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석 (주)풍산 부산사업장 공장장

제45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에서 ‘대통령표창’ 수상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회사는 결국 사회에서 도태된다”
우수 안전관리사업장에 대한 법·행정적 지원 확대돼야

(주)풍산 부산사업장은 지역은 물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우수한 안전사업장이다. 2002년 3월 25일 무재해 목표 7배 달성을 시작으로 10여년 사이 무재해 목표 5배 이상을 세 차례나 달성했다. 여기에 더해 오는 8월이면 ‘무재해 목표 8배 달성’이라는 위업을 이뤄낸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노사 상호간의 존중과 협력을 모범적으로 실천해 온 점을 인정받아 노사문화대상(국무총리)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곳이 이런 대단한 업적을 쌓아올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노사의 적극적인 참여, 우수한 안전관리시스템의 정착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바로 ‘경영진의 안전의지’라고 할 수 있다. 이곳 총괄 책임자인 주수석 공장장(전무이사)은 직접 현장을 돌며 사업장의 안전활동을 진두지휘한다.

아울러 안전보건과 관련된 일이라면 말단 직원의 말도 귀를 열고 경청하며,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이런 공로를 높이 평가 받아 최근 열린 제45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기념식에서 영예의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적극적인 안전의지로 (주)풍산 부산사업장을 전국적인 안전사업장의 반열에 올려놓은 주수석 공장장을 만나 그만의 경영방침과 안전신념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주)풍산 부산사업장 및 공장장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주)풍산은 1960년대 경제개발의 서막이 막 오르던 시기에 창립됐습니다. 당시는 완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부품산업이 전무하던 때였지만, 풍산은 우리 군의 전투력 향상과 자주 국방의 조기 실현에 공헌하겠다는 일념으로 줄곧 신동산업과 방위산업을 개척해 나갔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전문 방위기업에 올라섰으며, 이를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부산시 해운대 장산자락의 43만평 대지 위에 자리한 우리 부산사업장은 1982년에 소구경탄을 생산하던 육군조병창을 인수하면서 설립됐습니다. 설립 이래 국산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군용신탄종과 스포츠탄의 신규 개발에도 앞장서 세계 최고의 소구경탄 생산 공장으로 그 위상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런 역량을 바탕으로 현재 국내는 물론 미주,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중동지역 등으로 수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저는 1973년 입사를 했으며, 그동안 신동부문부터 화약체계개발 및 연구소 등 제조 각 부분에 걸쳐 근무를 해왔습니다.

Q. 영예의 대통령표창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하나의 사업장을 맡고 있는 책임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너무나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상은 우리 사업장을 대표해 저에게 주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합심단결하여 한 사람도 다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갖고 꾸준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해 온 우리 사업장 전 사원들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도 이러한 결실을 끊임없이 이어가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전 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안전관리에 매진하겠습니다.

Q. 평소 ‘안전’에 대한 공장장님의 신념을 듣고 싶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듯 기업 경영에 있어서 성과가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간존중을 토대로 한 안전이 사업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아무리 경영성과가 우수해도 이것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에 불과합니다. 대형재해가 한 번 발생하면 쌓아올린 성과가 한 번에 무너지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저는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기업은 성공한 기업으로 볼 수 없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울러 ‘사업장 경영의 최고 가치는 안전’이라는 확고한 철학을 토대로,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의 정착 및 자율적인 안전활동의 구현을 통해 무재해를 향해 정진하고 있습니다.

Q. 사업장의 안전관리를 이끌어 감에 있어 특별히 역점을 두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항상 현장을 둘러보며 직원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안전한 작업환경은 회사가 만들어 줄 테니, 근로자들은 모든 일에 있어서 원칙에 충실해달라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화약 중에서도 가장 예민하고 위험한 기폭제 원료 및 뇌관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또 각종 완성탄을 생산하기 위해 프레스, 호이스트 등 350여대의 위험기계기구와 화학설비를 취급하고 있으며, 각종 화공품도 대량 사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로 상당히 위험한 환경이지요.

이를 감안해 회사차원에서 안전설비 구축 등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고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는 게 사실입니다. 작업자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작은 실수를 할 수 있고, 이것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실수로 인한 사고 또한 예방할 수 있는 풀프루프 시스템(Fool proof system)을 사업장 전반에 정착시키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안전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유명하신데, 이에 대한 공장장님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2010년의 경우 위험공실 스프링클러 헤드 교체, 5.56mm 탄환 결합기 자동화 등 총 19건의 위험시설을 개선하는데 약 24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지난해도 예광탄자장약기 전면 방호문 교체, 위험공실 위험요인 파악용 CCTV 설치 등 총 21건을 개선하기 위해 18억원을 썼습니다. 실로 적지 않은 비용을 안전보건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저에게 타 사업장의 일부 경영진은 날지 안날지도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돈을 쓰는 것이 아깝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저 역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경영의 일선에 있기에 그 말을 어느 정도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원칙이 있는 안전에 대한 투자는 생산성을 더욱 높인다는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공장의 자동화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대부분 자동화의 목적이 생산량 증대에 있다고 봅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인력에 의한 작업을 자동화하면 그만큼 생산량이 늘어날 테니까요. 그러나 품질을 확보하지 못한 무조건적인 생산량 증대는 경영에 있어 큰 이익이 되지 못합니다. 아무리 많은 제품을 생산했다 하더라도 품질이 떨어지면 팔리지 않을 것이 분명하니까요.

그럼 생산량도 높이고 품질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근로자들의 안전 확보에 초점을 두고 자동화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품질은 아무리 자동화가 이루어진다 해도 결국 근로자들 손과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이를 감안해 근로자들이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편하게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럼 작업자의 안전, 우수한 품질의 제품, 생산성의 향상 등 세 마리 토끼 모두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안전에 대한 효율적인 투자로 다양한 이득을 얻는 방법입니다.

 


Q. 그간 (주)풍산 부산사업장이 펼쳐온 안전보건활동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저희 회사는 KOSHA 18001과 OHSAS 18001의 공동인증을 통해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정착시킨 가운데 SHEQ 통합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안전, 보건, 환경, 품질 관련 총 93건의 규정을 통합·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기계·기구·설비의 변경요소 안전성 검토제도, 유해·위험 작업 허가제도 등 사전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월별·계절별 특성에 맞는 관리 및 점검항목을 지정하여, 매월 단위로 재해요인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매일 작업 전 위험예지훈련 실시, 사업장 및 부서별 무재해 목표 달성 포상제도 운영 등을 통해 안전보건운동을 활성화시키는 한편 매월 안전점검의 날 합동점검 등 노사가 함께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데에도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저희는 외부 기관을 통해 객관적인 안전성을 검증 받는 것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일례로 미국에 화약류를 수출하는 업체는 반드시 미 국방부 DCMA(Defense Contrast management agency)로부터 안전성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저희는 2004년부터 총 6회의 수검을 받은 결과 우수한 안전관리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에 만족치 않고 2003년부터 미국 및 유럽지역의 화약류 안전진단 전문기관(SMS 사)에 의뢰하여 공장의 화약류 제조 및 저장소에 대해 주기적으로 진단을 받고 있습니다.

이밖에 근골격계질환 예방 관리제도 운영, 작업 전 스트레칭 실시, 주기적인 종합건강진단 실시, 보안경 지급, 금연 프로그램 운영, 체력 단련 및 물리치료실 운영 등을 통해 근로자들의 건강관리와 증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우리나라가 유독 안전분야에서만 발전이 더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전히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빨리빨리’ 문화와 ‘실적위주의 문화’가 재해의 감소를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업을 빨리 그리고 급하게 진행하면서 사업장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또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그렇지 못합니다. 또한 기본과 원칙을 무시하고 오로지 실적만을 외치는 행위 역시 후에 ‘중대재해’라는 큰 재앙을 불러오기 마련입니다.

남이 보지 않으면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빨리 해결하고자 하는 서두름과 일등이 아니면 만족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를 고쳐나가는 가운데, 모든 일의 구상단계부터 안전한 설계를 반영하고 그 작업과정을 안전하게 진행하는 풍토가 자리 잡히면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안전 선진국에 진입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더해 ‘안전이 최고의 가치’라는 사실이 더 많은 사업장에 퍼져나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누구도 다치지 않게 하겠다’는 관리자와 ‘나는 절대 다치지 않겠다’는 작업자가 많아질 때 비로소 안전문화가 우리나라 사업장 전반에 뿌리 내릴 수 있습니다. 더불어 기업의 목표달성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회사는 언젠가는 사회에서 도태되고 만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명심해야 합니다.
Q. 산업안전보건분야와 관련해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자율적으로 안전활동을 잘하고 있고, 재해율도 동종업체의 평균보다도 낮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다 폭넓은 지원과 혜택을 주었으면 합니다.

정부가 현재 시행 중에 있는 각종 감독 제외, 산재보험요율의 인하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군납 원가상의 혜택이나 해외 안전관리 우수업체 견학기회 등 눈에 띄는 동기부여를 하게 되면 기업들 역시 재해예방을 위해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Q. 무재해를 꿈꾸는 경영진과 안전관리자들에게 조언을 한마디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첫째 나 자신과 동료의 불안전한 행동을 근절시키는데 모두가 앞장서야 합니다. 사고는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산재예방활동에는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사업장의 구성원 모두가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 사업장을 내 가족이 일하는 곳이라 생각하고 시설과 설비의 개선을 꾸준히 추진하는 한편 안전작업방법의 개발과 작업의 절차화에도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작업의 절차화에 각별한 공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작업을 ‘절차화’한다는 것은 재료투입부터 생산, 포장, 출고까지의 모든 과정이 안전한가를 검토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절차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는 근로자에게는 즉시 시정 명령, 경고장 발행 등의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합니다.

끝으로 경영진과 안전관리자는 수시로 작업현장을 점검하면서 물류 흐름에 따른 사고발생 위험요소를 철저히 분석하여 제거해야 합니다. 경영진과 안전관리자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야 말로 사업장에 안전문화를 가장 빠르게 정착시키는 길입니다. 이 사실을 꼭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