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은 현대인의 정보전달 매체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매스미디어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많이 그리고 쉽게 접하는 매체다.

방송과 같은 매스미디어는 사실상 시청자에게 보이지 않는 교육을 하고 있어 사회적 조류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이유로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방송에서 이런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하고 위험한 상황을 여과 없이 방영하고 있어 안전불감증을 조장하고 있다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아무리 사회에서 자극적인 스토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고 해도 방송은 이에 부응해서는 안 된다. 물론 시청률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방송사의 특성상 시청자의 선호도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프로그램 방영 전 이 방송이 송출되면 시청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정도는 충분히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은 안전보건에 대한 올바른 의식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지난해 10월 한국노총 안전보건 방송평가위원회는 일부 방송프로그램의 안전보건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결과는 방송 프로그램의 안전보건불감증이 심각하다는 것이였고, 한국노총은 이 같은 결과와 함께 시정을 촉구하는 공문을 각 방송사에 발송하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이런 개선을 요구하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안전보건에 대해 더 이상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지난 9일 방영된 극한직업은 지난해 한국노총에서 개선요구를 한 프로였으나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당시 방송에선 안전조치와 안전보호구 없이 대형 간판을 설치하는 작업이 방영되었고, 대형 철간판이 아래 주차장으로 떨어질 경우 대형 참사가 예상되는 상황을 그대로 방영하고 있었다. 심지어 난간에 걸타 앉은 근로자들은 안전대 하나 없이 곡예에 가까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실로 안전이란 찾아볼 수도 없고, 오히려 목숨 걸고 작업하는 모습만 방영된 셈이다.

다른 방송사의 프로그램도 비슷한 행태를 보이긴 마찬가지다. 모 방송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이 삶의 체험을 통해 받은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겠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으면서도 정작 안전은 소홀히 하는 모습을 보여 그 목적을 무색케 했다.

더 불안전해야 프로그램의 재미가 더해진다는 듯 과중한 중량의 물건을 들도록 하거나 급기야 일부러 넘어지게 하여 다치게 하는 모습 등이 연이어 방송된 것이다.

이처럼 재미를 위해서 과격한 연출도 마다하지 않다보니 필연적으로 불의의 사고가 뒤따르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시 방송 중 출연자들이 상해나 사망한 경우가 56건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방송은 일반인들의 가치기준을 형성하는데 대단히 큰 영향을 준다. 이런 파급효과를 감안해 최근 TV드라
마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등의 모습을 모자이크로 처리하거나 방영을 자제하고 있다. 또 차량을 운전하는 연기를 할 때는 연기자들이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모습도 함께 보여 주어 안전벨트 착용 생활화에 일조를 하고 있다.

이런 방송의 공익적인 역할에 힘입어 최근 금연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물론 안전벨트의 착용도 당연시 되는 사회적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다.

이렇듯 방송프로그램은 건강한 대중문화에 큰 힘을 발휘했다. 이제는 안전보건분야에 있어서도 방송이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여줬으면 한다.

방송사가 안전보건에 있어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공감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면 안전보건이 빠르게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고, 더불어 우리나라도 안전강국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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