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배 충주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우리나라 산업재해 예방 정책은 결과지표에 의해 결정됨에 따라 근본적인 예방 정책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재해가 발생하기까지 조성되고 있는 중간 과정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위험성평가를 통해 안전문화도 정량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장의 위험요인 뿐만 아니라, 안전관리자의 활동, 그리고 사업장의 안전문화까지 객관화하고 정량화시켜 이를 체계적인 안전지표로 활용해야한다는 주장이 충주대학교 안전공학과 백종배 교수를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본지는 백종배 교수를 직접 찾아가 우리나라 산업안전의 현주소와 그에 따른 대책, 그리고 앞으로 위험성평가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들어봤다.

Q. 우리나라 산업안전의 현주소를 함축한다면?

우리나라 산업안전은 결과지표를 중시합니다. 재해율이 그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해율은 과거 보상을 위한 산정 기준으로 사용되었던 척도를 산업재해에 도입하면서 오늘까지 결과에 중점을 둔 지표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그렇다보니 재해가 발생하게 된 중간 과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과학적인 사고예방을 위한 지표 또한 정확하게 산정되지 못했습니다. 이는 10년이 넘게 산업재해 예방사업에 커다란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해율에 안전분위기(Safety Climate)나 안전활동과 같은 과정지표가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재해율이 낮다고 반드시 안전하다고만은 볼 수 없겠네요.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업안전 정책은 결과지표에 많은 비중을 두고 이루어져왔습니다. 그래서 재해율이 낮으면 자율안전업체로 지정하고 재해율이 높으면 위험한 사업장으로 판단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만 보더라도 중대재해는 자율안전관리 현장으로 지정받은 건설현장에서 많이 발생했었습니다. 이는 재해율이 낮으면 안전하고, 재해율이 높으면 위험하다는 정의가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율안전으로 가는 잣대를 재해율의 비중을 높여 판단한다면 이러한 오류를 다시 범할 수 있습니다. 과정을 올바르게 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그럼 0.7%대의 산업재해율을 낮추기 위한 선결과제를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요.

 

과거 우리나라의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획기적인 기법으로 무재해운동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결과지표 관리를 위한 의식화기법으로 오늘에 와서는 그 효과를 크게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산업구조가 서비스, 복합, 하이테크 산업으로 변화됨에 따라 안전관리도 변화돼야 하는데 외형적으로만 변화됨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는 다양한 산업변화에 맞는 안전기법이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위험성평가 기법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유해ㆍ위험 요인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평가하여 관리․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에 근간을 마련하였으나 아직 제도화 기틀이 마련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험성평가를 정착시키고, 이를 사업장에 널리 확산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한 사항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앞서 말씀드렸듯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재해율은 보상을 위한 척도로 사용되었던 산출방법을 도입하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금까지 중요했던 것은 산업재해의 발생 여부였으며, 사고 예방을 위한 그 중간 과정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었습니다.

산업재해는 추락하고 넘어져 다치는 단순한 사고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산업구조가 발전하고 공정 또한 복합해짐에 따라 안전사고 또한 복잡 다양화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복잡 다양한 재해를 단순히 결과만 놓고 분석한다면 근본적인 원인에 접근 자체가 어려워지고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것 또한 불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결과만 두고 판단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재해율이 높으면 리스크가 높고 재해율이 낮으면 리스크가 낮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결과를 두고 판단하는 한 단면으로 이러한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해율 산정 방법부터 변경되어야 합니다. 정부에서도 이에 대해 인지하고 오래전부터 표본조사 등 재해율 산정방법 변경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초연구부터 접근하여 사고예방 중심의 재해율 산정법을 개발하고 이를 조속히 적용해야할 것입니다.


Q. 최근 정부가 위험성평가를 시범실시하려는 계획에 있습니다. 향후 우리나라 위험성평가의 방향을 제시해주신다면?

사업장의 안전을 위해서는 경영주들에게 안전관리를 하면 경영상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들게끔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안전이 비용편익개념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위험을 계량화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 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위험성분석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얘기하는 위험성평가는 먼저 위험분석(Risk analysis)과 위험성평가(Risk assessment)로 구분해야 하며, 적용할 수 있는 도구는 체크리스트, What-If, FTA 등 적용대상의 특성과 규모에 따라 다릅니다. 위험분석은 잠재위험(Hazard)을 확인하여 위험 크기(Risk)를 정하는 기법으로 그동안 우리가 위험성평가라고 했던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위험성평가(Risk assessment)는 위험분석 결과를 안전관리에 대한 의사결정에 포함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위험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더 나아가 위험을 잘 제어(Control)하기 위한 안전관리, 그리고 이것이 실질적으로 비용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손실방지(Loss Prevention) 개념까지 위험성평가의 범주 안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올해 시범 실시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현 주소는 위험성평가라는 것을 도입해서 손실방지개념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준비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위험성평가가 손실방지 개념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체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위험성평가에 대한 사업자들의 의지, 근로자들의 참여분위기를 이끌어 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차후 민간시장이 형성되어 위험성평가를 토착시키고, 일반보험으로까지 연계되는 사업이 뒤따라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교수님의 학술 논문을 보면 안전문화에 대해 많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안전문화는 무엇인지요.

흔히 우리는 안전문화라고 하면 ‘근로자의 행태’와 ‘분위기(Climate)’ 그리고 ‘문화(Culture)’까지 총체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을 이야기합니다. 이것도 체계적으로 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안전문화(Safety culture)를 위해 근로자들의 행태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많습니다. 안전교육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 이것도 중요한 것이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중간단계인 ‘안전 분위기(Safety Climate)’를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안전 분위기를 위험성평가에서 다뤄 좀 더 객관화시키고 정량화시켜서 그 결과로 어디가 취약한지 알고, 그 부분에 맞는 대책을 신속히 적용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눈에 띄는 결과를 가져올 때는 그만큼 근로자들의 행태에 대한 변화도 쉽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얘기하는 과정지표도 결국 여기에서 말하는 안전분위기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이 우리가 이야기 하는 자율안전관리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우리나라와 선진외국의 안전문화의 차이점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느 나라든지 산업안전 분야의 접근은 법률, 경제논리, 윤리․도덕에 의해 동기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선진외국은 오래전부터 산업재해를 경제논리인 손실방지 개념에서 접근했고, 지금은 윤리․도덕 단계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냉정히 볼 때는 법률에 비중을 많이두고 있으면서도, 경제논리로 차츰 나아가고 있는 ‘과도기’적인 위치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이 먼 것이지요.


Q. 최근 안전관리가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 안전인들의 위상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안전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 안전인들은 크게 2가지 분류로 나뉠 수 있습니다. 안전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안전관리 업무를 하는 사람과 다른 업종에서 일을 하다가 안전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안전관리 업무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관리자로서의 마음가짐입니다. 단지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라고 생각하는 마음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근로자의 생명과 연관된 업무를 하는 만큼 책임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모든 일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안전공학은 타 학문을 안전에 적용시키는 응용학문입니다. 사고란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것이라 한 분야의 공학만으로는 안전에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즉, 안전 측면에서 화공, 기계, 전기, 건설 등을 바라볼 때 보다 쉽게 안전활동을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계를 볼 때 안전인들은 모든 사물을 안전공학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길러야 할 것입니다.


Q. 새롭게 안전관리자로 입문하려는 학생들도 변화가 필요할 텐데요. 교단에서 학생들에게 어떤 변화를 요구하시는지요.

학생들에게 어학능력 개발과 수치표현능력 개발을 항상 강조합니다. 그중에서도 수치표현능력은 안전관리를 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앞서 말씀드린 위험성평가도 정량적 수치로 표현을 해야하고, 안전문화와 안전에 따른 손실계념도 수치로 표현해야 합니다. 그 수치를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자료로 제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수치표현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사고가 발생해야지만 계량화되는 재해율로 인해 평소에 노력한 안전관리자의 노력이 물거품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안전관리 과정이 수치로 표현되는 정량적 위험성 평가를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수치표현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바로 위험분석과 안전분위기 측정입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안전, 즉 위험을 계량화할 수 있는 이론을 기본적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우리나라 안전의 미래는 어떻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산업안전에 있어 획기적인 개선책으로 최근 위험성평가를 많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금년 정부에서도 위험성평가의 시범 적용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접근 방법에서부터 개선할 사항은 많으나 안전활동으로 무엇을 했는지를 위험의 크기(Risk)와 퍼포먼스(Performance)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안전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위험성평가가 정착되어진다면 재해율 감소는 물론 선진 안전국의 진입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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