雖得之君 不得之民 爵祿之豊則有之 不能不取怨於民矣
(수득지군 부득지민 작록지풍즉유지 불능불취원어민의)
雖譽於今 不譽於後 功業之多則有之 不能不取譏於後矣
(수예어금 불예어후 공업지다즉유지 불능불취기어후의)

비록 임금에게 잘 보였을지라도 백성에게 잘 보이지 못한다면 
높은 지위와 많은 봉급은 가질 수 있으나 백성에게서 오는 원망은 면하지 못할 것이며,

비록 지금은 남에게 칭찬을 받을지라도 후세에 칭찬을 받지 못한다면 많은 공적은 세웠다 할지라도
뒷사람에게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곡 (李穀, 1298~1351) <신설송이부령귀국(臣說送李府令歸國)>《동문선(東文選)》제96권

이곡 선생이 원(元)나라에서 벼슬하고 있을 때, 고려의 왕은 왕위를 계승하기 위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 글은 임금 보다 먼저 본국으로 떠나는 벗에게 신하의 도리를 일깨워주기 위해 쓴 글이다.

‘신하 노릇 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爲臣不易 可不愼之哉’ 라고 운을 떼면서 이어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말은 장황한 듯하나 요점은 매우 간단하다. 무엇보다도 백성이 우선이라는 점, 그리고 후세의 평가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임명권자에게 잘 보여 일시적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고 부귀영화를 누릴 수는 있겠지만, 진정으로 훌륭한 신하가 되고자 한다면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화려한 볼거리와 숫자놀음으로 한때 국민들의 환심을 살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신하는 모름지기 긴 안목으로 훗날의 결과를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일을 추진해야 한다.

더 이상 무슨 해설이 필요하겠는가. 그저 윗사람 눈치나 살피고 당장 자신의 업적을 드러내 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일부 정치인들이 이 글을 읽고 한 번쯤 더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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