方其飮時 不知其醉(방기음시 부지기취)
한창 마실 때에는 취한 줄을 모르지만
及其良久 乃至困?(급기량구 내지곤지)
한참 마신 뒤에는 고꾸라져 쓰러진다.

조익(趙翼 1579~1655) <음계(飮戒)> 《포저집(浦渚集)》(한국문집총간 제85집) 

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과언이 아니다. 많은 고전에서 술은 때로는 가장 친한 벗으로, 또 때로는 가장 경계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술을 너무도 좋아해 주태백(酒太白)으로도 불리는 이태백(李太白)은 “석 잔의 술로 대도와 통해지고, 한 말의 술로 자연과 하나 되네(三杯通大道 一斗合自然)”라고 노래하였고, 한유(韓愈)는 “잔이 돌아 그대에게 이르거든 손을 멈추지 마오, 만사를 잊는 데에는 술보다 나은 것이 없다오(杯行到君莫停手 破除萬事無過酒)”라는 시구를 남기기도 했다.

반면《서경(書經)》에서는 “우리 백성이 크게 혼란하여 덕을 잃음은 모두가 술 때문이다(我民用大亂喪德 亦罔非酒惟行)”라는 구절을 찾아 볼 수 있다.

술을 얼마만큼 마시는 것이 적당한가에 대한 답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규정하기 힘든 것이다. 우리 선인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공자에게서 찾았다.《논어》에는 공자의 음주에 대해 “술은 일정한 양이 없었지만 어지러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다(有酒無量 不及亂)”라고 기록하고 있다. 외물에게 자신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흐트러짐 없이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술의 적당량이라는 것이다.

해가 바뀌는 때가 되면 아무래도 평소보다 술자리가 많아지게 마련이다. 이태백이나 한유의 말처럼 모든 것을 술로 털어버리는 것도 좋겠지만, ‘한참 마신 뒤’의 일도 늘 경계해 자칫 고꾸라지는 지경에는 이르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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