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엽 한국소비자원 생활안전팀장

기업은 책임을 다하고 소비자는 사용법을 준수해야
국민들의 안전한 소비생활 영위 위해 최선 다할 터

과학과 산업의 발전에 따라 현대사회에서는 매일 새로운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주 5일 근무제의 확산, 근로시간 감소 등에 의해 각종 여가활동에 나서는 인구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인간의 삶은 전보다 더 풍요로워졌다.

허나 이 풍족함이 장점만을 불러온 것은 아니다. 사회가 변화한 만큼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위험요소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 배터리 폭발사고, 전기온수히터 화재사고, 전기장판에 의한 화상사고, 사륜오토바이 체험장 안전사고 등이 그 대표적인 예. 이처럼 삶 도처에서 사고를 유발하는 요소들이 늘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대다수는 그 위험성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막상 사고를 입어도 대처법을 몰라 무심히 넘어가는 국민들도 상당수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부기관이 있다. 바로 한국소비자원이 그 주인공이다. 사고로부터 소비자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한국소비자원의 고광엽 생활안전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한국소비자원과 팀장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소비자원은 1987년 7월 소비자보호법에 의거해 ‘한국소비자보호원’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습니다. 그 뒤 20년이 지난 2007년 3월 지금의 ‘한국소비자원’으로 기관명이 변경됐지요.

우리 기관은 그 이름에서 보듯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곳으로 소비자 권익 관련 제도와 정책의 연구, 물품의 품질·안전성 등에 관한 시험검사,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정보의 수집·제공, 소비자 불만처리 및 피해구제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소비자원 개원 멤버로 들어와 소비자 상담 및 피해구제, 소비자분쟁조정, 소비자교육, 시장 감시 등의 다양한 업무를 거쳤으며, 지난해 2월부터는 생활안전팀장을 맡아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한 첨병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소비자원에서 생활안전팀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습니까?

소비자원에서 안전을 담당하는 총괄기구는 소비자안전국입니다. 그 안에 위해정보팀, 생활안전팀, 식의약안전팀이 속해 있습니다.

그중 우리 생활안전팀은 작게는 완구분야에서 크게는 자동차, 스키장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식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생활제품 및 시설물과 관련한 안전업무를 담당합니다. 실로 굉장히 방대한 분야를 다루고 있는 것이지요.

Q. 생활안전팀이 하는 일을 좀 더 세부적으로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작년의 경우 소비자안전국에서 5만 5천건의 위해정보가 접수됐는데, 그중 60~70%가 생활안전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이 많은 것을 전부 조사할 수는 없고, 그 안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높은 것을 위주로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문제점을 조사한 후 이에 대해 사업자에게 해명을 요청하고 사업자가 결함을 인정하면 무상으로 시정에 나서게끔 유도를 합니다. 이때 결함을 인정하지 않으면 재조사를 하고 또 해명을 요구하게 되지요. 허나 이런 과정의 반복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체가 결함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관계기관에 건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Q. 안전부서의 장으로서, 남다른 신념을 가지고 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학부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원에서는 결함 자동차 제조사 책임에 관한 연구를 했습니다. 이 연구가 저로 하여금 자동차 안전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지요. 당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차 정비 2급 기능사 자격증을 딸 정도로 열정을 갖고 업무에 임했었습니다.

자동차 안전을 접한 것을 시발점으로 점점 더 다양한 안전분야로 관심의 폭을 넓혀 갔고, 지금은 안전을 저의 가장 중요한 업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소비자보호에 있어 가장 중심에 서야하는 것이 바로 ‘안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하지 못한 제품은 단순한 물질적 피해를 넘어 피해자의 생명에까지 큰 위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와 우리 부서 직원들 모두 ‘안전이 소비자보호의 첫걸음’이라는 신념을 갖고, 맡은 바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생활안전과 관련해 소비자원에서 펼치고 있는 정책이나 활동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소비자원은 사고가 다발한 제품이나 위해성이 높은 제품 및 시설 등에 대해 심층적인 조사를 실시함으로써 소비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한편 안전 제도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는 소비자기본법에 의해 법정기구화된 소비자안전센터에서 운영 중인 CISS(consumer injury surveillance system,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를 통해 소비자 위해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이 시스템은 전국의 병원 및 소방서, 소비자 상담센터, 국내외 언론 등 다양한 곳에서 제공되는 소비자 위해정보를 한곳으로 모으는 기능을 합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다가 또는 시설 등을 이용하다 다칠 경우 병원에 가게 되면 해당 병원에서 사고 정보를 저희에게 알려주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소방서 등도 이런 체계를 통해 저희에게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수집된 위해정보 중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례에 대해서는 소비자상담, 실태조사 및 시험검사 등을 통해 방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를 기반으로 관계 기관에는 리콜 및 제도개선을 건의하고, 사업자에게는 시정을 촉구하고 있지요.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관련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경각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생활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제품 결함이나 시설 미비 등 사업주측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소비자가 사용함에 있어 잘못을 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이외 복합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인류가 생활의 편리성을 추구함에 따라 제조업체에서는 기술개발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새로운 제품 및 시설이 나오고 있지요.

그런데 이들의 경우 소비자들이 사용법을 잘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때문에 제품이 제대로 만들어졌음에도 사용을 올바르게 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Q. 소비자들이 안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평소 행해야할 행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첫째 제품을 사용하기 전에는 사용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주의사항을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이는 레저활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는 활동상 유의사항을 확실히 숙지한 후 활동에 임해야 합니다.

둘째 제품을 사용하다 안전사고가 생기면 즉각 저희나 관계기관 등에 통보해주시길 바랍니다. 가볍게 여기고 넘기는 행위는 연이은 피해자를 양산하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 큰 사고를 예방하고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여러분 모두가 감시자가 되어주셔야 합니다.

Q. 안전과 관련해 평소 제조사 등에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셨다면?

기업의 목적은 매출 증대와 이윤창출입니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이들을 추구함으로써 제품의 안전성을 등한시 할 시에는 결국 ‘소비자의 외면’이라는 역풍을 맞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제품 생산과 시설 관리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또한 업체 측에서는 소비자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설명서와 시설 이용 시 주의사항 등을 세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주의사항을 눈에 잘 띄도록 표시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에 머물지 않고 제품에 소비자들을 위한 마음도 담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럼 안전사고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기업 및 시설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도 더욱 향상될 것입니다. 이는 나아가 기업의 매출 증대라는 선순환을 불러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 사고를 입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잘 모르는 소비자가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우선 다치면 사고 당시 상황을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는 등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면 의사의 소견서 등 진료자료를 확보해야 하지요. 그 후 일차적으로 제조업체나 시설업체에 사고정황을 통보해야 합니다.

간혹 현장이나 제품을 보존하지도 않고, 사업자에게 통보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저희도 도움을 드리기가 매우 어려우니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업체 통보 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아니할 경우 관련 자료를 첨부해 전국소비자상담센터(국번없이 1372)에 상담요청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만약 이 상담센터에서도 처리가 되지 않을 경우 우리 원이 나서게 됩니다. 이때는 우리 소비자상담팀의 전문 상담원이 불만·피해에 대해 직접 상담해 드리는 것은 물론 후속절차에 대해서도 충분한 도움을 드릴 것입니다.

Q. 끝으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안전한 소비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생산자 그리고 국가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합니다.

제조업체에서는 안전성을 최고의 가치로 제품을 생산해야 합니다. 시설 운영업체 또한 이용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서 시설을 관리해야겠지요. 소비자는 올바른 사용법을 준수하는 한편 이상이 발생했을 경우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소비자원도 제도를 꾸준히 신설·보완해나가는 가운데 제조업체 및 소비자와의 정보교환, 피드백 등을 통해 국민들이 더욱 안전한 생활을 영위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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