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호 건설안전협의회(CSMC) 회장

조기교육 강화하고 안전에 대한 공익광고 늘려야
늘어나는 장비재해 예방위해 선제적 대책 마련 필요 

 


조정호 부장은 우리나라 건설안전을 이끌어가고 있는 주역 중 하나다. 23년 동안 두산건설에서 시공과 안전파트를 넘나들며 건설안전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은 물론 건설안전실무자협의회 회장, 건설업KOSHA18001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 건설안전인들을 대표해 왔다.

또 건축시공기술사, 건설안전기술사 등의 자격을 취득한데 이어 안전공학 박사과정에 도전하는 등 자기개발에 앞장서는 안전인의 표상이 되어왔다.

이런 활발한 행보를 이어온 그가 최근 또 한 번의 도전을 시작했다. 국내 건설안전단체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건설안전협의회(CSMC) 회장에 선출된 것이다.

건설안전역사에 획을 긋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조정호 신임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건설안전협의회 회장에 선출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포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 애쓰고 계신 전국의 건설안전인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성원과 지지에 힘입어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기대와 신뢰에 어긋나지 않도록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임기 동안 저는 국내 모든 건설안전인들의 역량을 하나로 단결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현재 건설경기는 IMF 시기에 버금 갈 만큼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이 고난의 시대를 뚫고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는 오직 단결뿐입니다.

한 개의 나무젓가락은 약한 힘에도 쉽게 부러집니다. 허나 수십개, 수백개로 뭉쳐진 나무젓가락은 강한 힘에도 꿋꿋이 버팁니다. 앞으로 제가 할 역할이 바로 이 나무젓가락들을 한데 묶는 끈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여개 회원사의 안전의지를 한데 모아 CSMC를 회원사들이 한 가족처럼 화합하는 단체, 각종 안전관련 단체들과 긴밀한 공조체계를 이루는 단체, 건설안전인들의 명예와 자긍심을 높이는 단체로 만들어나가겠습니다.

Q. 여러 건설안전단체의 수장을 맡으시면서 나름의 안전철학을 지니고 계실 듯합니다. 조금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작은 수첩에 삶의 모토라 할 수 있는 한 글귀를 적어놓았습니다. 그것은 ‘내 주변에 있는 사람, 내가 만나는 사람, 내가 하는 안전업무 모두가 중요하고 아름다우며 귀하다’는 말입니다.

안전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꼭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이 하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 바로 그것이지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데, 어찌 그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일할 수 있을까요? 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시 말해 진정한 안전은 사람을 사랑하기 위한 노력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저와 인연을 맺는 모든 분들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첩에 적힌 글귀는 이런 저의 마음을 나타낸 것입니다.

Q.향후 협의회를 이끌어 감에 있어 역점을 두실 부분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건설안전협의회가 결성 된지도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사람에 빗댄다면 성년기에 접어든 것이지요. 그간의 역사를 기반으로 이제 본격적인 활동을 할 시기인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먼저 저는 건설안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대화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자 합니다. 현재 건설환경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우리 협의회가 건설안전의 발전 방향과 실행 전략을 제시하는 등 업계의 브레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정기적으로 간담회, 세미나 등을 개최하려고 합니다. 이들 행사를 통해 우수한 발전안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건설안전인의 역량을 집결시키고 회원사 간의 소통과 상생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안전기원 무재해 산행, 건설안전인의 행사 등도 지속적으로 개최해 나갈 것입니다.

세 번째로 건설안전인을 떠나 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존경받는 CSMC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고아원, 양로원 등 사회취약시설을 찾아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자 현재 세부 계획을 마련 중에 있습니다. 이는 건설산업의 이미지를 제고시키는데도 큰 일조를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밖에 정부정책 건의, 법령 개선안 요구, 회원사간 안전보건정보 공유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여 협의회가 건설안전의 메카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견고히 구축할 것입니다.

Q. 건설안전단체들을 통합하여 가칭 ‘건설안전협회’를 출범시키고자 하는 계획이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어느 정도까지 진척이 됐습니까?

각 단체들은 나름의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점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때문에 현재 통합문제는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정도입니다. 향후 각 단체의 수장, 그리고 회원들과의 꾸준한 만남을 통해 통합이 가져다줄 실익을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그 고심의 결과 통합이 당위성이 있다고 각 단체의 의견이 합치되면, 우리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기 보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건설안전의 발전을 위한 방향에 적극 협조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는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건설안전단체의 뜻이기도 합니다.

Q. 여전히 건설업에서 중대재해가 빈발하고 있는 원인이 무엇에 있다고 보십니까?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먼저 사업주의 미흡한 안전의식이 그 첫 번째입니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사업주의 안전의식이 매우 뒤쳐집니다.

현장의 총 책임자인 사업주가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재해예방에 대한 투자에 나서지 않는데 어떻게 사고가 줄어들 수 있을까요? 건설현장의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경영자의 의식변화부터 선행돼야 합니다.

다음으로 근로자들의 안전의식도 문제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는 근로자들에게 보호구를 잘 지급해주는 것은 물론 추락, 낙하, 붕괴 등에 대비한 안전시설을 잘 갖춰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안전교육 역시 빠짐없이 실시하고 있습니다. 헌데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바로 근로자들의 상당수가 안전수칙을 준수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근로자분들께서는 현장에서 보호구를 지급해주고 안전수칙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 여러분들을 귀찮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목숨을 지켜주기 위한 것임을 꼭 명심하셔야 합니다.

세 번째로 현재 장비재해에 대한 대책이 부족한 점이 중대재해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최근 초고층 건물, 거대한 지하 복합공간 등의 공사가 증가하면서 대형 건설장비의 투입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헌데 이런 건설환경변화가 급격히 이루어지다보니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아직 완벽히 마련되지 못했습니다. 즉 빈틈이 생긴 것이지요. 이 부분과 관련해선 우리 건설안전인들과 관련 정부부처가 공조해서 예방대책의 마련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위 질문에 더해 건설재해를 줄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유치원생, 초등학생 등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기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어린 시절에 안전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심어주어야 고질적인 우리 산업현장의 안전불감증을 뿌리 뽑을 수 있습니다.

또 건설분야를 포함한 산업안전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교통사고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 정부는 지상파 방송, 주요 일간지 등을 통해 안전벨트 매기 등의 공익광고를 수없이 내보냈습니다. 그 결과 교통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상당히 제고됐고, 그리하여 사고도 엄청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산업안전은 어떻습니까. 그 심각성을 정부는 물론 업계 모두가 실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공익광고 하나 보기가 힘든 게 현실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지상파 방송 골든타임 때 산업안전을 다루는 공익광고를 적극적으로 내보내고, 각 방송사들로 하여금 ‘위기탈출 넘버원’ 등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도록 독려한다면 분명 산업재해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근로자들의 안전의식 제고 차원에서 일본처럼 근로자 스스로 개인보호장구를 구입하도록 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모든 보호구를 현장에서 구입, 근로자들에게 일괄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근로자들은 보호구에 대한 애정이 없고, 함부로 사용합니다. 또 ‘안전관리는 남이 해주는 것’이라는 인식도 강한 편입니다.

근로자들로 하여금 보호장구를 직접 구입토록 하면 건설현장에 진입하는 첫 시작부터 ‘안전은 내가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자기 것이다보니 착용률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Q. 갈수록 대형 건설사와 중·소형 건설사의 안전관리수준 차이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얼마 전 열린 간담회에서 한 회원분이 본인의 현장은 모든 근로자가 보호구를 착용하고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데, 길 건너편 소규모 현장의 근로자는 안전모를 쓴 근로자 한 명 찾기가 힘들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형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의 안전관리수준이 극명하게 나타난 사례이지요. 저희도 이런 격차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완벽한 해법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는 인원, 장비 등 경제적인 능력이 뒷받침됩니다. 하지만 중소 건설사의 경우는 본사에 안전팀도 없고 경제적인 능력도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이런 여건을 알기에 무조건 안전관리를 잘하라고 다그치기가 어려운 것이지요.

그래서 현재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안전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작하여 중소현장에 무료로 배포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중소현장에 안전이 더 크게 싹틀 수 있도록 이런 나눔활동을 더욱 활발히 펼쳐 나가도록 할 방침입니다.

Q. 새해를 맞이하여 전국의 건설안전인들에게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차디찬 건설현장에서 충실히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고 계시는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합니다.

우리가 하는 안전은 알아주는 이가 적고 잘해야 본전이라는 평을 듣는 업무입니다. 현장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기에 안타깝고 아쉽기만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자긍심을 잃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저는 우리가 하는 안전이 사람의 병을 치료해주는 의사보다 더욱 명예로운 직업이라고 자부합니다. 병의 치료에 앞서 건강한 사람을 아프지 않게 해주고, 다치지 않게 도와주는 일이니 어찌 더 훌륭하다 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에 자부심을 가지고 주어진 안전업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한편 끊임없는 자기개발에 나서 우리 스스로 안전을 존경받는 직업으로 만들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의 열정이 계속된다면 분명히 안전은 그 어떤 직업보다 전문성을 인정받게 될 것이고, 그 위상도 높아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