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익 두산중공업 ‘청계천 두산 위브 더 제니스’ 현장소장

기본과 원칙의 준수가 재해예방 비법
현장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안전활동 펼쳐야···

고용노동부는 지난 2~3월에 걸쳐 전국 건설현장 699곳에 대해 ‘해빙기 감독’을 실시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상 현장 중 법 위반으로 적발된 현장은 93.7%에 달하는 655개소로 나타났다.

작년 위반율이 96.6%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도 건설현장 대부분의 안전의식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건설업종의 미흡한 관리실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점을 반영해 정부와 각종 건설안전유관기관, 건설업계 등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개선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이 고인 물과 같은 건설현장에 새로운 물길을 틀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착공 이래 현재까지 현장을 무재해로 이끌고 있는 이주익 두산중공업 ‘청계천 두산 위브 더 제니스’ 현장소장을 만나 현장 내 안전의식 제고 방안, 건설재해감소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현장에 대해 소개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곳은 서울시 중구 흥인동 일대에 지하 6층~지상 38층 총 2개동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신축하는 현장입니다. 지난 2010년 6월에 착공에 들어갔고, 현재 약 14%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장의 모든 직원들과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안전활동에 힘입어 아직까지 무재해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런 기조를 잘 유지해 무재해 준공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안전관리에 각별한 공을 쏟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안전은 하나의 건설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소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로, 각별한 관심을 갖기 보다는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평소 제 임무를 수행해 나감에 있어 직원 및 근로자들에게 ‘당연한 것을 지키면 사고는 없다’라는 것을 가장 강조하고 있습니다. 안전사고는 기본과 원칙이 준수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모든 임직원이 당연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기본과 원칙을 지켜나간다면 재해는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반영해 저는 ‘2S ACT’라는 철칙에 의거해 안전활동을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2S ACT’란 체계적인 안전관리 시스템(System), 자율(Self & bottom Up), 행동(Action), 쾌적한(Clean), 모두 함께(Together)의 첫 글자를 딴 것입니다. 여기에는 ‘체계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 시스템을 관리감독자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들이 ‘함께’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여 ‘쾌적한’ 현장을 만들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Q.현재 펼치고 계신 현장 안전활동에 대해 좀 더 세부적으로 설명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건설현장에선 장비의 이동에 따른 전도 및 협착, 충돌사고의 위험이 상당한 편입니다. 또한 H-Beam 등 자재를 인양하다 낙하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크며, 고층 작업에 따른 근로자들의 추락 위험성도 높습니다.
이런 여러 위험요소에 대응해 우리 현장에선 다양한 재해예방대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모든 공정을 진행하기 전에 위험성평가를 필수적으로 실시함은 물론 일일안전시공회의 등을 통해 당일뿐만 아니라 익일의 시공계획을 파악함으로써 사전에 그 위험성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일일안전환경담당자 지정·운영, 앗차사고 발굴 및 전파 등의 재해예방활동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이들 활동의 경우 안전팀이 아닌 현장의 관리감독자와 근로자들 위주로 운영을 함으로써 현장 전반의 안전의식향상에 큰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Q.이곳 현장 안전관리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하루일과 동안 쉴 틈 없이 안전활동이 진행된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아침에는 체조, 안전보호구 지적확인, 당일 위험작업공지 및 안전대책교육 등으로 이루어진 안전조회가 실시됩니다.

이어 안전팀, 시공담당자, 협력사 소장 등으로 꾸려진 패트롤 점검팀이 위험작업현장에 대한 안전조치 및 안전시설물 확인에 나섭니다. 점검이 끝나면 그 결과를 가지고 오후 5시에 일일안전시공회의를 열고 있지요. 회의에서는 금일 점검에서 지적된 위험요소에 대한 개선계획, 익일 작업에 대한 안전조치계획, 신규 근로자 교육계획, 장비 투입 일정 등에 대한 논의를 합니다.

이밖에 작업 종료 전에는 필히 작업구간의 정리정돈을 실시토록 하여 조금의 위험요소도 남겨두지 않고 있습니다.

Q. 건설재해가 줄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아직까지는 다소 부족한 근로자들의 안전의식, 어려운 건설경기, 외국인 근로자 및 고령 근로자의 증가 등 여러 가지 이유가 건설재해의 감소를 가로 막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공기 단축을 위해 무조건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장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공정을 빨리 그리고 급하게 진행하면서 현장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또 우수한 품질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그렇지 못합니다.

기본과 원칙을 무시하고 공사비 절감을 위해 오로지 공기단축에만 매달리는 행위는 후에 ‘중대재해’라는 큰 재앙을 불러오기 마련입니다.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가운데 체계적으로 공정을 진행함으로써 견고한 건축물을 짓는 것이야말로 건설이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라는 게 제 변치 않는 신념입니다.

Q.건설현장의 안전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선적으로 안전을 대하는 현장 관리자들의 인식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흔히 안전에 대한 투자를 낭비라고 말합니다. 날지 안날지도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돈을 쓰는 것이 아깝다는 것이지요. 때문에 대다수 현장들이 법을 위반하지 않는 정도의 보여주기식 안전관리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현장의 여건을 알고 있기에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런 운영이 결코 큰 이윤을 보장하는 방식이 아님을 명확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안전에 대한 투자를 아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적습니다. 그러나 만약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수습을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이로 인해 공기도 늦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작은 이익을 얻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위험성이 너무나 큰 것이지요.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통해 사고를 예방하고, 이를 통해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한다면 소기에 목표한 성과를 모두 이룰 수 있습니다.

Q.무재해를 꿈꾸는 전국 건설현장에 조언 한 마디를 부탁드립니다.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안전’을 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익히 아시겠지만 안전은 혼자 이룰 수 없는 것입니다. 임직원, 관리감독자, 근로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안전의 실천에 나설 때만이 사고의 근원을 확실히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신경을 써야 할 대상이 근로자입니다. 근로자들의 경우 수동적인 안전활동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즉 시키는 활동만 하는 것이지요. 이런 자율성 없는 활동은 재해예방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합니다. 감시자가 없다면 안전을 지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자율적인 의지를 가지고 안전활동에 나서도록 끊임없이 독려해야 합니다.

저희 현장의 경우 안전교육장을 상시 개방하여 휴게시설로 활용토록 한 것은 물론 안전보건실, 샤워장 및 체육시설 설치 등을 통해 근로자들에게 편안한 근무환경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관심과 배려에 힘입어 근로자들은 스스로 존중받는 현장의 한 구성원임을 인식하고 있으며, 안전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현장은 늘 근로자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또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안전문화를 전국에 확산시키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우리 현장이 걷고 있는 이 길에 더욱 많은 현장이 함께 걷게 되길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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