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그동안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많은 참사를 겪었다. 무엇이든지 ‘빨리빨리’, ‘대충대충’, ‘싸게싸게’ 하려는 주의가 팽배했다. 결국 이 생각들은 1970년대 와우아파트 붕괴사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2008년 남대문 방화사건, 2009년 부산사격장 화재사고 등 많은 대형재난사고를 가져왔고,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생명과 재산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런 대형 사고들을 볼 때마다 필자가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안전기술과 태도를 형성시켜야 이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이런 일(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들을 다시는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이러한 안전의식 형성은 유아기 때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늦어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습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안전의식을 형성시키는 안전교육은 말보다는 체험을 위주로 해야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체험 효과가 과연 어떤지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그래서 체험교육을 받은 만 5세 어린이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본 적이 있었다. 그 결과 상황 대처법 및 소화기 사용법들을 모두 숙지하고 있었고, 체험을 하고 난 후 4년이 지났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시 조사해봤더니 예전 유아기 때 체험한 것을 대다수의 학생들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를 볼 때 체험교육의 효과는 매우 크게 나타나고, 어린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체험을 통한 학습을 꾸준히 반복적으로 하면 생활안전에 대한 습관이 들 것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체험교육의 효과가 여러모로 입증되면서 최근 부모와 교사들이 어린 아이들을 위한 체험교육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2003년 3월 개관하여 작년 7월 1일부로 100만명이 다녀간 우리 서울시민안전체험관도 일평균 방문객 520여명 중에 유치원생이 45%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체험교육의 입증된 효과와 자식들의 안전을 지키려는 부모들의 마음이 맞아떨어지면서 체험교육이 안전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어볼 것이 있다. 이처럼 체험교육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비해 과연 우리나라의 안전체험 시설은 충분한 것인가?

현재 서울 지역은 22개 소방서 중에서 13개의 소방서가 안전체험 시설을 설치하여 운영 중에 있다. 그나마 서울은 나은 편이다. 전국적으로 볼 때는 2010년 3월 현재 185개 소방서 중 체험시설이 설치되어있는 곳이 10%에 불과하다.

체험교육을 받으려는 열망은 높은데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마땅치 않은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그것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안전’과 관련된 일인데 말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체험시설이 없는 소방관서에 연차적으로 안전체험 교실을 설치해 나가고, 우리 서울시민안전체험관과 같은 체험교육관도 더욱 늘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체험교육을 담당할 전문인력의 보강 또한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1999년 6월 30일, 23명의 유치원생들이 사망했던 화성 씨랜드 화재사고가 생각난다. 어린 아이들을 재우고 지도교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켜놓은 모기향의 불이 근처의 인화성 물체에 옮겨 붙어 발생했던 사고였다.

이를 볼 때 성인이 유아를 보호하고 안전사고에 대하여 예방해주는 것도 분명 한계가 있다. 유아 스스로의 자기 방어적 자세나 안전문제에 대한 대처능력이 더욱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안전체험 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보호하는 협동적이며 책임감 있는 시민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 어른들도 그 토대를 만들어 가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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