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과 미국에서 발생한 도요타자동차의 리콜사태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리콜사태의 경우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문제와 관련이 높아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도요타 사태의 시작은 작년 8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에서는 도요타사의 렉서스 승용차를 타고 있던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경찰 일가족 4명이 가속 페달 결함에 의한 교통사고로 모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상적인 교통사고로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이 사고는 뉴욕타임스의 ‘도요타의 느슨한 대응이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졌다’는 제하의 기사로 인해 주목받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상상할 수도 없는 파장을 몰고 왔다.

문제가 너무 커지자 일각에서는 미국정부와 언론이 자국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크게 이슈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밖에도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안전에 치명적인 사항에 미리 대처하지 않으면 큰 화를 부른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 세계인들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 안전 문제로 경영 위기까지 몰리게 된 이번 사태를 보면서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전에 안전을 간과해 피해를 키운 사례는 얼마 전에도 있었다. 사망자만 20만명이 넘게 발생하여 국가를 붕괴직전까지 몰고 간 아이티 지진 참사가 바로 그 것이다.

아이티는 최근 100년 동안 인근에서 지진발생이 전혀 없던 것에 안심하고 재난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았었다. 결국 이런 무방비 상태를 자연재해가 급습했고, 순식간에 아이티 전역은 죽음과 절규의 도가니로 변했다.

아이티와 도요타 이 두 사태는 모두 안전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그 대비에 소홀하여 결국 큰 피해를 불러왔다는 것에서 맥을 같이한다. 헌데 이처럼 ‘안전’이라는 공통의 화두를 지닌 이들 사태에 대해 국내 여론은 참 아이러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론들은 대부분 도요타자동차의 리콜사태로 인해 한국차업계가 얻을 반사이익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아이티 대지진 참사 때는 한 목소리로 “우리나라는 안전지대인가?”라며 대책마련을 주문하던 여론들이 도요타 리콜사태와 관련해서는 국내차업계의 실익을 계산하기에 바쁜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 자동차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실익을 계산하는 이들 앞에 묻혀버렸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봐도 ‘우리나라 자동차는 안전한가?’라는 내용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슈가 생기면 대단한 열정을 보이던 우리나라 특유의 누리꾼들도 조용하기만 하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우리나라에 편협한 안전의식이 만연한듯 싶어 씁쓸하기만 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자동차 대수가 1,700만대를 넘어서 1가구 1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늘어난 자동차수 만큼 자동차로 인한 안전사고도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급발진 사고도 자주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한 소비자와 자동차 업계의 분쟁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상황이 이러한데 이웃나라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초유의 리콜사태를 단순히 손익계산의 관점으로만 보아선 안 될 것이다. 또한 작은 문제를 숨겨 더 큰 화를 부르는 어리석인 일도 자행해선 절대 안 된다.

사태발생 전까지만 해도 도요타 자동차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라고 불렸다. 만일 이들이 작은 문제점을 즉시 해결했더라면 이들의 명성은 계속 됐을 것이다.

문제를 숨기기에 급급한 임시방편들이 결국 초유의 대량 리콜사태를 불렀고, 이는 나아가 한 기업의 위기뿐만 아니라 일본 경제침체라는 예측까지 나오게 했다. 실로 안전이 기업 그리고 국가의 존폐위기까지 가져다 줄 수 있음을 잘 보여준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세계금융위기를 가장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이런 재도약의 기로에서 국민의 안전과 근로자 안전을 등한시하여 진정한 성장을 저해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기아차의 정몽구 회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도요타 사태의 원인과 진행 상황 등을 면밀히 조사해서 이런 일이 절대로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부디 이 발언에 안전에 관한 패러다임이 깔려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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