貴莫貴於不爵 富莫富於不欲 强莫强於不爭 靈莫靈於不知
(귀막귀어부작 부막부어불욕 강막강어부쟁 령막령어부지)

귀함으로는 벼슬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귀한 것이 없고, 부유함으로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보다 더 부유한 것이 없다. 강함으로는 다투지 않는 것보다 더 강한 것이 없고, 현명함으로는 알지 못하는 것보다 더 현명한 것이 없다.

이지함 <대인설(大人說)>《토정선생유고(土亭先生遺稿)》

조선 중기의 관료 학자인 토정(土亭) 이지함 선생은 기인(奇人)으로 세상에 많이 알려져 있다. 괴상한 행동과 예언, 술수에 대한 일화가 많이 전해지는데, 위의 글 역시 그의 특이하면서도 묘한 철학이 잘 담겨있다.

벼슬하지 않는 것보다 더 귀한 것이 없고, 욕심 부리지 않는 것보다 더 부유한 것이 없으며, 다투지 않는 것보다 더 강한 것이 없고, 알지 못하는 것보다 더 현명한 것이 없다. 어찌 보면 허무한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심오한 진리가 들어 있는 선문답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글은 대인(大人)을 묘사하고 있다. ‘대인’은 국어사전에서 ‘됨됨이가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 ‘큰일을 해내거나 위대한 사람’ 등으로 정의된다. 위의 토정 선생의 말씀에 따라 ‘대인’을 풀이하자면 ‘대인’은 세상의 벼슬에 연연하지 않고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상, 세상의 재물에 욕심을 부리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는 배포, 이해득실의 다툼에 휩쓸리지 않고 올바른 자리에 우뚝 설 수 있는 의연함, 세속적인 지식에 무지한 듯하면서도 세상의 이치와 흐름을 꿰뚫는 통찰력과 현명함 등을 갖춘 사람이다.

이 좁은 세상에서 작은 이익을 놓고 복닥거리며 싸우는 시시한 인생 말고, 이해에 얽매이지 않고 권력에 휘둘리지도 않으며, 그 모든 것들을 훌쩍 뛰어넘어 여유롭게 내려다 볼 수 있는 자유인, 이런 ‘대인배적인’ 삶을 한번쯤 꿈꾸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물론 그것을 단번에 이루기야 어렵겠지만, 그런 사람이 한번 되어보자는 꿈을 갖고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대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인 비슷하게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인이다”하고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대인배처럼 한세상 살아보길 바란다.

<자료제공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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