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안전개선과 소기옥 과장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는 국민소득, 정치·사회적인 제도, 국제정치에서의 역할, 문화 수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교통안전 수준도 대표적인 비교척도로 활용되고 있다. 교통안전 수준은 그 나라의 교통시스템과 운전자의 의식 등 문화적인 요소를 한 번에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수준이 OECD 가입국가 중에 최하위 수준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 운동’을 펼치는 등 교통안전을 국가 전략과제로 삼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희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올해 우리나라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가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각계각층의 노력이 낳은 결과물이라는 평과 함께 교통안전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의 역할이 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본지는 행정안전부 안전개선과 소기옥 과장을 만나 이와 관련해 그동안 어떤 정책을 펼쳐왔는지 들어봤다.
 

 


Q. 행정안전부 안전개선과에서 펼치고 있는 안전정책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과에서는 국민의 생활안전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교통사고와 승강기사고 예방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먼저 교통사고 예방과 관련해서는 연간 1,200억원을 들여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과에서는 어린이 교통안전 대책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고 이에 따른 법률을 정비하는 일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승강기와 관련해서는 ‘승강기 안전관리법’과 ‘승강기 검사 기준’ 등의 개정작업을 통해 안전관리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승강기에 대한 각종 규격, 제원, 유지관리, 사고 현황 등 모든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승강기 종합정보시스템’의 구축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지난달 15일 개최된 ‘제7회 선진교통안전대상 시상식’에서 훈장을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매년 약 18,000여건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160여명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또 수많은 어린이들이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는 등 안타까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에 맹형규 장관님께서는 지난해 4월 취임하시면서부터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과에서는 스쿨존 정비 사업을 필두로 갖가지 어린이 교통안전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성과는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만큼 크게 나타났습니다. 어린이 교통사고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지요. 올해 11월말 기준으로 전년대비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와 부상자수는 각각 10% 감소했습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가 무려 53%나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어린이 교통사고가 줄어든 것을 인정받아 이번에 제가 큰 상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상을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저희와 함께 힘써주신 녹색어머니회, 안실련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각 지자체 공무원, 교통경찰 등 모두가 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단지 이분들을 대표해서 받은 것 뿐이죠.

그래서 저는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흔히들 수상소감에서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로 알겠다’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더라고요. 저 역시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는데 더욱 만전을 기해나갈 것입니다.

Q. 구체적으로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과 관련해서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어린이들이 안타까운 교통사고를 당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 이상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했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대한 관리를 크게 강화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범칙금을 두 배로 올렸으며, 올해 1월부터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속도위반, 신호위반 등에 대한 집중 단속도 실시했습니다. 아울러 대국민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 ‘어린이보호 구역 내 시속 30㎞이하 속도 지키기’ 캠페인도 펼쳤습니다.

이들 모두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워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것들로 그 성과는 분명히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어린이들의 통학차량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의 예방대책도 중점 추진하고 있습니다. 통학차량 운전자가 의무적으로 차에서 내려 어린이들의 안전한 승·하차를 직접 확인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가운데, 광각 후사경, 어린이 승하차 안전보호기(천사의 날개) 등 안전장치가 널리 보급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조금 더 넓게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안전사고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이의 예방을 위해 정부에서는 어떤 정책을 펴고 있나요.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교통, 화재 등 각종 안전사고로 약 32,000여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는 연간 사망자 중에 약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입니다.

이에 정부는 안전사고 사망자를 OECD 평균인 6%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안전사고 예방종합대책’을 수립, 사고 유형별로 대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안전사고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자살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해 관련 법률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살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교통사고입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서 총리실 주관으로 각 부처에 역할을 부여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과에서는 교통사고 중에서도 보행 중 사고예방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길을 걷다가 사망한 보행자 비율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6.4%를 차지하는 5,500여명에 달합니다. 그만큼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 과에서는 보행자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사업’,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Q. 내년에 실시할 예정인 생활안전 정책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중·장기 계획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어린이 보호구역을 정비해 나갈 예정입니다. 내년에는 705개소에 422억원을 투입해 안전시설 등을 개선해 나가고,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5,478개소에 대한 개선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어린이 교통안전이 크게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중심의 도로교통 환경을 보행자 중심의 생활환경으로 개선하고자 전국 73개소에 1,090억원을 투입해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사업’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현재 국회에 제출 중인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 이 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교통안전 외에도 우리 국민들이 자동차보다도 더 자주 이용하는 승강기 안전을 위해 ‘승강기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 갇힘사고 등 안전사고 발생 시 신속한 구조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Q. 정책이나 시설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안전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과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이 그 효과를 제대로 거두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우리 국민들의 안전불감증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안전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안전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설 개선에 많은 예산을 들여왔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 10여년간 학교 앞 교통안전시설을 개선하고 보·차도 분리 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 안전한 어린이 등하굣길을 위한 도로환경을 만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시설이 안전하게 잘 갖춰져 있다고 해서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스쿨존에서는 30㎞이상으로 과속하는 차를 볼 수 있습니다. 또 횡단보도에서는 신호를 지키지 않는 차들도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해도 이를 사용하는 이가 제대로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높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정부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안전교육은 물론 국민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각종 홍보 및 캠페인 사업을 적극 전개해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정부차원에서만 진행된다면 큰 효과를 낼 수 없을 것입니다. 가정은 물론, 학교에서 조기안전교육이 이뤄지고, 또 사회적으로 안전교육이 상시화 되어야만 안전불감증이 치유될 수 있습니다.

이들 사안이 보다 빨리 실행돼 우리 사회에 굳건한 안전문화의 토대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더욱 많은 사회구성원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길 당부드리는 바입니다.

Q.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교통안전문화가 정착돼야 할까요.

저는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교통문화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쉽겠네요. 예전에 어린이들이 많이 불렀던 자전거 동요를 하나 상기해 봅시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저기 가는 저사람 비켜가세요. 우물쭈물 하다가는 큰일납니다”

이 동요의 의미를 생각해 봅시다. 한 마디로 자전거가 지나가니 보행자는 비키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대표적인 자동차 중심의 교통문화입니다. 저는 이런 교통문화가 발생하게 된 배경을 우리나라 경제성장기에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1970~80년대 효율 중심의 성장만을 생각하던 그 때에는 물류이동을 중요시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람보다 자동차가, 인권보다 물류가 먼저라는 발상이 나온 것이지요. 이처럼 무책임하고 비인간적인 발상이 또 어디있겠습니까.

이제는 모든 도로 환경이 보행자 중심으로 마련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보행자의 보행 편의와 안전이 확보될 수 있습니다. 보행자를 위해 육교 대신에 건널목을 설치하고, 보행자 전용길을 조성하는 것이 대표적인 보행자 중심 정책입니다. 또 보행을 방해하는 모든 시설물에 대한 규제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내년부터 우리 과에서는 이처럼 보행자 중심으로 교통환경을 바꾸는데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Q. 마지막으로 안전과 관련해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안전사고는 잠시만 주의를 소홀히 해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명심해 주셨으면 합니다. 늘 관심을 갖고 자기 스스로 생명과 재산을 지켜나간다는 신념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통해 어린이를 보호하는 것은 사회 공동의 책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이들 모두가 내 자녀라는 생각으로 어린이 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우리 아이들이 아픔을 겪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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