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우환

人之患 不作於其所慮 而常作於其所不慮者也
(인지환 부작어기소려 이상작어기소불려자야)
사람의 우환은 근심하는 곳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근심하지 못했던 곳에서 생겨난다.

박세당(朴世堂) <달생편(達生篇)>《남화경주해산보(南華經註解刪補)》

서계(西溪) 박세당(朴世堂 1629~1703) 선생은 조선 후기 실학사상을 체계화하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유학의 관점에서 노장사상(老莊思想)을 재해석해 새로운 사상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위 문장은《장자(莊子)》에 대한 기존의 주석을 모아 정리하고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 서계 선생의 저서《남화경주해산보(南華經註解刪補)》에 나오는 글이다.

이 책에서 서계 선생은 “노(魯)나라의 선표(單豹)라는 은자는 산중의 바위굴에 살면서 골짜기 물을 마시고, 세상 사람들과 이해관계를 다투지 않아 나이 70이 되도록 어린아이처럼 혈색이 좋았는데 불행하게도 굶주린 호랑이에게 잡아먹혔다. 한편 노나라의 장의(張毅)라는 사람은 호위호식하며 잘 살았으나 나이 40에 몸 안에서 열이 나는 병이 생겨 죽었다. 선표는 내면을 잘 다스렸으나 호랑이에게 육체를 잡아먹혔고, 장의는 육체를 잘 다스렸으나 병이 내면을 공격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로 여기에 서계 선생은 “보시오. 이렇게 사람의 우환이란 항상 조심하고 애쓰는 곳에서 생겨나는 게 아니라, 엉뚱하게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에서 생겨나는 것이라오. 그러니 늘 주변을 둘러보고 방심 없이 조심조심 살아야 하지 않겠소?”라는 주석을 붙였다.

올해에는 우리 모두가 마땅히 근심해야 할 것을 신경쓰지 않고 방심하고 있다가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오는 우환 때문에 쩔쩔매지 않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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