是非之眞 不可以衆口斷 不可以單辭棄(시비지진 불가이중구단 불가이단사기)
시비(是非)는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고 해서 단정지어서도 안 되고, 한 사람의 말이라고 해서 버려서도 안 되는 것이다.
이익(李瀷 1681~1763) <관물편(觀物篇)>《성호전서(星湖全書)》내용을 입력하세요.

성호(星湖) 이익(李瀷) 선생은 시골에 살면서 나나니벌을 길렀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나니벌은 직접 알을 낳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벌레를 물어다 놓고 주문을 외웁니다. 그 주문은 다름아닌 나를 닮으라는 것입니다. 그 주문을 들은 벌레는 결국 나나니벌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아마 당시에 그런 속설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성호 선생께서 직접 기르면서 확인해 보니 그 속설은 사실과 달랐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그렇게 말하고 또 믿는다고 해서 다 진실은 아니라는 뜻으로 위 시를 지은 것이다.

‘다수결(多數決)’은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다. 어떤 사안에 대해 의견대립이 있을 때 결론을 내리는 방식 중의 하나다. 여기에는 ‘한두 사람의 독단보다는 그래도 다수의 의사를 따르는 것이 비교적 합리적일 것이다’라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다수의 의사라고 해서 반드시 옳은가?’라는 문제가 늘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다수결의 원칙’도 분명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환경은 그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비약적으로 발달했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정보를 생산해 내고, 남이 만들어 놓은 정보를 쉽게 얻으며, 정보를 여기저기 퍼 옮김으로써 정보가 손쉽게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러다 보니 정보의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접한 정보가 여론이 되고 진실이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그렇지 못한 정보는 거짓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다수결의 원리’가 보여주는 가장 어리석고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 환경의 발달로 야기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과연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를 발견해 낼 수 있는 혜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자료제공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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