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농경사회에선 이동이 도보로 이루어지는데다 거주지도 1층에 한정돼 사고가 발생하여도 모두 경미한 재해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를 이용해 이동을 할 수 있고, 거주지도 10층 이상 되는 경우가 흔하다.

때문에 어찌보면 현대인은 사고 발생시 대형재해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한 사회 속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예전에 비해서 윤택하고 편안한 삶을 살기위해, 그 만큼의 위험을 감수하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21C 서두를 장식한 미국의 9.11테러사건이나 우리나라의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 국보 제 1호인 남대문 방화사건 등은 현대사회의 위험을 극단적으로 증명한 사례다.

이런 연유로 안전문제는 산업현장 근로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위험에 대한 관심에 비해 그 대처에는 미흡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어느 산업현장을 가더라도 안전 시설물, 안전시스템은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다. 이들 시스템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 만큼 우수하다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재해율은 10년째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위험은 증가하는데 안전은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필자는 안전에 대한 접근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설비적 안전보다는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안전을 시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스트레스의 정복이다.

최근 사고 경향을 보면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사고가 눈에 뛰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현대사회를 살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집에서, 회사에서, 운전하다가, 길을 가다가 등 도처에서 갖가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가 불러오는 거대 위험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스트레스가 개인에 한정된 문제라고 보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더욱 촉발, 확대되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보면 최근 뉴스에서 주차문제로 옆집과 싸우다 흉기로 살해 했다는 사건보도를 들은 적이 있다. 밤 늦게까지 일을 하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왔는데 내가 매일 세워놓는 주차장에 다른 차가 주차해 있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면 으레 상대편 차주에게 전화를 해서 다짜고짜 화부터 내게 된다. 이리되면 전화를 받는 상대편도 덩달아 퉁명스럽게 받아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다보면 서로 얼굴을 붉히며 싸움을 하게 되고, 결국 경찰이 출동해서야 간신히 사태가 진정된다.

이런 상황이 과연 두 사람에게 어떤 결과를 남길까? 이 두 사람은 평생을 원수지간으로 살아갈 것이다. 혹시나 골목길에서 마주치게 되면 아는 체도 하지 않을뿐더러 마주 칠 때마다 서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를 반대로 생각해 보자.

만일 차주가 다른 방법으로 이 주차문제에 대응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전화를 하여 밝은 목소리로 “실은 이 자리는 제가 2년 넘게 매일 주차하는 자리입니다. 아마 급한 일이 있으셔서 잠시 주차해 놓으신 것 같은데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제가 다른 곳에 주차를 하겠습니다.

다만 다음부터는 다른 곳에 주차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렇게 상냥하게 전화를 하였다면, 분명 상대방도 밝은 목소리로 미안한 듯 답변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정이 많은 사회이다. 내가 정겹게 다가가면 상대방도 정겹게 다가서는 게 우리 민족이다. 이런 장점을 살린다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도 훨씬 쉬울 것이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