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출동한 소방차가 신호를 어겨 다른 차의 사고를 유발했더라도 소방차를 운전한 소방공무원의 면허를 정지한 것은 위법·부당하다는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소방공무원 박모씨가 면허정지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행정심판에서 이같이 재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4월 24일 오후 2시경 서울 모 식당의 화재신고를 받고 소방차 7대가 출동해 영등포경찰서 사거리를 통과했다. 이 때 교차방면에 진입하던 차량이 선두 소방차량과의 충돌을 피하려다 교통섬과 인도연석을 잇따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운전자 등 2명이 16주의 중상을 입었다.

이에 경찰은 “화재진압을 위해 긴급 출동한 사실은 인정되나, 소방차가 신호를 위반해 무리하게 교차로를 통과하려다가 정상신호에 따라 진행하던 자동차의 사고를 유발했다”며 선두 차량을 운전한 박씨에게 벌점 65점을 부과하고, 65일간의 운전면허정지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박씨는 “도로교통법상 긴급자동차의 우선 통행권에 따라 사이렌과 경광등을 작동하며 주의의무를 다했으나 승용차가 갑자기 진입해 어쩔 수 없었다”며 면허정지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권익위는 “긴급자동차는 긴급하고 부득이한 경우 안전에 주의하면서 중앙선을 넘거나 신호에 구애받지 않고 통행할 수 있다”라며 “박씨가 긴급자동차를 운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박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국민권익위의 한 관계자는 “긴급자동차의 운전과정에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객관적 정황이 없는 이상 운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이같이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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