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산림청 산사태방지과장

서울 우면산 사고 이후 산사태예방시스템 대대적 개선
직원 개개인이 ‘산림청장’이라는 신념으로 업무에 매진

 


2011년 7월 27일 시간당 70mm가 넘는 폭우에 서울 우면산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갑작스런 산사태가 16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고, 5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같은 날 강원도 춘천시 천전리의 마적산 기슭에서도 비극이 일어났다. 밤새 물폭탄을 방불케 하는 집중호우로 인해 쏟아져 내린 토사가 새벽녘 산 밑 작은 마을을 덮쳤다. 이로 인해 봉사활동을 왔던 인하대 학생과 주민 13명이 채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흙속에서 숨졌다.. 그 후 1년여가 지난 지금, 이들 산사태 지역은 대부분 복구공사가 완료돼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산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는 여전히 크기만 하다. 특히 기상이변이 일상화되면서 이런 걱정은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들 산사태가 일어난 후부터 지금까지 관계부처와 각 지자체는 가히 ‘개혁’이라고 할 정도로 산사태예방정책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우리나라의 산사태방지정책을 수립하고 그 시행을 총괄하는 산림청의 이명수 산사태방지과장을 만나 현 우리 국토의 산사태 위험수준, 그간 정부가 펼쳐온 예방정책,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산사태방지과와 과장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국가기관에서는 산사태업무를 주관하는 기관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서울·춘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산사태주관부서의 필요성이 전 사회적으로 강하게 대두된 것이지요.

이에 따라 올해 2월 22일 산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산사태의 체계적 예방·대응 및 복구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이를 기반으로 지난 달 26일 산림청에 ‘산사태방지과’가 신설됐습니다.

저는 1976년 입사해 북부지방산림청 운영과장, 정책홍보팀장, 청장 비서관, 산림병해충과장 등을 거쳤으며, 지금은 산사태방지과장을 맡아 과의 주요 업무인 산사태 정책수립, 산사태 예방·대응, 산사태 조사·복구, 사방사업 등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Q. 산사태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무엇입니까?

원인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산사태’가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산사태’는 산지사면에 내린 강우가 토양 내부로 침투하면서 시작됩니다. 이때 일정량 이상의 강우가 지속되면 토양 포화도가 증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암반과 흙의 경계가 분리되어 암반 상층의 흙이 떨어져나가게 됩니다. 이런 현상이 바로 ‘산사태’입니다.
그럼 이제 우리나라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는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우리나라는 연평균 강수량(약 1,300mm)의 대부분이 하절기에 집중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둘째 산맥이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강우가 모여드는 산간계곡이 많다는 특성과 20∼40°도의 완만한 산지경사가 많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아울러 화강암과 화강편마암이 주를 이뤄 이러한 모암이 풍화되어 생성된 토양이 많다보니 토양 자체의 응집력이 낮은 특성도 있지요.
이같은 기상, 지형적 원인의 결합으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 들어 방재개념이 부족한 도시개발, 채석·광산개발, 타용도 산지전용 등의 인위적 훼손이 늘면서 산사태의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재해예방부서의 장으로서 남다른 안전신념을 지니고 계실 듯 합니다.

크게 세 가지 신념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내가 일하는 것이 곧 산림청장이 일하는 것’이라는 신념입니다. 지시를 받은 일을 할 때는 그저 그 일을 끝내는데 급급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일이 내일이고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할 때는 보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일을 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저는 항상 직원들에게 스스로가 산림청장이라는 생각을 갖고 업무에 임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누구를 위해서 일하는지 잊지 말자’입니다. 우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국민들의 안전과 행복을 일순위에 두고 모든 정책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세 번째는 ‘일등이 아니면 하지 말자’입니다. 우리가 하는 업무인 산사태방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입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때문에 최선 그 이상의 노력을 해서라도 소기에 목적한 성과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 제 신념입니다.

Q. 서울 우면산·춘천 마적산 산사태 이후 산림청이 펼친 산사태방지정책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당시 산사태를 계기로 우리 산림청은 산사태 방지를 청의 중점 업무 중 하나로 설정하고, 정책 추진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산사태 예방대응체계 선진화방안을 수립한 것은 물론 관련 법의 마련에도 적극 노력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전담 조직을 신설했으며 산사태 방지 관련 예산도 30%나 증액했습니다. 이는 청 내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방협회, 산림공학회, 산림조합 등 유관기관들과도 공조관계를 구축해 산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연구했습니다.

비록 1년여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저희 과를 위시로 하여 청 모든 임직원이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산사태 방지정책을 원활히 펼칠 수 있는 법과 조직, 예산을 모두 갖추게 된 것입니다.

Q. 산사태예방시스템도 대대적인 개선작업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산사태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미리 산사태를 예측해 알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희 청은 그간 산사태정보시스템의 고도화작업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예를 들면, 올해의 경우 보다 정확한 예측정보의 제공을 위해 관측소를 76개에서 714개소로 확대했으며, 기존 시·군·구 단위로 제공하던 예측정보도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전국의 산사태 위험기준 판정표를 토질, 지형 등 여러 가지 특성을 감안하여 재조정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Q. 얼마 전 전국에 산사태 취약지역이 4천여개에 달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와 큰 우려를 나은 바 있습니다. 그 실상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동안 자연재해대책법에 의해서 관리되고 있는 산사태 위험지역은 불과 74개소에 면적은 70ha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산지 중에 산사태 위험도가 가장 높은 일등급 지역을 대략 5%로 정도로 보는데, 이것만도 30만ha에 달합니다. 즉 기존의 산사태 위험지역이 제대로 지정돼 있지 않던 것이지요.

때문에 서울 우면산·춘천 마적산 산사태 이후 저희는 산사태 방지를 위해서는 취약지역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우선이라고 판단, 전국의 산 주변지역을 일제히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수만개소의 취약지역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땅의 대부분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산사태 위험지역이 있겠습니까? 사실상 산 주변이 모두 산사태 우려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두를 관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될 시 관광객 기피, 땅값·집값 하락 등을 우려한 해당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감안해야 했습니다.

때문에 저희는 충분한 과학적 검토를 거쳐 산사태 우려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곳을 취약지역으로 선별했습니다. 그리고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는 사방댐 등의 예방시설 구축을 통해 산사태 우려가 사라지면 취약지에서 빼줄 계획임을 설명하여 정책에 대한 이해를 구했습니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취약지역으로 선정한 곳이 4천여개소였는데, 정작 언론에서는 ‘산사태 위험지역이 이렇게나 많아’하는 반응이 주를 이뤄서 정책입안자인 제 입장에서는 안타까움이 상당했습니다.

Q. 향후 산림청이 펼칠 산사태예방 정책이나 활동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산사태는 자연재해입니다. 즉 발생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만큼은 우리의 노력에 따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저와 우리 산림청 임직원들의 생각입니다.

이런 신념에 따라 저희는 우선 4천여개의 취약지역 관리에 철저를 기할 것입니다. 연차별 계획에 따라 이들 지역에 최우선적으로 사방시설을 설치해주는 한편 위험이 해소가 된 지역을 해제하고 새로운 취약지역을 추가하는 식으로 사업을 이어갈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취약지역도 확대 지정해 더 많은 곳의 위험을 해소시키고자 합니다. 특히 이 취약지역의 지정 과정이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정위원회도 만들어 운영할 방침입니다.

또 집중강우 시 산지에서 발생한 토석류에 의한 도시민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토석류 위험 예측지도’를 제작·보급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연간 사방댐 1천개소 설치, 계류보전 600km 이상을 추진하여 산사태 위험을 최소화할 방침입니다. 이밖에 일반 국민들이 산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홍보에도 주력하고자 합니다.

Q. 끝으로 산사태 발생 시 국민들의 행동요령 몇 가지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물이 없던 지역에서 물이 솟거나, 도로에 균열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산사태의 대표적인 발생 징후입니다. 이처럼 평상시와 다른 주변 상황을 목격하실 경우 해당 시·군·구 산림관리부서에 즉시 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후 산사태 발생이 우려되면 저희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산사태예측정보를 적극 활용하시길 추천합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텔레비전, 인터넷, 라디오를 통해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해야 합니다.

또 집중호우 등 기상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아예 산사태 우려지역 근처에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산림이나 인접지역 등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은 대피를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산사태가 발생 후 주민대피령이 발령되면 공무원의 안내에 따라 침착하고 신속하게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대피할 때에는 화재 등 2차 피해가 없도록 가스밸브를 잠그고 전기 차단기를 내려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상황을 모르는 주민이 있을 수 있으므로 대피 시에는 꼭 옆집을 확인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끝으로 산사태가 발생한 산림 내에 있을 경우에는 산사태 진행경로에서 벗어나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합니다. 되도록 계곡부로부터 멀리 떨어진 높은 곳이 좋습니다. 만약 산사태로 고립되었을 때는 산림청 산림항공구조대(1688-3119)로 구조 요청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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