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석유화학 안전관리위원회 김진호 산업안전분과장(콜롬비안케미컬즈코리아(주) 환경기술팀 부장)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원청의 역할 강화해야

 


아직까지 불산사고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은 매우 뜨겁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규모 석유화학공장이 밀집되어 있는 여수산단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여수산단의 안전성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어떻게 안전관리가 펼쳐지고 있는지 여수석유화학 안전관리위원회 김진호 산업안전분과장을 만나봤다.

Q. 이번 구미 불산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너무 안타까웠다. 사고는 3가지 정도 시사하는 점이 있었다. 먼저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이 작은 규모의 사업장이었다.

정부의 여러 부처들이 여러 법들을 가지고 산업현장을 관리하고 있지만 소규모 사업장, 특히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는 아직 법의 잣대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됐다. 어느 한 부처에서라도 법을 적용해서 그 회사를 관리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사업주의 안전에 대한 마인드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불화수소는 휘발성이 굉장히 강하다. 작업자들이 얼마든지 불화수소를 흡입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방독마스크, 장갑, 보호복, 보안면 등 어느 하나 갖춰진 게 없었다. 또 작업 절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무방비 상태로 사고에 노출된 것이다. 이는 그동안 해당 사업장의 사업주가 안전관리를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사고대응 메뉴얼이 제대로 만들어 있지 않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시에서도 소방서에서도 불산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중화제도 확보하지 못했다. 또 지역주민 대피 등과 관련한 정부차원의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원천적인 책임이 물론 회사에 있겠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미리미리 자료를 준비하고, 그에 따라 실제 가상훈련 등을 주기적으로 실시했더라면 그 정도의 피해까지는 안 입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사고를 통해 사고대응 매뉴얼에 대한 중요성이 매우 커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Q. 여수산단은 안전한가?

여수산단의 경우 위험물에 대한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 소방서에서는 각 업체에서 다루는 위험물의 특성 등을 DB화해놓고 있으며, 중화제도 많이 확보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불산을 다루는 공정은 별도로 구획화해서 관리하고 있으며, 위험물질이 누출돼 화재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매뉴얼도 철저히 갖춰놓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여수시청의 경우 지자체임에도 ‘재난관리과’라는 것이 있다. 그곳에서도 유해물질에 대한 정보들을 취합해서 가지고 있다. 또 시 자체적으로 1년에 두 번 특정회사를 지정, 유독물 및 독성가스가 노출됐다라는 것을 가정해서 도상훈련 및 주민대피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훈련만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수시 재난관리과에서 상하반기 석유화학업체 점검을 실시한다. PSM에서 요구하는 수준정도로 실시되며,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시정명령도 내린다. 이처럼 안전에 대해 시와 소방서의 역량이 크게 강화되어 있다는 것이 여수산단의 큰 장점이다.

Q. 현재 산업현장의 위험물 관리 실태를 짚어준다면?

현재 위험물 관리는 이원화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방서는 위험물, 환경부 및 지자체는 유해물질,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취급하는 취급제한물질 및 PSM대상 물질 등을 주로 다루다보니 데이터베이스가 각 기관별로 분산되어 있다.

이것들이 통합관리 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지자체가 통합관리를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역사회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기본적으로 도지사, 시장, 군수 등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 산업안전에 대한 전문성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각 부처 및 유관기관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해준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여수시처럼 재난관리과 등의 특성화되어 있는 과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전문적인 공무원들이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고 근무하면서 산단과 함께 안전을 관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Q. 이번 구미사고도 소규모 사업장이 문제가 됐다. 그에 대한 개선점을 제시해달라.

정부가 영세한 사업장에 대해 좀 더 현실적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자금지원이라던지 클린 사업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너무 복잡하다. 예를 들어 클린사업장으로 선정되면 사후관리해서 결과를 레포팅까지 해야 한다. 인원이 많지도 않은 영세사업장에서 그것을 누가 다 챙기겠나.

실적 내기에 급급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정말 필요한 곳이 어디고,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를 잘 파악해서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원청의 역할도 강화돼야 한다. 협력업체들이 안전보건시스템을 경영하는데 있어서 애로점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때 위험성평가를 같이 해준다던지 비용을 조금씩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OSHA18001, ISO18001 등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의 인증을 받게끔 유도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Q. 그밖에 산업안전 측면에서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분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들어 건설 분야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업종의 특성상 건강관리가 취약하다.

관리는 물론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도 거의 안 갖춰져 있다. 이런 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근로자들의 건강과 그에 대한 이력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근로자건강센터 등을 전국에 확대 설치할 것으로 제안하고 싶다.

그리고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건설현장을 보면 배관, 계장, 도비, 비계 등 직군별로 나눠져 있다. 그렇다고 보면 건설근로자들에게는 직군 특성에 맞는 교육들이 필요하지만 현재에는 그런 것들이 거의 없다. 직군별 특성에 맞는 체계화된 교육이 필요하고, 교육시간의 확대도 필요하다.

너무 원대한 것 말고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우선시하면서 그 다음단계로 차근차근 올라가야 발전이 된다. 그래야만 안전도 문화로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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