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교육원 박영수 원장

흔히 산재감소를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안전의식을 향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얘기한다. 이에 안전보건교육은 안전분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교육은 안전분야의 여러사업 중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도 경기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바로 안전교육이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을 정도다.

현재 안전보건교육의 정책적 문제점, 그리고 향후 발전방향 등에 대해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교육원 박영수 원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울산에 종합산재교육체험시설 건립 목표
안전교육기관 협의회 구성, 유기적인 정부 협력체계는 필수

 


Q. 안전교육의 중요성을 간단히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산업재해의 90%가 부주의에 의한 사고라고 합니다. 즉, 근로자들의 안전의식이 산재의 가장 큰 원인인 것이지요. 이를 감안할 때 현재의 상황에서 재해 줄일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수단은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함에도 현재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정책에 있어 교육 부분은 타 부분보다 다소 소외되고 저평가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교육이야 말로 산재를 줄이는 지름길이자 가장 중요한 수단입니다. 앞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크게 높아지길 바라며, 정부에서도 안전보건정책을 펼침에 있어 교육분야를 좀 더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Q.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약칭이 안전보건공단으로 바뀌었습니다. 교육원 입장에서도 약칭변경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을 텐데요.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전보건공단’으로 약칭을 바꾼 것은 산업현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국민과 함께하는 안전’,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안전’을 추구하고자 하는 공단의 의지를 반영한 것입니다.

우리 교육원에 있어서도 이러한 명칭변경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기존의 교육은 안전보건관리자 양성, 직무, 보수교육의 등 산업현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왔는데, 이번 명칭 변경을 계기로 교육과정을 좀 더 다변화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자살예방과정, 게이트키퍼과정, 안전심리코칭과정 등 일반인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는 과정을 시설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서도 교육원의 울산 이전(2013년) 시 남아있는 송내교육원(현 위치)을 교육원의 분원으로 운영코자 추진 중에 있는 상황입니다.

Q. 최근의 안전교육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안전보건교육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정보통신기기, 태블릿PC 등 콘텐츠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시대를 맞이하여 교육환경도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안전보건교육도 그에 순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앞으로는 주어진 환경에서의 집체교육 보다는 수요자가 자신이 있는 곳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고, 그에 맞게끔 교육과정과 콘텐츠도 구성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 저희 교육원도 e-러닝 분야에 신경을 상당히 쓰고 있습니다. 또 조만간 태블릿 등 손안의 기기를 활용한 교육과정을 만들려고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교육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타 교육기관에서도 교육환경의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항상 고민해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교육이 정보전달에 중심을 뒀었다면, 앞으로는 실행방법을 직접 느끼는 체험형 교육이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저희 공단교육원에서는 울산에 종합산재교육체험시설을 건설한다는 목표를 장기경영계획에 세워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체험형 교육을 하려면 시설이나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 교육원을 제외하고 일반 교육기관에서 체험교육을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가상체험 교육을 적극 권장하고 싶습니다. 가상체험 교육의 경우 시설을 이용한 체험교육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교육의 효과는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반 교육기관의 현실을 감안해볼 때 이러한 가상 체험교육이 앞으로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확산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안전보건교육에 있어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큰 차이점은 조기교육에 있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의 경우 조기교육은 없고 성인교육만이 있는 상황입니다.

선진국의 경우 교육의 시기가 빠르기 때문에 안전이 문화와 의식으로 국민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안전이 문화화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안전이 문화로 승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차이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어린이들이 나중에 성인이 됐을 때 안전을 대하는 철학이 선진국과 큰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선진국은 안전이 우선, 우리나라는 안전이 뒷전, 이렇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기업운영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안전보건교육에 1순위로 자금이 배분되느냐 가장 늦게 배분이 되느냐 하는 차이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자원배분에서부터 밀려나기 때문에 당연히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교육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조기안전 교육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안전은 교통, 산업안전, 소방 등 각 분야별로 나눠져 관리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부처 간에 입장이 다르면 어떤 일이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조기안전교육을 들 수 있습니다. 사실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조기안전교육이 필요하다’는 총론에는 모두 찬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론인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각 부처(교과부, 행안부, 고용부)의 입장과 예산 등 여러가지 이유가 맞물리면서 모두 회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책적 협조, 인원 및 예산 등의 문제로 조기안전교육이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 선진국들은 어떠할까요. 안전보건교육에 대한 체계가 네트워크화, 융합화되어 있으면서 조기교육이 범정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에 맞게끔 법과 제도적인 기반도 매우 탄탄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안전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각 부처의 원활한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를 감안해 안전교육을 종합적이고 거시적으로 통괄할 수 있는 ‘종합적인 안전교육정책’을 마련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범정부적인 연계방안과 종합안전대책만 확실히 세워지면 안전교육의 여러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Q. 그밖에 안전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한가지 더 중요한 점은 교육기관간의 협력 체계입니다. 교육기관의 담당자들은 교육을 실행하는 주체이기도 하지만 수요자들의 니즈를 현장에서 직접 파악할 수 있는 주체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정책생산의 접점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들이 정보 및 지식, 경험 등을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그를 통해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해나가는 것이 안전교육의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취지로 정부, 교육기관, 시민단체, 안전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안전보건교육기관 협의회’ 와 같은 단체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러한 협의회가 활성화된다면 현장의 니즈를 반영한 정책들이 많이 제안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협의회 기관들의 인력망을 적극 활용하다보면 교육의 인력문제 등 여타 문제점들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산업안전교육이 추구해야할 방향을 제시해주신다면?

전체 재해 중 57%가 신규근로자에게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현장에 들어오기 전에 안전보건교육을 그만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안전보건교육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이나 교육기관 모두 생각해야겠지만, 이제는 근로자에게서 취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눈을 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고등학생, 공업계 고등학생, 대학교 3~4학년 이공계학생 등에 대한 안전보건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근로자들이나 사업주들의 교육보다 더 강화해 시행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학생들이 회사에 들어와서 겪는 여러가지 산재에 대한 불안감과 위험이 줄어들면서 현재 문제시 되는 신규근로자 재해도 획기적으로 감소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Q. 건설업의 재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건설업의 교육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주신다면?

건설재해는 소규모 현장에서, 그리고 불안전한 행동에 의해 많이 발생합니다. 이를 생각해보면 소규모 현장에 있는 근로자들에게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켜야 한다는 답이 나옵니다.

이는 모두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그만큼 소규모 현장이 워낙 넓게 분포되어 있고 단기간 공사가 많다보니 일률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대기업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1, 2, 3차 협력업체는 물론 작은 중소건설업체들을 위해 선도적으로 나서서 교육을 시행하도록 의무화시키는 것입니다.

여기에 앞으로 소규모 현장도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방안도 함께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기업이 적극 나서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해준다면 건설재해의 감소도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외국인 근로자들의 안전보건교육도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효과적인 교육 방법을 제시해주신다면?

외국인 근로자를 비롯해 여성, 비정규직,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교육 같은 경우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서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일반 교육기관의 경우는 더욱 심하겠지요.

결국은 취약계층의 안전보건교육은 국가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요되는 비용이나 인원은 국가가 부담하고 집행은 여러 기관들에 위탁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외국인 근로자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의사소통입니다. 여러 나라의 통역사를 이용해 교육을 하려면 그만큼 비용적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볼 것이 바로 해당 국가의 외국인 강사를 양성해나가는 것입니다. 보통 외국인 근로자들은 커뮤니티라는 공간에서 활동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외국인 근로자들 중 일부를 강사로 양성하여 각자의 커뮤니티를 통해 자연스럽게 안전교육을 시키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고기를 다 잡아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고기잡는 어부들을 양성해놓고 그들이 알아서 고기를 잡도록 하는 방안, 즉 간접관리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의 생각 같으면 베트남반, 몽골반 강사양성과정 등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인력과 예산에 있어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항이기에 실제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Q. 마지막으로 안전보건교육과 관련해 하고 싶으신 말씀은?

교육 자체는 필연적으로 예산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누가 가르치느냐’의 강사의 문제, ‘어디서 가르치느냐’의 장소의 문제, ‘무엇을 가르치느냐’의 내용의 문제, ‘언제 가르치느냐’의 시기의 문제 등에 따라 예산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이 중요하다면 교육부분에 예산을 가장 많이 써야 합니다. 그래야만 소규모 사업장, 외국인, 취약계층의 산재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이를 정책 결정자들이 잘 감안해서 정책을 수립·시행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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