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규제에는 크게 경제적인 측면의 규제와 사회적인 측면의 규제가 있다. 경제적 규제는 기업의 경제활동을 조율하여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는데 목적이 있는 반면 사회적 규제는 국민, 소비자, 근로자 등에게 해가 될 수도 있는 요인을 차단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이처럼 각각의 규제 모두 나름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우리는 흔히 규제하면 경제적 규제만을 떠올린다. 이런 통념 때문인지 사회적 규제는 경제적 규제에 비해 소홀히 다루어지거나 심지어 경제적 규제의 일부분으로 혼동돼 정책에 반영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규제 완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경제 분야에서 대거 규제를 완화하였는데 이때 산업안전보건분야의 규제 또한 시류에 휩쓸려 획일적으로 완화가 추진됐다. 위기에 빠진 국가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경제적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야 이해를 하겠지만 그 안에 산업안전보건분야가 포함됐다는 것은 사회적 규제에 대한 우리사회의 심각한 소홀함을 깨닫게 한다. 이는 사회적 규제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분야의 규제는 근로자의 건강과 생명이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대표적인 사회적 규제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산업’현장에서 이뤄지는 문제라는 점만을 들어 이를 경제적 규제에 편승시키는 경향이 크다.

때문에 경제적 규제의 완화가 시행된다하면 빠짐없이 산업안전보건분야의 규제도 포함되는 이해 못할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물론 산업안전보건분야가 완전히 경제적 분야와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분야의 규제가 완화돼 기업의 산업안전보건 비용이 절감된다면 이는 상당한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산업안전보건분야의 지극히 한 단면만을 본 것이다.

규제가 완화돼 산업재해가 증가하여 기업이 막대한 직·간접비용을 물게 된다면 그때도 경제적인 논리로 산업안전보건분야를 판단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 대답은 아닐 것이다. 즉 산업안전보건분야는 단순히 경제적 논리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분야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경제적 규제완화를 시행할 때 그 선택과 대상의 폭을 결정함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선진 외국은 산업안전보건분야와 같은 사회적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할 경우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한 검토를 세밀하게 선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책을 수립·진행한다.

이처럼 포괄적인 시각에서 접근되어야 할 산업안전보건정책을 그동안 우리나라는 일차원적인 논리에만 치중해 실행해 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때이다. 아울러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일을 일시적인 정치나 경제 분위기에 좌우돼 규제완화로 활용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선진 안전국은 단지 재해가 적게 발생한다는 표면적인 사항으로만 가늠되는 것이 아니라 재해를 적게 발생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성숙한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규제완화의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기업들도 직접적인 이윤 극대화보다 산업안전보건이 기업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척도라는 점을 인식하고, 규제에 의한 안전보건이 아니라 진정한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하는 경영으로 기업을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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