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박익기 관장

막대한 인명 및 재산피해를 남기면서 안전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확산시킨 계기가 됐던 동일본 대지진이 11일자로 1년을 맞게 됐다.

안전선진국인 일본의 붕괴는 이웃나라인 우리나라에도 큰 충격을 줬다. 일본의 지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각종 방재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최근 안전체험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국민들의 안전의식 향상 차원에서 볼 때는 각종 위험을 실제로 체험해보고 대처능력을 높여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본지는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박익기 관장을 찾아가 우리나라 안전체험교육의 현실과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구는 1995년 상인동 지하철 역사 가스폭발사고,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등 크고 작은 사고로 인해 ‘사고도시’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시차원에서 시민들의 안전의식을 높여 ‘안전도시 대구’로 거듭나기 위해 2008년 12월 29일 우리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를 개관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 2008년 문을 연 우리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관은 올해 2월까지 총 42만명, 한해 평균 13만 3천여명의 시민이 다녀가는 등 대구에서 가장 인기있는 시설로 자리잡았습니다.

Q. 테마파크의 시설 및 운영프로그램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대지 14,469 m²에 건축연면적 5,833m²(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팔공산 동화시설지구 내에 건립되었습니다. 휴양시설 인근에 자리잡으면서 시민들이 좀 더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끔 한 것입니다.

갖춰진 시설을 보면 크게 지하철화재에 대한 대처요령을 배울 수 있는 지하철안전체험, 산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사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산악안전체험, 실내외 지진을 체험할 수 있는 지진안전체험, 소화기 사용법을 배우는 소화기 체험, 완강기 등 고층건물 피난기구 사용법을 배우는 고층건물피난기구체험, 심정지 환자 발생에 대비한 심폐소생술 체험, 3D입체 라이드 영상 체험코스인 미래 안전영상관, 각종 재난의 종류 및 역사에 대해 관람하는 방재미래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우리 체험관에서 내세울 만한 것은 바로 지하철안전체험입니다. 이 체험은 재난타임머신을 타고 대구지하철 사고 당시로 되돌아가 사고에 대한 교훈을 얻고, 실물 전동차에 탑승하여 화재 시 대처요령을 배운 후 연기가 많고 컴컴한 지하철 역사를 탈출하는 코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구지하철 참사의 아픔을 직접 반영한 교육이자 우리 체험관만의 특화된 교육으로, 시민들의 많은 각광을 받고 있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일본지진이 1년째를 맞게 됐습니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관장님으로서 일본의 대지진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지난해 일본 지진을 보고 “자연의 힘은 정말 무섭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습니다. 세계적으로 지진의 90%가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4개의 판이 만난 곳에 위치한 일본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물론 그 강도가 큰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일본은 나름대로 최신의 방재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지진대비에 만전을 기해왔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지진과 엄청난 쓰나미, 원전노출 사고 등으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제 자신으로도 큰 충격을 받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지진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결코 지진에 대한 안전지대가 아님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2.0이상 지진이 총 51회 발생하는 등 연평균 지진 발생 횟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온 바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지난해 우리나라 내진설계 대상 중 16%만 내진설계가 되어 있다는 소방방재청의 충격적인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서울에서 6.5의 강진이 발생할 경우 11만명에 이르는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일본지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일본지진에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자연재난에 대한 방심은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가져옵니다. 이를 정부는 물론 사회구성원 모두가 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체험교육이 최근 안전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예전 공자는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만 되고, 직접 해본 것은 이해된다”며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고,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도 “어떠한 지식도 그 사람의 경험을 초월하는 것은 없다”며 단순한 지식습득보다 경험이 더욱 중요함을 역설한 바 있습니다.

안전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百聞(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단지 보고 듣는 것보다는 각종 재난 발생을 직접 체험해보고 그에 대한 대처법을 배워보는 것이 교육의 효과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대구시민안전체험테마파크는 물론 우리나라 체험관들의 시설은 매우 좋고 교육 내용 또한 매우 알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민여러분들께서는 비싼 수업료를 들이지 않고 각종 위험에 대한 실제체험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체험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길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Q. 우리나라 안전체험교육의 현실을 짚어주시기 바랍니다.

안전체험을 중요시하고 다양한 안전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선진국으로 이웃나라 일본을 들 수 있습니다. 일본에는 약 180여개의 안전체험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현 단위(우리나라의 군 개념)로 안전체험관이 1개소 이상 설치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서울에 2개소, 대구에 1개소, 충북에 1개소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물론,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주요 소방관서에서 이동체험차량과 소방안전교실을 운영하며 기본적인 물소화기 체험, 심폐소생술 체험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실제 그 효과는 종합안전체험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안전체험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안전체험관에 대한 붐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전북 임실에 대규모 체험관이 건립 중에 있으며, 천안과 부산에도 예산이 확보되면서 건립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통 종합안전체험관 1개소를 건립하는데 200~300억원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안전체험을 통해 한명이라도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 비용대비 효과 측면에서 고려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여건이 된다면 광역시도별로 1개소 이상 체험관을 건립하여 국민들이 보다 다양하게 안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최근 조기교육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후쿠오카 지진 당시 일본인들이 안전모를 쓰고 거리를 다니는 모습, 또 리포터가 안전모를 쓰고 현장의 상황을 중계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처럼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안전교육을 꾸준히 받으면서 위험에 대해 충분히 준비한 결과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우리나라도 앞으로 조기 안전교육이 크게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유아기 때부터 적절한 안전교육과 실천으로 안전한 생활습관을 형성시켜 준다면 안전사고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안전한 사회 건설도 앞당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

통계청 자료(2009년)에 따르면 14세 이하 어린이 사망자 1,888명 가운데 32%가 안전사고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또 유니세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OECD회원국 중 어린이 안전사고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해보면 어릴 때부터 안전을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이 실제적인 교육이 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이나 특별활동과정에 반영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Q.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의 올 한해 계획을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해마다 설문조사를 실시해보면 입소문이 최고의 홍보로 나타났습니다. 만족도가 높을수록 주위에 적극 추천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 우리 체험관에서는 올 한해 체험관의 물적, 인적 구성요소들을 지속적으로 점검·보완하면서 최상의 체험시설을 유지해나가는데 중점을 둘 방침입니다. 여기에다가 올 연말까지 야외 체험시설을 확충하는 등 체험코스를 보다 다양화시키는데도 노력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시민들의 만족도와 교육의 질이 동시에 높아지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기존의 언론매체를 통한 홍보는 물론 각급 학교나 일선 기관·단체에 대한 홍보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입니다. 특히 올해부터 전면 실시되는 주 5일제에 맞춰 학생들의 현장체험 학습코스로 각광받을 수 있도록 학교에 안내문을 발송하는 등의 홍보를 강화해나갈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올해 어린이날 맞이 오픈하우스, 체험객 50만명 돌파 이벤트 등 다양하고 풍성한 행사를 마련해 개최할 예정에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올해 우리 테마파크의 이용객수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안전과 관련해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미국의 보험관리자인 하인리히는 고객들의 사고를 분석하여 1 : 29 : 300이라는 법칙을 발표했습니다. 대형사고 한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많은 소형사고가 발생하고, 소형사고 발생 이전에는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사소한 징후들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 법칙입니다. 결국 대형사고 이전에 사소한 일에 관심을 가지고 불안전요소를 제거하면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렇듯 안전은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귀찮더라도 꾸준히 확인·점검하면서 지켜내야 하는 것입니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각종 사고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우는 곳이며 안전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입니다. 직장에서의 업무와 학교에서의 공부도 중요하겠지만, 온가족이 하루쯤 시간을 내어서 안전체험을 해보시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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