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학의 향기, 아름다운 뒷모습을 위하여
우리문학의 향기, 아름다운 뒷모습을 위하여
  • 승인 2012.09.19
  • 호수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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豈可都喪廉恥 知進而不知退乎 (기가도상염치 지진이부지퇴호)
어찌 염치를 모두 잊어버리고서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날 줄을 몰라서야 되겠습니까

김육 (金堉, 1580~1658) <형조판서를 사직하는 상소[辭刑曹判書疏]>《잠곡유고(潛谷遺稿)》

이 글은 조선시대 문신이자 학자였던 김육이 형조판서를 사직하며 올린 상소다. 옛날에는 명분과 도리를 소중히 여겼기에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일이 생기면 바로 사직을 청하고 물러났다.

어떤 분들은 자신이 아닌 조상의 이름과 명성이 남들의 구설에 오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초야에 묻혀 지내기도 했다.

김육의 이 글을 보면 그가 형조판서에 임용되는 과정에서 다소간의 꺼림칙한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글에서 그는 맡지 말아야 할 자리를 맡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라 말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들의 시선에 얽매어 자신의 소신을 왜곡해서도 안 되겠지만, 사회의 기본 질서와 도리를 파괴하면서까지 나 자신만 옳다고 주장해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아무리 나와 내 주변에 이익이 된다고 하더라도 차마 해서는 안 될 일들이 있는데, 기어코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은 염치가 없는 사람이다.

염치란 부끄러움을 뜻하는데, 부끄러움이 없다면 못할 짓이 없는 법이다. 염치가 없다는 것은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이 부족한 것이다.

<자료제공 : 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