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근로자 중심의 안전보건체계 구축 위해 최선
산안법,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보호하도록 개정 추진
장시간 근로 개선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

내달 5일부터 24일까지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관 기관에 대한 2012년도 국정감사가 열린다.

국정감사는 크게 각 기관의 운영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문제점을 개선하는 기능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안에 대해 해당 정부기관이 적법한 대처를 취했는지 여부를 감찰하는 기능을 한다.

지난해 국감에서 산업안전보건분야의 경우는 산업안전보건업무의 지방이양 문제, 백혈병 근로자 산재인정 문제 등의 논제를 두고 환노위 위원들과 해당 기관들간에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올해 역시 산재 입증 책임 전환 문제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감 분위기는 지난해 못지않게 뜨거울 전망이다.

채 열흘도 남지 않은 국감을 앞두고 어떤 사안이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계륜 위원장을 만나봤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 신 위원장과 우리나라 산업안전문화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환노위만 무려 8년을 맡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환경노동 전문가로 유명하십니다. 위원장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대학 졸업 후인 1980년대에는 10여년간 산업현장을 직접 누비며 노동·인권운동에 앞장섰습니다.

그러다 1992년 14대 국회에 입성하면서 환경노동위원회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이후 16·17대를 거쳐 이번 19대에 다시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번 국회에선 그동안의 환경노동 관련 경험을 인정받아 전반기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됐습니다.

19대 의원에 당선이 되고 또 환노위원장을 맡으면서 저는 국회를 새롭게 변화시키겠다는 다짐을 세웠습니다. 그동안 국회는 국민들에게 민생은 뒷전이고, 정쟁으로만 일관하는 갈등의 장으로 비춰졌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를 이번 19대 국회에서는 대대적으로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4선 의원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그간 의정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야간 대립을 잘 조율해 민생을 살피는 생산적인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Q.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에 대해 남다른 신념과 철학을 지니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로자들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현장에 철저히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 평소 제 신념입니다.

근로자는 사람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때문에 그것을 대비할 수 있도록 산업현장에는 여러 안전기술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발을 헛디디는 걸 예상하고 난간을 설치한다든가, 건강이 위독해질 것을 예상해 인체에 덜 해로운 재료를 쓰는 것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우리 산업현장에서는 아직도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전 산업현장에서 근로자 중심의 안전보건체계가 갖춰지기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들이 작업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근로자가 관리자 눈치를 보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근로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근로자의 안전보건 권리를 인정하고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문제가 전반적인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환노위를 이끌어 감에 있어 최근 역점을 두고 계신 부분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중점 현안으로는 ‘비정규직 차별 문제 해소’를 들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포함한 노동계 내에서의 약자층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있고, 불공평한 근로조건이 확대되는 등 현 노동환경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 역시 이번 국회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반드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규직이 돼야 하는데 비정규직으로 채용되는 등 편법적인 운영 사례는 고쳐야 되지 않겠습니까. 또한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이 필요한 경우에도 정규직과의 차별을 없애거나 줄이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지 않을까요.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계와 노동계 양측 모두 편견 없이 만날 것입니다.

더불어 여야가 이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저를 비롯해 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지 않고, 재계와 노동계 양측을 잘 존중하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당한 결론을 이뤄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우리나라가 유독 산업안전보건분야에서만 발전이 더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1,436만2,372명 가운데 9만3,292명이 산업재해를 당했습니다. 이 가운데 2,114명은 소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근로자 1만명당 사고로 사망한 비율은 0.9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미국(0.35명)의 2.7배, 일본(0.20명)의 4.8배, 독일(0.16명)의 6배에 이릅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입니다.

저는 산재가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먼저 원청이 사내하청 근로자의 작업환경에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산재발생의 위험을 높이고 있습니다. 또 기업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어겨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 역시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1980년대 굴뚝산업을 기반으로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비스업종의 증가, 하청 근로자의 증가 등 변화된 산업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법제도가 마련돼야 재해를 예방하고 근로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Q. 내달 열리는 국감을 앞두고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중점 검토하고 있는 사항은 무엇입니까.

특정 이슈나 사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기 보다는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한 산업별, 기업별 구체적인 실태 및 현황파악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방향을 정립하고자 노력 중에 있습니다.

최근 산업현장에선 예전보다 더욱 많고 다양한 신물질이 사용되고 있는데다 새로운 공정이 도입된 공장도 매우 많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법에 해당 규정이 없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또 현행 법체계를 두고 단순히 관련 법에 열거된 옛날식 안전보건 조치만 이수하면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법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이런 현실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해 산업안전보건법이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를 보호하는 법이 될 수 있도록 개정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Q. 산업재해의 입증 책임을 근로자와 사업주, 국가 중 누구에게 둘 것이냐 하는 문제가 최근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업무상 질병의 입증책임을 피해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와 국가가 증명하도록 산업재해보상보험 법령을 개정할 것을 고용노동부에 권고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인권위는 현행 제도가 피해근로자로 하여금 고도의 전문성 및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는 의학적 인과관계의 증명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이 산재를 인정받지 못하게 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재계는 이와는 상반된 의견을 내보였습니다.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그 근거가 되는 사실에 대해 입증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입증책임의 일반원리’에 반하는 내용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이지요.

고용노동부 또한 인권위의 권고안이 근로자가 산재신청을 하면 일단 산재로 전제한 뒤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면 정부와 사업주가 나서서 반증하라는 것이어서 다소 무리한 주장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사회현안이 된 삼성반도체 근로자들의 백혈병 피해사례에서 보듯이 산재보험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이 부각돼야 합니다. 따라서 노사의 의견조율과 사회적 논의를 통해 기본적인 입증책임 주체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Q. 장시간 근로문제 역시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입니다. 이와 관련해 위원장님께서도 그간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향후의 추진 계획에 대해 조금 말씀해 주실 수 있는지요.

장시간 노동관행의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입니다.

주당 52시간을 초과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근로자가 5명 중 1명꼴이며, 우리 근로자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무려 2,193시간에 달합니다. 이는 조사 대상국 평균인 1,749시간 보다 약 400시간 이상 많은 수치입니다. 이런 것이 원인이 되어 우리 근로자의 행복지수는 OECD 36개국 중 하위권인 24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관행에 대한 시급한 개선이 없다면 우리 근로자들의 삶의 질은 향후 더욱 나빠질 것입니다. 실로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가 됐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휴일근로를 법정 근로시간에 포함해 주당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근로를 없애면 새로운 일자리 70만개를 만들 수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 체제는 경쟁력 향상에도 짐이 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반드시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비정규직을 포함한 저임금 근로자들의 경우 잔업, 특근이 줄어들게 되면 곧바로 생계에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 등을 포함해 저임금 계층의 실질 임금이 향상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끝으로 많은 안전보건인들이 우려하는 사항에 대한 질문을 하나만 더 하겠습니다. 지난 국회에서 산안기능의 지방이양 문제가 화두가 된 바 있습니다.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긴 했으나, 향후 정부가 또 다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2010년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산업안전보건 기능의 지방 이양을 결정하고, 이를 대통령이 재가한 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관련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논란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지방이양이 논의됐던 산업안전보건기능은 안전인증 등에 관한 기능, 안전보건기능, 사업주의 감독기능, 유해물질 관리기능 등으로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보호에 관련된 업무들입니다. 이에 따라 안전보건 관계자들의 반발이 매우 컸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노동계와 사회단체에서의 우려처럼 지방자치단체에 사업주의 감독기능을 이양할 경우 규제완화로 이어져 산업재해가 더욱 더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구축했던 산업안전보건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안전보건 기능을 기계적으로 지방자치단체로 이전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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