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덕 홍익뿌리교육연구원 원장

지식교육에서 탈피해야
안전교육, 지속적으로 실시돼야 효과적

안전교육은 그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안전의식을 강조하는 ‘안전의식계몽 교육’에서부터 안전한 작업방법을 몸에 익히도록 하는 ‘안전작업 교육’, 안전관련 기술을 가르치는 ‘안전지식 교육’ 등등 종류를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안전교육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목적은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재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기 위한 것이다.

이런 안전교육 가운데 요즘들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받고 있는 것이 인성안전 교육이다. 본지는 인성안전 교육을 선도하고 있는 김동덕 홍익뿌리교육연구원장을 만난 인성안전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안전교육의 발전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먼저 안전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전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안전이란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은 사전적인 의미로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거나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합니다. 조금 쉽게 얘기하면 각종 위험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지요.

즉 안전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이뤄지는 것이 바로 안전교육입니다. 이는 우리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재미있는 얘기를 해볼까요. 의사와 변호사가 배를 타고 유람을 떠났습니다. 그때 그들은 뱃사공에게 “당신은 무엇을 잘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뱃사공은 “저는 평생 물 근처에 살아서 수영하는 것과 노 젓는 일만 할 줄 압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 말은 들은 그들은 “그러니까 당신은 평생 그렇게 사는 겁니다”라고 비야냥거렸습니다. 그런데 그때 폭풍우가 몰려왔고 배가 뒤집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의사와 변호사는 수영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내 물에 떠내려 가고 말았지요. 이 모습을 본 뱃사공은 “헤엄치는 것이나 좀 배워두지”라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 속에 안전교육의 중요성이 내포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전교육은 그 사람이 천하고 귀하고를 떠나 인간존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 말입니다.

Q.안전교육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어떤 교육에서든지 올바른 지식과 기능, 태도를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대부분의 교육은 지식과 기능 위주로 이뤄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운전면허를 따는 과정을 봅시다. 안전한 운전을 위한 지식과 기능은 충분히 교육할 수 있고 또 평가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운전할 때 어떤 습관이 있는 지 등의 태도는 평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운전교육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든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이지요.

특히 안전분야에서 태도는 다른 어떤 분야의 그것보다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없습니다. 안전에서의 태도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교육이 미흡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재해율이 큰 폭으로 낮아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즉 지식과 기능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교육을 안전의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Q.위 질문과 관련해서 안전의식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원인을 짚어주시기 바랍니다.

교육을 받는 이들에게 안전의식이 깊이 새겨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류시하 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머리 속에 들어 있는 것을 가슴으로 옮기는데 평생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라는 말입니다. 이는 머리 속에는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말이 바로 안전의식이 체화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안전의식을 향상시키느냐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 교육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식, 기능이 행동으로 옮겨지기 위해서는 강력한 동기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이런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어 왔지만 저는 특히 인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인성교육은 단순히 개인의 성향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지 않습니다. 본인이 아닌 가정에 동기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안전의식을 높이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Q.‘인성안전’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식은 머리 속에서 잊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성품은 언제나 그 사람과 함께 합니다. 인성안전(人性安全)이란 마치 자동차를 안전하게 유지·관리하기 위해서 그 자동차의 기본 성능을 잘 알아야 하는 것처럼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고와 태도 등 인성(人性)을 먼저 파악하고 이를 안전관리에 접목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의 공통된 성품을 분명하게 알고, 그 성품을 향상시키려는 의도적인 활동을 통해 바람직한 의식이 늘 깨어있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인성안전의 핵심입니다.

여기서 안전의식을 벼에, 불안전한 요인을 잡초에 비유해 봅시다. 논에 벼를 심으면 벼만 클까요. 아닙니다. 이름 모를 잡초들이 벼와 함께 성장하게 됩니다. 이들 잡초들은 분명 벼가 자라나는데 악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벼를 잘 키우기 위해 잡초를 제거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지요. 이 방법이 전형적인 안전교육 방법입니다. ‘뭐 해라’, ‘뭐 하지 말아라’, ‘어떻게 해야 한다’ 이런 식이지요.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잡초를 가만히 나둔 채 벼에게만 좋은 비료를 주어서 벼의 힘을 강하게 키우는 방법도 있습니다. 벼를 잘 키워 주위에 있는 잡초들이 제대로 자라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성안전입니다.

Q.구체적으로 인성안전 교육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설명부탁드립니다.

지식과 경험이 합쳐지면 지혜가 됩니다. 하지만 지식만 쌓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저는 30시간 정도 강의를 하는 동안 인성이란 무엇인지, 인성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론 강의는 5~6시간 정도만 합니다.

나머지 시간에 제가 강조하는 것은 정리정돈과 예의범절입니다. 즉 인성을 생활과 연결시키는 것이지요. 책상에서 학습을 하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지만 단 1초라도 자리를 뜰 때에는 깔끔히 정리하고 자리를 비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식사 후에 정리정돈을 하게하고, 나올 때는 반드시 식당 관계자분들에게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를 하도록 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인성 훈련이 아무리 잘 됐다고 하더라도 실천이 없다면 생활에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 관리를 잘하고, 주변을 잘 정리토록 하는 것이 바로 안전과 직결되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참여식, 토론식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안전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안전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지식을 몸에 체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을 받은 자들이 본인 스스로 안전에 대한 신념을 확고히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접 체험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전에 있어서 만큼은 직접 체험이란 있을 수 없죠.

그래서 저는 안전교육에서도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육은 AS를 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어떻게 행동하라고 교육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교육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런 고민을 하다가 생각하게 된 것이 메일 서비스입니다. 1990년대 이후로 저에게 교육을 받은 분들에게 ‘뿌리소리’라는 이메일을 거의 매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교훈이 될 만한 문구들을 모아서 보내는 것이지요. 이를 통해 교육내용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상기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외국인 근로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보건교육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효과적인 교육 방법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수많은 외국인들이 취업해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이는 곧 의사소통에서부터 교재나 시간 등등 안전교육이 진행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말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효율적인 것이 바로 안전교육을 체험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행동은 만국 공통어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안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지식적인 것과 함께 행동으로 체험할 수 있게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경우 제도권의 보호를 받는 이들도 있고 법의 보호에서 제외된 이들도 있습니다. 제도권에 있는 이들에게는 체험교육이 가능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어떤 안전교육도 이뤄질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저는 중소기업 사업주들에게 안전교육을 집중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소규모 사업주 분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은 물론 취약계층의 안전을 위해서는 사업주에게 안전의식을 심어주고, 이것이 소속 근로자들에게 전파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최선일 것입니다.

Q.마지막으로 재해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전인들과 근로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람은 알지 못하면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안전과 관련해서 ‘몰라서 못 지켰다’라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지식 수준은 낮지 않습니다. 이제는 지식을 행동으로 옮길 때인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안전관리를 담당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솔선수범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사업장 안에서만의 행동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차량을 운전할 때 신호를 잘 지키고,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등 안전운전을 하는 모습에서도 근로자들은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반대로 안전관리를 맡고 있는 사람의 평상시 생활습관이 나쁘다면 그를 사업장에서 보는 근로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습니까. 행동은 백마디 말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근로자 여러분들도 안전은 본인의 몫이라는 것을 명심해 주셨으면 합니다. 안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닙니다. 재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본인 스스로가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누가 대신 해주겠지’라는 생각은 정말 잘못된 것입니다. 재해는 그 누군가가 아닌 내가 당하는 것이고 그 고통은 나는 물론 가족에까지 전가된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동덕 원장 약력

1988~1992 한국훈련개발원 소장
2007~2009 미래교육개발원 원장
2009~현재 CNP 네트웍스 원장
1998~현재 홍익뿌리교육연구원 원장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