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석 소방방재청 소방정책과 과장

사망자 7만명, 중상자 37만여명이라는 엄청난 인명피해와 함께 1,500억위안에 달하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일으켰던 중국 쓰촨성 대지진(2008년 5월). 이 아비규환의 현장 속에는 인접 국가의 불행을 돕기 위해 급파된 우리나라의 119국제구조대가 있었다.

한명이라도 더 살려내겠다며 위험천만한 지진지대를 거침없이 누빈 이들은 27구의 시신을 발굴해 유족들에게 인계하는 등의 성과를 올리고, 단 한명의 부상자도 없이 무사 귀환했다. 당시 이런 성공적 구조 활동의 중심에는 김영석 과장(당시 구조대장)이 있었다.

이제는 화재진압과 인명구조활동의 최전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나라 소방정책 수립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영석 과장을 만나 향후 정책 방향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현재 맡고 계신 업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크게 우리나라 소방기본계획의 수립에서부터 관련 대책의 운영 및 지도를 일선에서 관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소방공무원 관련 법령 및 제도의 운영, 소방조직의 효율적 운용, 지방소방행정에 관한 지도․감독, 소방관련 국제화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소방공무원에 대한 건강관리 계획 수립, 상이 소방공무원과 관련한 보훈사무, 의무소방대 관리 등 소방행정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는 것도 저와 저희 부서가 맡고 있는 일이지요.

Q. 최근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는 ‘화재와의 전쟁’ 정책으로 인해 인명 및 재산피해가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정책을 도입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화재와의 전쟁 정책을 추진하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사건이 크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첫 번째는 지난해 11월 14일 발생한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사고입니다. 당시 이 사고로 일본인 관광객 등 15명의 고귀한 생명이 한순간 사라졌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 사건이 계기가 돼 후진적 대형화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사회적 여망이 크게 일었었습니다.

두 번째로 영향을 끼친 것은 지난해 실시된 안전에 관한 여론조사결과입니다. 당시 모 리서치기관을 통해 안전불감증 정도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었는데 그 결과가 아주 충격적이었습니다. ‘심각하다’는 응답률이 무려 73.4%에 이르렀었지요.

이런 두 가지 이유가 계기가 돼 소방방재청에서는 화재로 인한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여보자는데 뜻을 모으고 올 3월 6일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하게 됐습니다.

 

Q. 위 질문과 관련해 현재 추진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화재와의 전쟁’ 정책의 목표부터 말씀드려야겠군요. 저희는 금년 말까지 화재로 인한 사망률을 10% 이상 줄이는데 이 정책의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수치로 말씀드리자면 최근 3년간 화재로 인한 평균 사망자가 434명인데 올해는 391명 이하로 낮추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 소방방재청에서는 관련 TF팀을 구성하여 현재까지 총 8차례의 전략회의를 개최했습니다. 그 결과 올 3월에 ‘원천적 화재저감과 사회안전망 확충 계획’을 마련했으며, 최근에는 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정부중앙청사 1층에 전략상황실(War-Room)도 설치․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전략상황실에서 실무국장은 매일, 추진본부장(차장)은 주 1회, 청장은 월 1회 이상 전국 소방관서(17소방본부․185소방서)의 추진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점검하고 있습니다.

또 전국 소방관서는 추진 성과 등 진행상황을 주간, 월간, 분기, 반기별로 종합진단․분석하여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Q. ‘화재와의 전쟁’ 정책에 따라 실행되고 있는 주요 소방활동에는 무엇이 있나요?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원천적 화재저감과 사회안전망 확충 계획’을 그 대표적인 활동으로 들 수 있습니다. 이 계획은 소방검사제도의 개선, 다중이용업소의 화재보험 의무화, 스프링클러 소화설비 설치대상 확대,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소방시설 적용기준 개선, 비상구 불법행위 신고포상제 도입․시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중점을 두고 펼치고 있는 정책은 ‘소방차 길 터주기’ 운동입니다. 최근 불법 주․정차 문제와 상습적인 교통체증 등으로 인해 화재현장에 대한 출동 시간이 늦어져 피해가 커지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펼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운동이 되겠습니다.

현재 저희 소방방재청은 물론 전국 소방관서가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붐이 조성된다면 보다 더 신속한 화재 대응은 물론 응급환자의 소생율도 높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우리나라 재난특성에 적합한 최첨단 소방장비의 개발 및 보급에도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소화전이나 저수조 등 화재현장 내 소방용수를 활용하는 선진형 현장급수체제의 도입 등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Q. 향후 소방방재청에서 펼쳐나갈 주요 정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준비 중인 정책은 ‘119구조․구급서비스의 선진화’입니다. 외상환자는 1시간 이내, 뇌․심혈관 환자는 4~6분 이내 구조․구급조치를 받아야만 생존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소방방재청은 이를 감안해 앞으로는 늦은 구조․구급활동으로 생명을 잃는 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이동거점형 구급대 및 Heli-EMS(소방헬기에 EMS장비를 탑재한 응급환자 이송체계) 시스템을 보다 확대․강화할 방침입니다.

이와 병행해 AED(자동제세동기 : 심장에 강한 전기충격을 주어 심박동의 리듬을 찾게 하는 의료장비) 활용법 동영상 등 응급처치 교육프로그램의 보급, 전국 소방관서로의 ‘국민심폐소생술 교육센터’ 확대 등도 적극 추진해 더욱 많은 국민들이 응급처치 능력을 갖추는데도 심혈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이밖에 소방조직면에서는 4월말 현재 5개 시․도(58%)에 실시 중인 3교대 근무제를 금년 말까지 14개 시․도(95%)로 확대․시행하여, 소방공무원의 근무여건 개선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Q. 후진적 대형화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경우도 그렇지만 역시 문제는 ‘안전의식의 미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일어난 사고 중 대표적인 후진적 대형사고로 볼 수 있는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사고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 사고에 대한 원인조사결과를 보면 화약을 취급하는 등 위험성 높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화재에 대한 안전관리가 상당히 미흡하였습니다.

개장 이래 화약가루에 대한 청소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던데다 내장재 등 내부 시설도 화재에 대한 대비가 없었지요. 특히 구조 자체도 밀폐구조로 지어 신속한 대피는 물론 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 결과 다수의 인명피해라는 끔찍한 상황이 초래됐지요.

결국 이 모든 것이 사업주의 미흡한 안전의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업주가 사전에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조금이라도 지니고 있었다면 애초에 화재에 대비한 시설을 만들었을테고 그리했었다면 이와 같은 사고는 발생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앞으로 저희 소방방재청은 이러한 후진적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한편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제고시키기 위해 실화재 위주의 교육훈련을 강화하여 화재의 위험성을 국민들이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에 있습니다.

Q. 화재 감소를 위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점과 도입이 필요한 제도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2010년도 전체 화재 중 66.7%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주택화재(소방시설 설치기준이 제외된 주택)입니다. 이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방법이 없이는 화재 감소가 요원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저희 소방방재청에서는 2010년도 연구개발 사업으로 주택용 간이스프링클러설비 설치 기준을 마련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 중에 있습니다.

또 화재취약요인에 대한 소방관련 전문기관 및 지역기관과의 정보 공유를 통한 안전시설 정비, 주택화재 자가 안전진단 매뉴얼 제작․보급, 소방안전이동 체험차량 사각지대 우선 배치 등도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의무화’ 등의 제도도 주택화재예방을 위해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끝으로 화재예방을 위해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화재 원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부주의’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조금만 더 화재의 위험성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화재로 인한 피해를 상당수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저와 소방방재청에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고 한들 국민 여러분들이 함께해 주시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미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화재로부터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에 정부가 따로 있고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소방방재청에서는 앞으로 원천적인 화재의 저감과 사회안전망의 확충을 위해 국민과 함께 하는 소방정책으로 대전환을 이루려 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에 많은 관심과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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