인구, 시설입지, 경제·사회적 효과나 변화 등은 반영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재난방지 대책이 세워질 수 없었던 것이지요.

여기에 과거 피해나 시설개선에만 기초해 방재계획을 수립했었던 점, 그리고 국가안전기본계획, 안전관리집행계획, 지역방재계획 등이 서로 협조·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Q. 위 질문과 관련해서 도시방재체계의 개선방향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빈번하는 기상이변과 우리나라의 기후변화에 따라 도시방재 체계의 전면적인 보완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100년 만의 폭우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기후가 100년 전에 비해 바뀐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이에 일환으로 우선은 국제적으로 방재시스템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 실정에 맞는 방안을 적절히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일률적인 방재시스템이 아닌 각 지역특성에 맞는 방재시스템을 구축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달 중부지방에서 발생한 집중호우로 인한 주요 피해지역을 살펴보면 서울 강남일대와 우면산 지역, 경기 광주의 경안천과 곤지암천 지역, 파주지역, 강원 춘천지역을 꼽을 수 있습니다.

호우 피해라는 재난의 형태는 같지만 피해지역은 도심 저지대, 산, 댐 상류, 물길 하류지역 등으로 달랐던 것입니다. 지역별 특성에 맞게 방재시스템이 도입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Q. 지난달 중부지방 폭우로 많은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기록적인 집중호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인재의 측면은 있습니다. 피해지역 중 상징성이 가장 큰 강남일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한강 수위가 조금만 낮아 양재천이나 안양천 등으로 배수만 잘 되었다면, 불투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포장만 아니었다면, 저류지와 배수관로만 충분했다면 이번 재난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와 도시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도시방재시스템이 비극적인 상황을 낳은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Q. 집중호우에 대비해 도시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지금과 같이 빗물을 하수로를 통해 하천에 흘려보내는 방식으로는 지난달과 같은 집중호우에 대처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가물 때를 생각해 본다면 빗물을 무조건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것은 너무도 비경제적이고 반환경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봅니다.

가능한 한 많은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도시에서 집중호우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중 호우시 반나절, 아니 두세 시간만이라도 지하에서 빗물을 잡아준다면 하류와 저지대의 피해가 지금보다는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먼저 빗물을 저장하는 시설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원이나 광장, 공공시설, 학교운동장, 하천변 도로 지하 등에 빗물저장용 저류시설을 만들어 곧장 하천으로 흘러가는 빗물의 양을 줄여주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저장된 빗물을 청소용, 화장실용, 조경용, 소방용수로 활용해 경제적인 효과도 도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시의 포장재를 투수형으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빗물을 지하로 스며들게 하면 강우 초기에 오염우수가 공공수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 지하에 물이 스며들면 자연정화 기능에 따라 하천 수질도 개선될 수 있을 것입니다.

Q. 동일본 대지진을 돌이켜보면 여러 재난이 한꺼번에 겹쳐서 발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복합재난 대비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입니까.

호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하고, 산사태로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이 파괴되고, 도시기반시설이 파괴되면서 도시기능이 마비되는 일련의 과정이 바로 복합재난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처럼 최근의 재난은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에 과학화·선진화된 복합적 재난관리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선진국에서는 재난과 관련해서 부처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통합·운영하는 컨트롤타워를 두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국토안보부 내 설치된 연방재난관리청(FEMA)에서 방재관리를 주관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연방재난관리청은 재난 예방 및 복구와 관련해 지휘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 각 부처의 재난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실질적인 기능은 경찰청, 소방방재청, 기상청, 신림청 등 부처별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도시방재 시스템과 관련해서 외국의 우수사례를 소개해 주신다면.

독일의 경우 수해에 대비해 하수와 빗물을 구분해서 배출하게 하고 있고, 빗물을 재활용했을 때에는 세금을 줄여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나더작센주에 위치한 ‘하노버 크론스베르크’는 도시방재 시스템이 잘 정비된 대표적인 곳입니다. 수로와 함께 빗물 수집 시설이 있는 공원을 만들어 수해에 대비하고 있고, 화재, 폭발 등 도시재난에도 대응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일본은 ‘한신·아와지대지진(1995년)’이후에 지진방재대책특별조치법(1995년), 밀집시가지에서의 방재가구정비촉진에 관한 법률(1997년) 등을 제정해 방재대책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선진국 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들도 저류조를 설치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클랑 강변에는 교통로와 배수로 겸용으로 ‘스마트 터널’이 설치돼 있습니다.

 


Q. 앞으로의 재해에 대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단 단기적으로는 안전진단 및 소방점검 제도를 개선하고, 취약 계층에 대한 구호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재해예방제도 예산이 늘어나야 하며, 재난방재 결정에 주민 참여를 제도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또 기후변화를 고려해 방재 기준을 높이고 자연재해 저감시설물 설계기준 및 재해 검토 제도를 강화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도시재해에 대한 시민 홍보를 강화하고 재난 관리 교육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제도가 있다고 해도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없다면 제대로 된 방재시스템을 마련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즉 도시재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단기, 중·장기 대책들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Q. 효과적인 방재를 위해서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대비·대처해야 할까요.

‘방재는 국방과 동일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일 뿐 당장 그 효과는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발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도 맥락을 같이합니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 재해예방 대책을 세우고 보다 안전한 방향을 모색해 나간다면 방재 사업 추진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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