祝貴人以盛權,祝貴人以盛權, 祝名人以尊爵,祝福人以遐壽, 皆詛也,非祈也.
(축부인이다남,축귀인이성권,축명인이존작,축복인이하수, 개저야,비기야.)

부자에게 아들이 많기를 축원하고, 귀한 사람에게 권세가 막강하기를 축원하고, 명망 있는 사람에게 벼슬이 높기를 축원하고, 복 많은 사람에게 장수하기를 축원하는 것은 모두 저주하는 것이요, 축원하는 것이 아니다.

성대중 (成大中 1732~1809) <성언(醒言)>《청성잡기(靑城雜記)》제3권

‘서경(書經)’에서는 오복(五福)을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라고 말하고 있다. 장수하고, 물질적으로 넉넉하며,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하며, 도덕 지키기를 좋아하며, 제 명대로 살다가 편히 죽는 것 등을 사람이 가장 가치 있고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다섯 항목으로 꼽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누군가는 치아가 좋은 것, 자손이 많은 것, 부부가 해로하는 것, 손님을 대접할 만한 재산이 있는 것, 명당에 묻히는 것을 오복으로 부르기도 한다.

어떤 것을 오복으로 생각하느냐의 문제는 시대에 따라 그리고 개개인이 처해 있는 상황과 소망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나 이런 복들을 원하고 그것들이 골고루 갖춰지기를 소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복들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축원을 한다.

그런데 성대중 선생은 복을 골고루 갖추라고 축원하는 것은 축원이 아니라 저주라고 말하고 있다. 상식을 뒤엎는 말이라 몹시 당황스럽다. 왜 이런 말을 한 것일까.

성대중 선생은 “부유하면서 아들이 많으면 자식을 다 혼인시키기 전에 재산이 이미 줄어들고, 형제가 많으면 밖에 두려워하거나 꺼리는 것이 없어서 술 마시고 노름이나 싸움질을 일삼아 집안이 망하고 만다. 귀하면서 권세가 막강하면 10년이 못 되어 하늘의 재앙과 사람들의 해침이 함께 받고, 명망이 있으면서 벼슬이 높으면 처음에는 의심이 쌓이고 다음에는 비방이 모여 결국에는 온갖 모욕을 당해 명망이 없어지고 만다. 복이 많으면서 장수하면 처자식이 먼저 죽고 심지어는 손자까지 장사 지내게 되는 재앙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다소 극단적인 예만 든 것 같아 선뜻 수긍이 가지 않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아주 터무니없는 주장만은 아닌 듯하다. 사실 성대중 선생의 말에 담긴 속내는 이렇게 봐야 한다. 복을 부정하고, 축원을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복을 혼자만 다 가지려 하는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축원이냐 저주냐의 경계는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바로 ‘욕심’에서 갈라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제공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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