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원 한경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사무처장

산재감소 위해 정부의 강력한 정책집행의지 ‘필요’
안실련 활동 통해 생활안전수준의 향상에도 ‘앞장’

백신원 교수는 다양한 안전분야를 넘나들면서 안전문화의 정착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인물로 유명하다.

국립 한경대학교 안전공학과에서 미래 안전인을 양성하고 있는 것은 물론 시민단체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안실련)의 사무처장을 맡아 산업안전 및 생활안전 수준의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또 한국안전학회 편집이사를 역임하면서 산업안전의 학문적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으며 구조공학분야의 저명한 학자로서 무분별한 발코니 확장 등 안전관련 사회적 이슈에는 가차 없는 지적의 목소리를 내왔다. 실로 언행일치(言行一致)를 몸소 실천해온 참된 지식인이자 안전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산업안전을 비롯한 모든 안전분야의 동반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산업재해가 빈발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산업안전보건정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하지 못한 집행의지를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싶습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갖추고 있는 산업안전보건 정책과 제도들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 절대 뒤처지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를 집행하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정책 시행 초기에는 매우 강한 의지를 내보입니다. 헌데 시간이 갈수록 의지가 사그라지는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말미에는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을 집행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점을 시정하여 앞으로 정부가 일관성 있게 강력한 법 집행에 나선다면 산업재해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또 다른 산재빈발의 이유로는 사업주 및 근로자의 미흡한 안전의식을 꼽을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사업주들은 대부분 안전보다는 일의 능률과 생산성만을 중시합니다.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에 나서기는커녕 오히려 안전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려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근로자들도 안전을 소홀히 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안전불감증이 몸에 배인 근로자들을 쉽게 산업현장에서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안전의 주체들부터 안전을 우선시하지 않는데 어떻게 산업재해가 줄어들 수 있을까요? 당연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사업주와 근로자의 의식개혁이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산업안전보건 정책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가는 안전보건이 정착되는데 있어 주체가 아닌 조력자가 돼야 합니다. 국가의 주도로 안전보건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으로 신기술이 생겨나고 있고, 새로운 업종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급변하는 산업현장에 발맞춰 모든 기준을 새로 만들고 적용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안전보건체계를 설립하여 이를 이행해 갈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즉 관리·감독이 아닌 기업의 자율적인 안전보건활동을 장려하는 정책과 제도의 마련에 앞으로는 조금 더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국가가 관리·감독을 느슨하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최대한 현장의 자율을 보장해 주되, 그에 걸 맞는 책임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을 때는 강력한 조치를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Q. 현재 교수님께서 역점을 두고 연구 중인 부분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올해 산재현황을 살펴보면 건설업종은 재해자수에서는 전체의 약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망자수에서는 약 2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건설재해만 줄여도 산업재해의 획기적인 감소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여 저는 건설재해감소에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기 위한 목적에서 가설구조물로 인한 재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현장에서는 가설구조물을 철거되는 임시구조물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관리에 소홀함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로 인해 종종 가설구조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가설구조물도 본 구조물과 같은 수준의 중요성을 띄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구조검토도 철저하게 하고, 시공도 굉장히 치밀하게 실시합니다. 제 연구는 이런 선진 사례와 가설구조물 안전관리의 중요성 등을 알리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의식 전환을 이끌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Q. 평소 학생들에게 강조하시는 부분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선진국에 가까워질수록 안전은 더욱 중요시 됩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민의식이 성장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안전분야가 갈수록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안전전문가들의 진출도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지요. 실제로 저희 안전공학과만 해도 교내 취업률 실적에서 작년에는 1위, 올해는 2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저는 학생들에게 비전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에 매진할 것을 항시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앞으로 사회적 요구에 발맞춰 ‘안전문화의 확산’이라는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현장에서 안전관리자로 활동할 예비 안전인들입니다. 따라서 철저한 안전의식을 기반으로 안전에 관련된 높은 지식수준을 갖추고 있어야만 합니다.

우리 교수진과 학교는 학생들이 주어진 역할을 완수할 수 있도록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등 질 높은 교육을 제공코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Q. 안실련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실련은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 각종 안전사고를 시민운동을 통해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지난 1996년 설립된 시민단체입니다.

저는 안실련 부대표이신 서울과학기술대 정재희 교수님의 권유로 참여하게 됐으며, 현재는 산업안전 및 생활안전분야를 다루는 사무처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안실련은 안전캠페인 실시, 안전교육 강사 육성 등 많은 활동을 통해 각종 사고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들 모두는 정부가 많은 돈을 들여서 수행해야할 업무입니다. 헌데 시민단체가 안전문화 정착이라는 선의를 갖고 자발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그런 점에서 저를 포함한 안실련 구성원 모두는 높은 자긍심을 지니고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 교재의 개발, 다양한 안전 분야의 전문가 양성 등에 있어 다소 힘이 부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를 감안하여 정부가 국민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예산을 더욱 많이 편성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안전관련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서주길 희망합니다.

Q. 갈수록 건축물이 초고층화, 복합화되면서 기존에 예상치 못했던 사고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초고층 건물 또는 복합건물의 시공은 고도의 기술을 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 건설업체의 대부분은 이들 건물에 대한 시공경험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때문에 대다수가 선진국의 공법을 도입해 적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초고층 건축물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 공법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히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즉 체계적이고 안전한 기술 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공사들이 공기단축과 비용 절감을 위해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부산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근로자 3명이 추락, 사망한 재해가 이런 폐해로 일어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이들 근로자들은 줄어드는 세대층의 작업을 위해 하부 발판을 해체하면서 공정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선진국의 신공법이라하여 도입된 것이었지요. 허나 적용상 미숙함이 발생했고, 결국 추락재해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사실상 근로자들의 목숨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오직 비용절감과 공기단축을 위해 도입한 공법이 사고를 발생시킨 것입니다.

앞으로는 선진 공법이라 할지라도 그 도입에 앞서 철저한 안전관리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선행되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Q. 얼마 전 서울의 모 빌딩에서 건물 흔들림 현상이 발생,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건물에서 붕괴 징조가 나타날 시의 대처법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는지요?

건물이 크게 흔들리는 등 붕괴의 징조가 나타날 때에는 무엇보다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황상태에 빠져 정신없이 건물 밖으로만 빠져나가려는 행위는 자신은 물론 타인도 위험에 빠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되도록 평상심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가운데 ‘상황전파→관계기관 신고→안전한 장소로 대피’의 단계대로 행동을 해야 합니다.

대피할 때는 많은 사람이 갑자기 대피함으로 인한 압사사고를 막기 위해 침착하게 질서를 지키며 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때는 벽돌, 유리 등 파괴된 건축물 파편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벽에 붙어서 움직여야 합니다. 그리고 지상에 도착하면 건물붕괴에 따른 후 폭풍을 감안하여 건물높이 2배 이상의 거리로 신속히 피신해야 합니다.

만약 높은 곳에 고립되었다면 무작정 뛰어내리지 말고 각종 수단을 동원해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게 중요합니다.

Q. 끝으로 구조공학분야의 저명한 학자로서, 건설근로자들이 유념해야할 사항을 몇 가지 짚어주셨으면 합니다.

건설업종은 다양한 공정이 한 번에 이루어지는데다, 작업이 대부분 외부공간에서 이동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또 투입되는 기계 및 기구들도 중장비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점을 볼 때 건설현장은 그 어떤 산업 현장보다도 위험한 작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큰 위험성에 대비해 근로자분들께서는 기본을 철저히 준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업 전에는 기초건설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추락 등 각종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필히 안전모, 안전대 등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합니다. 또한 ‘귀찮다’, ‘불편하다’, ‘빨리 끝내야한다’는 생각은 반드시 머리 속에서 지워야 합니다. 안전의식 없이 작업에 임한다면 안전사고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안전은 남이 아닌 근로자분 스스로를 위해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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