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산업 및 고용환경에 대한 적응이 미흡하고,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한 노사의 참여가 부족해짐에 따라 최근 수년간 산업재해율이 답보상태를 걷고 있다.

이에 노동부는 안전보건 정책의 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그 첫 시도가 바로 ‘위험성평가 제도’의 도입이다. 이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노동부는 우선 금년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3천개소를 선정, 시범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위험성평가 제도’는 행정규제 중심의 안전보건관리체제에서 노사 자율적 안전보건관리체제로의 점진적 전환을 의미한다.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잘 아는 노사(勞使), 즉 사용자와 근로자가 협력하여 업무 수행에 수반되는 잠재적 위험성을 조사하고 그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관리하는 종합적인 위험관리 활동인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위험성평가 제도는 ‘자율’을 그 기반이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두는 제도이다. 자율이란 “남의 지배나 구속 없이 자기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여 어떤 일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굳이 설명을 달지 않아도 이와 같은 자율에는 책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런 자율을 바탕으로 한 안전문화가 사업장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역시 사업장의 책임감이 필요함은 당연지사다. 그렇다면 사업장에서의 책임감은 무엇일까? 이는 바로 안전의 생활화로 귀결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부모는 학생인 자식에게 늘 열심히 공부하라고 한다. 물론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지만, 일부 학생들은 그러한 부모님의 말씀을 잔소리로만 듣는다. 부모들이 그토록 공부를 강조하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성인이 되서도 어려움 없이 살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는 속된말로 귀에 딱지가 앉도록 공부를 하라고 한다. 또 부모로부터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는 본인이 부모의 위치가 되면 자신의 자식에게 본인의 부모가 그랬듯 열심히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한다. 이렇듯 생활 속에서 얻어진 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묻어나오기 마련이다.

안전도 부모님의 잔소리와 다를 바 없다.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면 성인이 된 후 자신이 실천하는 것은 물론 다음 세대에도 대물림을 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안전도 선택적인 사항이 아닌 생활에서 우러나는 안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산업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흔히 현장의 여건이 자율적인 안전을 시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는 새로운 제도의 시행을 두려워하거나 혹은 귀찮아하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안전이 생활이라면 또 내가 늘 해오던 것이라면 망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규제로 점철된 후진국형 안전관리가 아닌 성숙한 안전문화가 바탕이 된 가운데 이뤄지는 자율적인 안전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안전을 생활로 받아들이는 습관을 들였으면 한다.
지난해 전 세계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한국경제는 수출기준 세계 10대 국가에 포함됐다. 이런 발전에 힘입어 최근 우리 산업현장도 한 단계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격에 맞는 안전 문화를 갖추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서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체질 개선을 위해서 어려운 길을 돌아갈 필요는 없다. 단지 지금부터라도 안전을 생활화할 수 있는 사회문화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자율적으로 안전을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이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이다. 다만 책임을 망실한 자율은 또 다른 규제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자율과 책임이 조화를 이루는 자율안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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