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왜 저리 파닥거리는가(黃雀何翩翩)
마른 갈대에 둥지 틀더니(寄巢枯葦枝)
강가에 바람 세차게 불어오자(江天?然風)
갈대 꺾이고 둥지마저 쓰러졌구나(葦折巢仍?)
둥지 부서진 거야 아까울 것 없지만(巢破不足惜)
알이 깨진 건 참으로 슬프구나(卵破良可悲)
암수 날아다니며 울부짖나니(雄雌飛且鳴)
해 저물어도 깃들 곳 없네(日夕無所依)
그대여, 저 참새를 보게나(君看彼黃雀)
세상 이치 미루어 알 수 있나니(物理因可推)
둥지 튼 것이 어찌 단단치 않았겠는가(結巢豈不固)
둥지 튼 곳이 마땅치 않아서지(所託非其宜)

권필(1569~1612)〈감회(感懷)〉《석주집(石洲集)》

권필은 잘못된 사회상을 비판하고 풍자한 시를 다수 남긴 시인으로 유명하다. 그러다가 결국 광해군 때 외척의 전횡을 풍자한 ‘궁류시(宮柳詩)’를 지었다가 목숨을 잃었다. 위의 ‘감회(感懷)’ 시에도 그의 비판적인 시작(詩作)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위 시는 ‘석주집(石洲集)’에 실린 ‘감회’ 3수 중 두 번째이다. 시에서 권필은 임진왜란 당시 상황을 비극적으로 묘사하면서 바로 뒤에 위 시를 써내려 갔다.

이 시에서 삶의 터전인 둥지와 목숨 같은 새끼를 잃은 채 울부짖으며 주위를 맴도는 참새는 바로 왜적의 침입으로 도성과 백성을 버리고 몽진했던 선조(宣祖) 등 지배층에게 버림 받은 조선 백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권필은 이런 상황을 초래한 원인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는 마지막 구에 잘 드러나 있다. 권필은 둥지 자체의 견고함과 무관하게 둥지가 자리했던 곳, 즉 굳게 지켜줄 것으로 믿고 의지하며 둥지를 튼 곳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봤다. 다른 뜻으로는 국가 안위와 민생을 책임졌어야 할 지배층의 직무 유기와 보신주의(保身主義)에 난국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16세기 조선 시대는 ‘소탁(所託, 부탁한 일)’에 대한 권한이 오직 임금 한 사람에게 있었다. 그러나 21세기 한국에는 그 선택의 권리와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난국을 초래한 것도 그 난국을 타개할 것도 우리 손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특히 총선과 대선이 펼쳐지는 올해가 우리에게는 더욱 그런 시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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