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를 한탄할 게 무에 있으랴(世態何須歎)
저 천심도 또한 가고 오는 것을(天心亦往來)
오늘밤엔 술잔 들고 위안할 수 있나니(擧杯今可慰)
내일이면 미약하나마 양기가 돌아온다네(明日一陽廻)

김의정(金義貞)〈동짓날에 다른 사람의 시에 차운하여[冬至次人韻]〉《잠암일고(潛庵逸稿)》

김의정은 조선 중종 때의 문신이다. 그는 한때 실권자 김안로(金安老)의 미움을 받아 고향인 풍산으로 낙향하였다가 김안로가 실각한 뒤에 다시 조정으로 돌아왔다.

이 시의 저작 연대는 명확하지 않지만, 아마도 낙향 전후의 시점에 지은 것이 아닌가 싶다. 대의도 없이 권세가에게 휘둘려 돌아가는 조정, 그런 권력에 굴복하고 빌붙는 부조리한 염량세태(炎凉世態). 제목에서 제시된 어두운 이미지는 첫째 구절의 표현과 겹치면서 더욱 극대화돼 절망하고 있는 시인을 저절로 떠올리게 만든다.

동지는 한 해 중에서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밤은 어둠이고, 기나긴 어둠은 암울함을 뜻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동지는 온통 음기가 가득한 세상에서 약하게나마 양기가 싹을 틔우려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시인은 절망하기보다는 한 잔 술을 기울이며 내일이면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는 작은 희망에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다.

<자료제공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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