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해운 중앙소방학교장

누구에게나 어머니의 품 같은 장소가 있기 마련이다. 일반 국민들에게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면 고향이나 즐겨찾는 산, 넓은 평야 등등 갖가지 대답이 나올 것이다.

헌데 소방공무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모두 동일한 답을 듣게 됐다. 바로 ‘중앙소방학교’가 그것이다. 소방공무원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곳이 중앙소방학교이기 때문이다. 중앙소방학교에서는 신임 소방공무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가치에 대한 교육은 물론이고 소방안전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진다. 즉 국민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지킴이를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소방학교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소방안전체험과정, 응급처지과정 등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안전교육도 실시되고 있다. 실로 안전문화 정착 및 자율방재체계 구축을 위한 책무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이처럼 ‘소방안전교육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중앙소방학교의 수장인 류해운 학교장을 만나 그만의 교육철학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먼저 중앙소방학교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중앙소방학교는 1978년에 개교한 이래 전문 소방인 양성이라는 목표만을 위해 달려왔습니다. 수많은 소방이론과 교육 노하우 등이 체계적으로 정립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중앙소방학교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절대 과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중앙소방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육을 들여다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앙소방학교에서는 소방안전을 이끌어 나갈 인재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 철저하게 현장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교육은 재해 현장과 비슷한 상황을 만든 훈련장에 이뤄집니다. 260,886㎡의 드넓은 부지에 소방종합훈련탑, 종합훈련센터, 화재진압훈련장, 위험물화재훈련장, 붕괴사고훈련장, 산악사고훈련장, 수난사고훈련장 등이 들어서 있는 것이지요. 또한 대규모 화재, 각종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에 대응하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지휘훈련시뮬레이션, 소방시설시뮬레이션, 지진풍수해훈련 시뮬레이션 시설 등도 갖추고 있습니다.

즉 이 같은 교육훈련 인프라를 통해 각종 재난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전국단위의 중앙소방학교가 있고, 또 지역별로도 소방학교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앙소방학교에서 진행되는 소방교육의 특이점은 무엇인가요.

현재 소방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은 중앙소방학교와 8개 지방소방학교입니다. 지방소방학교는 서울, 부산, 인천, 광주, 경기, 강원, 충청, 경북 등에 위치해 있지요. 중앙소방학교와 이들 학교의 역할은 서로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중앙소방학교에서는 소방간부공무원에 대한 교육과 함께 신임 소방공무원, 의무소방원, 일반국민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 소방조직을 이끌어가고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소방간부후보생을 양성하고 있는 것도 저희 중앙소방학교의 일입니다.

이를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규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는 12주 동안 화재, 구조, 구급 등에 대한 현장 실무중심의 교육이 실시됩니다. 소방간부후보생들에게는 1년 동안 직무역량과 리더십 향상 교육이 이뤄지는 등 초급간부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한 교육이 진행됩니다. 이외에도 현장지휘자 및 관리자를 대상으로는 재난현장에서 보다 정확한 판단, 통솔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문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편 8개의 지방소방학교에서는 재난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화재진압, 구조구급훈련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내용은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결론적으로 모든 소방학교에서는 전국 3만 8천명의 소방공무원이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119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역량을 키우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Q. 중앙소방학교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소방안전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소개부탁드립니다.

중앙소방학교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 소방본부에서 예산, 기관별 배정인원 등을 고려해 입교자를 결정하고, 중앙소방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방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희망자에 한해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일반인 교육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소방업무와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그것입니다.

화재예방 및 진압활동, 일상적 사고현장에서의 구조 및 구급활동, 재난현장에서의 긴급대응활동, 기타 재난 및 안전관리분야 등에 종사하는 사람은 중앙소방학교에 입교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한편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민간교육의 경우 소방안전체험과정, 응급처치과정 등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Q.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소방안전교육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 부탁드립니다.

부주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최근 소방방재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75.5%가 사회에 만연된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안전의식을 높일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이에 저희 중앙소방학교에서는 국민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해 안전교육을 확대 추진하고 있습니다. 매년 약 3,000여명을 대상으로 소방현장체험과정과 응급처치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물론 올해부터는 초·중·고 학생들의 위기대처능력 향상을 위해 주말 119안전체험 교육과정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울러 이와 같은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시스템과 각종 콘텐츠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습니다.

헌데 이 부분에서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반 교육과정의 경우 소방공무원이나 재난 및 안전관리분야 종사자에게 우선적으로 실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생활을 열망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드리고 싶지만 학교시설이나 여건 등의 문제로 선별적으로 교육을 할 수밖에 없어 학교장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소방안전교육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계획입니다.

Q 현재 우리나라의 안전의식 수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행복하길 바랍니다. 그 행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안전입니다. 즉 인간다운 삶을 위한 바탕이 안전인 것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기본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안전을 경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안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안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사고를 당하지 않는 것을 운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국민안전의식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정도인 51.2%가 다소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전수칙을 무시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안전의식을 높이는 안전교육이 계획적이고 또 지속적으로 실시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고예방을 위한 현장중심의 교육과 홍보가 필요한 것이지요.

이를 위해 연령별, 계층별 맞춤형 안전교육을 위한 예산, 인력 등을 확보하는 가운데 안전교육 국가표준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 안전체험차량 등을 각 소방서에 보급해 체험위주의 안전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소방안전 교육정책의 추진방향에 대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30여년간 현장에서 또 정책부서에서 소방공무원의 삶을 살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들 가운데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 것은 소방 서비스는 국민들을 보다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제공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소방공무원들은 보다 유능하고 강한 소방관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명예롭고 유능한 소방인재 양성을 위해 첫째로 인재선발 단계부터 우수한 인재를 선별해 확고한 소방정신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교육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현장에 강한 교육훈련을 시킬 계획입니다. 현장에서 소방관 순직사고나 공상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참으로 안쓰럽습니다.

국민을 지키기에 앞서 소방관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데 말이죠. 그래서 자신과 국민을 지킬 수 있도록 직무별로 보직에 맞는 전문자격자를 양성하고, 재난현장 지휘 및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소방분야의 과학연구기반을 확충할 계획입니다. 소방장비 성능 향상, 화재저감 방법 등 소방분야에는 아직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현재 이들 연구는 미약한 것이 사실이지요. 이에 중앙소방학교 차원에서 소방의 기초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사업을 활성화시킬 방침입니다.

Q. 중앙소방학교가 이전할 계획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추진 배경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중앙소방학교는 지난 1978년 수원에서 개교한 이후 1986년 천안으로 이전했습니다. 이후 26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소방공무원은 5배 이상 늘어났지만 초고층·지하층 건물이 급증하는 등 재난현장은 다변화됐습니다. 하지만 소방교육을 위한 시설 확충은 이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기후변화나 재난환경 변화에 따라 지진 등 대형복합재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복합고층건축물 화재진압훈련 시설, 지진 등 복합재난훈련 시설, 지하철 안전체험 시설 등 교육훈련시설 확보가 절실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현재 학교 부지에 이들 시설을 신축할만한 공간이 없고, 화재·폭발 등 실전훈련의 경우 인근 주민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소방학교를 충남 공주로 이전하기 위한 소방방재 교육연구단지 건립 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12만평 규모에 1,600억원을 들여 중앙소방학교, 중앙민방위방재교육원 등 교육·훈련기관을 이전하는 한편 소방·재난과 관련된 각종 훈련장 등 교육훈련시설도 확충할 예정입니다.

특히 첨단기술이 적용된 복합고층건축물 화재진압 훈련장, 위험물 화재진압 훈련장, 지진방재 훈련장 등도 설치할 계획에 있습니다.

2016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이 사업이 완료된다면 증가하고 있는 소방방재 교육훈련 수요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유형의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현장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만큼 국민들의 안전이 더욱 확보되는 것이지요.

Q.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보다 질 높은 119소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소방청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는 매년 661억원의 지방비를 투입해 노후 소방차를 교체하고 있습니다. 언듯보면 큰 효과가 있는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국의 소방차 7,556대 중 노후차는 1,314대로 노후율이 17.4%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 연수가 도래한 노후차량을 교체하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비단 소방차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닙니다. 공기호흡기 등 개인안전 장구도 소요기준 대비 30% 정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 3교대 등 소방공무원 근무여건 및 처우 개선도 아직도 요원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현장활동을 하는 소방공무원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국민에게 질 높은 119소방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지요. 즉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나 소방사무는 지방사무라는 이유로 국가지원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고 대형재난 발생 시 신속한 사고수습과 ‘소방중심’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소방청 신설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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