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설 근로복지공단 인천산재병원 재활전문센터 소장

산재근로자에게 요양·재활·직업복귀 ‘One-Stop 서비스’ 제공

 


올해 초 근로복지공단은 소속 산재병원들을 통해 산재근로자에게 요양과 보상, 재활 등의 산재보험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원스톱(One-Stop)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산재환자는 각종 보험급여와 재활서비스 등에 대해 문의하거나 신청할 경우 치료를 산재병원에서 받고 있더라도 별도로 근로복지공단 지사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산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산재환자의 경우 더 이상 이런 불편을 겪지 않게 된 것이다.

제도 시행 9개월여가 지난 지금 구체적인 성과와 향후 개선방안 등을 듣기 위해 정용설 인천산재병원 재활전문센터 소장을 만나봤다. 아울러 우리나라 재활치료체계의 문제점과 효과적인 치료방안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Q.재활전문센터와 소장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인천산재병원 재활전문센터는 1970년대 산업재활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40여년 동안 산재환자들에게 최적의 재활의학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며, 2006년 더 나은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재활전문센터로 새롭게 단장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1,500평 규모의 국내 최상급 재활치료시설과 500평 규모의 수중운동치료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최신 재활치료 장비도 대거 구비하고 있습니다. 시설의 수준도 상당하지만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만큼 의료진의 경험이나 실력도 매우 우수하다고 자부합니다.

저의 경우 재활의학과 전공의를 마치고 국내 유수의 재활의료기관에서 근무를 했으며, 대학교수도 맡아 연구·진료와 함께 후학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저는 재활의학 중에서도 운동치료와 같은 재활치료분야에 관심이 컸습니다. 때문에 인간의 자세와 움직임에 대한 연구와 임상에 수년간 집중했습니다. 2007년 외국에서 코어운동, 알렉산더테크닉 등 다양한 재활치료기법을 경험했고, 귀국 후 현재까지 치료기술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천산재병원과는 2009년 처음 연을 맺었습니다. 산재의료가 상당히 체계적이고 환자들에게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또 공공의료기관인 만큼 여타 병원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욱 보람 있고 가치 있는 길이라는 생각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Q.센터를 이끌어 감에 있어 역점을 두고 계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재활의학의 세부전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재의료는 특성상 특정질병보다는 사고 또는 반복사용손상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환자에게 맞는 특화된 치료가 시행돼야 효율을 높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뇌졸중과 뇌손상을 담당하는 뇌신경재활, 척수손상에 따른 사지마비 등을 다루는 척수손상재활, 척추·관절·근육·말초신경의 손상을 다루는 근골격계재활 등으로 재활치료분야를 분화해 각 분야 전문의와 치료진이 특화된 치료에 나설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각 치료 분야의 전문 인력(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등)과 사회복귀, 직무훈련을 담당하는 특수 교사들까지 함께하는 전문화체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발전을 거쳐 더욱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재활치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Q.산업재해가 크게 줄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경영진, 근로자 등 산업현장 구성원들 대부분의 의식이 여전히 안전보다는 경제성장과 생산성만을 중시하기 때문으로 생각합니다.

산재가 적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기위해서는 경제가 발전하는 만큼 안전문화나 의식도 성장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성수대교 붕괴 등 여러 대형사고를 계기로 안전의 중요도에 대한 인식개선과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아직 요원한 상황입니다.

이런 모습은 재활치료분야에서도 나타납니다. 대부분의 산재환자에게 지금까지의 신체사용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익혀야 한다고 설명하지만, 이를 빨리 받아드리고 실천하는 환자는 매우 적습니다.

또 반복 동작, 불균형한 자세 등의 경우 신체의 기능이상을 초래하니, 이를 지양하라는 교육이 이뤄져도 많은 근로자들이 지키지 않습니다.

생산성이 아닌 안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의식을 전환하지 않으면 결국 사고는 나기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신체기능 이상을 야기하는 작업이나 작업방법을 개선하지 않으면 질병 역시 계속 발생할 것입니다. 안전으로의 의식 전환, 그것만이 사고와 질병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우리나라 재활치료 분야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재활치료분야를 살펴보면 뇌손상이나 척수손상, 절단 등 눈에 보이는 장애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상당히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그 심각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근골격계 재활치료분야에는 지원이 현실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래서 척추나 관절에 통증을 느끼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거나 마사지 등 비제도권 치료분야를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현상은 결과적으로 부적절한 의료행태의 만연을 불러옵니다.

그나마 산재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에서 이들 환자들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만족스러운 치료가 이루어지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서둘러 나서서 뇌졸중, 척수손상 등 큰 장애 외에 근골격계 재활분야에도 적절한 치료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Q.효과적인 재활치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의료진간의, 의료진과 환자간의, 의료진·근로복지공단·환자간의 의사소통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재활치료는 단순히 의사 한 명이 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 것이 아닙니다. 환자와 여러 명의 치료사가 함께 치료를 진행해 나갑니다.

이 치료사들은 다양한 직종의 전문 인력들로, 그들 모두 특화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헌데 이 능력은 개별적보다 한데 어우러질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환자 상태에 대한 각 전문분야의 의견이 적절히 의사소통될 때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치료 경과 중 변화하는 상태를 함께 공유하게 되어 보다 적절한 치료법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센터에서는 ‘팀평가회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환자 1명을 대상으로 재활의학과 전문의,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심리치료사, 사회사업사, 병동 간호사 그리고 근로복지공단 직원이 모두 모여 개별적으로 환자를 평가한 내용을 발표하고, 통합적인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지요. 실제로 이런 과정을 통해 세워진 계획은 그동안 매우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Q.원스톱(One-Stop)서비스는 현재 어떻게 시행되고 있습니까?

One-Stop 서비스는 일종의 맞춤형 통합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던 산재치료, 의료재활, 사회재활, 행정·경제지원, 직장복귀 등 모든 재활관련 업무를 한 곳에서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서비스의 핵심입니다.

무엇보다도 의료 및 경제 비용을 지불하는 근로복지공단과 의료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 서비스를 공급받는 환자가 동시에 한 공간에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치료의 효율을 극대화시켜줍니다. 환자입장에서는 기타 행정·경제적 사항을 편하게 진행해 나가는 가운데 치료도 받고, 직장 복귀도 준비할 수 있으니 더욱 유익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저희 병원의 경우 원스톱 서비스를 앞서 말한 팀평가회의와 연계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의료진의 회의에 공단 관계자도 함께 참여하여 환자에게 제공될 수 있는 행정절차나 보상을 같이 상의하는 것이지요. 때문에 환자 대부분이 원스톱서비스를 통해 결정되는 치료나 사안들에 대해 상당부분 만족하고 있습니다.

Q.업무상 질병 및 재해를 감소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요.

사업장의 철저한 안전보건관리, 우수한 안전보건관리기법의 개발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허나 저는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의 경우 손을 매우 아끼고 조심합니다. 손을 다치면 환자를 치료하는 제 일을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통용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고나 질병으로 신체에 손상이 생기게 되면 일에 제한이 생깁니다. 이는 결국 자신과 가족의 삶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아무리 빈틈없는 안전보건관리가 이루어진다한들 작업자가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지 않고 일을 한다면 질병과 재해를 피할 수 없습니다. 안전보건은 남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하는 것입니다.

Q.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 센터 나아가 모든 재활치료의료기관의 전문 인력들이 자신의 능력을 적절하게 발휘하고, 서로 간에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우선 현 상황에서는 원스톱 서비스가 이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서비스의 원활한 정착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센터 내 의료진은 보람을 느끼고 치료를 받는 산재근로자는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공공의료기관답게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보편타당하게 모든 국민들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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