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대를 잇기 위한 여인들의 고난과 역경을 다룬 장편 소설 ‘가슴앓이’가 출간됐다.

대를 잇기 위해 계약 아닌 계약을 하고 한 집안에 들어가는 여인의 이야기는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 소설로 이미 수차례 대중에게 선보인 바 있다. 그럼에도 비슷한 소재가 꾸준히 인기를 끄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이전의 세습과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 책은 구시대의 악습을 비판하거나 개혁하고자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작가는 타인의 남모를 아픔을 같이 느끼고, 보듬어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역할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여진은 찌든 가난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집안의 장녀다. 뺑소니 사고로 몸이 편찮으신 아버지와 식당에서 일하시는 어머니, 고등학생인 쌍둥이 두 남동생까지…. 홀로 감당하기 벅찬 삶에서 그녀는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심정을 참아내고 있던 어느 날, 엄마의 친구로부터 뿌리치기 힘든 조건을 제안받는다.

1억을 받는 조건으로 어느 부잣집에서 1년만 살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 결혼을 원한다면 할 수 있는데 대신 3년 안에 아이를 못 낳으면 이혼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부잣집에서 그것도 돈까지 줘가며 결혼 상대를 찾는 이유는 바로 남편 될 사람이 자폐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여진은 겨우 스물 넷에 불과했지만 이대로 살다가는 꿈도 희망도 영영 잃어버릴 것 같다는 두려움에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남편 민우의 집에서 생활하던 여진은 가난에 찌든 자신의 삶과는 다른 삶이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그 집에도 심연과 같은 아픔이 서려 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