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 때 안전 습관화해야…성인돼서도 관심 가져

체험형 교육과 조기안전교육. 최근 이 두가지 교육방법을 접목한 체험형 조기안전교육이 국내 안전문화 향상의 핵심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세중 서울시민안전체험관장은 이러한 체험형 조기안전교육의 예찬론자 중 한명이다. 그는 세계 경제대국의 진입을 눈앞에 둔 지금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안전문화의 수준을 높여나가는 것이며,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체험형 조기안전교육이라고 강조한다.

본지는 전세중 관장을 직접 만나 우리나라 체험교육의 현실, 그리고 조기안전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서울시민안전체험관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 서울시민안전체험관은 명칭 그대로 각종 안전을 실제로 체험해보는 곳으로, 2003년 3월 6일에 개관했습니다. 체험시설은 지진체험, 풍수해체험, 구조ㆍ구난체험, 소화훈련 체험 등 총 20종의 시설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총 107만 8천명, 일일평균으로 볼 때 505명이 우리 체험관을 이용했는데, 이를 분석해보면 유치원생이 45%, 초등학생이 33%를 차지할 정도로 어린이들의 이용이 많았습니다. 그 외에도 일반시민들, 장애인, 외국인 등 전국에서 다양한 계층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최근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이 관광코스로 체험관을 이용한다는 보도를 본적이 있습니다. 이곳이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추세입니다. 지난 2008년에 1,800여명이 다녀갔고, 작년에는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4,0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얼마 전 한국관광공사에서 중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청와대, 민속촌, 난타공연 등을 포함해 12개 관광지의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우리 체험관이 만족도에서 1위를 차지했었습니다. 그만큼 서울에서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로 자리잡은 것이지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눈으로 즐기는 관광이 아니라 소화기를 직접 사용해보고, 연기, 피난, 지진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일지라도 누구나 안전에 대한 욕구가 강한데, 그에 대해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으니깐 좋아하는 것입니다.

Q. 우리나라 안전체험관의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우리 체험관 외에 대구에도 체험관이 한 곳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가 현재 제2체험관을 보라매공원에 짓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으로 볼 때 5월에 완공하여 개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보라매공원의 체험관은 8,000평방미터로 우리 체험관보다 규모가 큽니다. 또 재난과 관련한 박물관도 60평 규모로 들어설 예정입니다.

서울시에서는 기본적으로 보라매공원 체험관의 경우 중고등학생 및 일반 성인들이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입니다.

Q. 안전체험의 중요성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시민들의 안전의식에 대해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61%가 ‘안전을 잘 지키지 않는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즉 61%가 안전불감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체험교육을 받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안전을 지킨다’라는 응답이 받기 전보다 30% 정도 증가한 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 생활해오면서 분명 안전에 대해서는 여러 번 교육을 받았을 것이지만, 체험교육이 그 중에서 교육효과가 가장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말로만 교육을 하면 실감이 나지 않고 금방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또 흥미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몸소 한 번해봐야 그만큼 교육효과도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소화기도 직접 다뤄봐야 그만큼 빨리 쓰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고, 지진도 직접 체험해봐야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금방 알게 됩니다. 이런 것들을 말로만 해서는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Q. 최근 안전에 대한 조기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유아기 때부터 안전에 대한 태도와 기초를 형성하고 습관화해야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안전에 꾸준히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조기 안전교육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럼 몇 살 때부터 조기교육을 받는 것이 좋을까요. 피아제는 인지발달 4단계를 제시하면서 구체적 조작기인 7세가 되어야 논리적 사고를 하고 교육내용을 이해한다고 했지만, 제가 체험을 시키고 교육을 진행해보니깐 만 5세만 되어도 충분히 교육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예전에 우리체험관에서 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면접 및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체험교육의 내용들을 모두 이해하고 있었고, 그 아이들을 대상으로 4년 후에 교육내용을 기억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해본 결과 70~80% 가량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말로만 하는 교육과 체험교육의 차이점도 분명 있는 것이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5세 가되면 타인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행동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이런 점에서 안전태도가 형성된다고 볼 수 있는 5세 때부터 조기교육을 실시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 교육을 실시할 때는 철저히 수요자 중심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유치원생이면 그 눈높이에 맞게끔 실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Q. 우리나라 안전문화를 냉정히 평가해보신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 안팎에 달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또한 모 일간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에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 등에 이어 세계 5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렇게 경제는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지만, 안전문화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입니다. 이제 안전수준도 경제대국의 명성에 걸맞게 높여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조기안전교육을 강화해서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차츰 높여나가야 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안전사고 발생률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데, 기본적으로 안전의식이 낮기 때문에 안전사고도 그만큼 많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Q. 최근 세계적으로 지진과 집중호우 등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에 대한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놔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이티, 칠레 지진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아이티는 규격에 맞지 않는 철근을 사용하는 등 내진설계가 전혀 안되어 있었기 때문에 수십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반면 규모가 훨씬 컸던 칠레의 경우 깊은 곳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있지만, 평소 지진에 관심을 가지고 상당한 대비를 해놨기 때문에 사망자가 1,000명 안팎에 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사전대비의 중요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내진설계 등 기본적으로 지진에 대비한 시스템은 하루빨리 구축해놓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에서는 집중호우가 발생해서 50명 가량이 숨졌다고 합니다. 또 중국에서도 폭우가 쏟아지고 홍수가 나는 등 기상이변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해서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점에서 제방을 튼튼히 하고, 수로도 넓게 하고, 녹화사업을 활성화하는 등의 범정부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Q. 안전과 관련해 정부에 개선을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

우리나라는 항상 사고가 터지면 그 때가서 대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례로 2000년대 초 발생한 대구 지하철화재 방화사고를 보면 사고 전에는 지하철 화재에 대해 어떠한 홍보도 하고 있지 않다가 사고가 발생하니깐 그 때가서야 각 지하철에서 일제히 홍보를 시작했었습니다. 또 열차 객실도 불에 타는 재질로 만들어놨다가 사고가 나니깐 지금은 기본적으로 불에 안타는 재질로 열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숭례문 화재사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고가 발생하니깐 그 때가서 무인카메라를 보강설치하고, 감시인력을 투입하였습니다. 이런 것들을 미리미리 대비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이 부분에 관해서는 크게 미흡한 것 같습니다.

정책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리 이런 사고를 연구할 수 있게끔 연구소의 기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경우 안전(방재)에 대한 연구인력만 수백명에 달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 연구인력은 천안중앙소방학교내 8명, 국립방재연구소내 28명 등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연구기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점에서 소방연구 시설과 인력을 확대하고, 그 기능을 강화해나갈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대로 된 소방박물관이 하나도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은 소방박물관이 있으니깐 재난을 보고 배울 수 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보다 못한 중국의 경우도 지난해 매우 큰 규모로 상하이에 박물관을 만들어놨습니다. 우리나라도 전국적인 규모와 기능을 모두 갖춘 박물관을 만들어서 재난에 대비하고 교육을 시켜야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일부 지방의 경우 ‘나홀로 소방서’가 있을 정도로 인력 부족이 심각한 경우가 많습니다. 혼자서 출동해서 모든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다치는 경우도 그만큼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소방인력이 인구대비로 크게 적은데, 인원을 늘려서 소방공무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해나갈 필요성이 있습니다. 소방공무원들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을 때 그만큼 대국민 서비스의 질도 높아지는 것입니다.

Q. 끝으로 시민들에게 안전과 관련해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1991년 후암 119센터장으로 있을 때 새벽에 화재 발생 지역으로 출동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불을 끄고 보니깐 중고등학생 2명이 질식해 숨져있었습니다. 사고 원인을 보면 너무나 사소한 것이었습니다. 난로를 켜둔 상태에서 기름을 주입하다가 기름이 넘치면서 불이 붙은 것입니다. 그 사소한 것이 결국 두 아이들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습니다. 

그 외에 발생했던 사고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고의 90%가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켰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였습니다.

그만큼 안전수칙은 중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안전수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안전수칙을 지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안전수칙을 의식적으로라도 생각하시고, 반드시 그에 맞게끔 행동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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